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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운동을 꿈꿔요" 피자매 연대 본문

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새로운 운동을 꿈꿔요" 피자매 연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9. 1. 20. 17:26
  생리대와 평화

걷고 싶은 거리 신촌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을 때 잠시 혼란스러웠다. ‘일회용 생리대 20개를 대안 생리대 하나와 바꾸’는 행사를 한다고 피자매 연대에서 일하는 조약골(35) 씨에게 들었는데 그곳에는 생리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라크 평화를 위한 연대모임, 경계를 넘어, 전쟁없는 세상, 병역 거부자들의 모임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 ‘평화난장’을 벌이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순간 ‘평화 모임에 생리대라니, 생리대와 평화와는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행사가 다 끝나고 서대문에 있는 피자매연대 사무실에서 디온(28), 조약골과 마주 앉았을 때 해소되었다. 두 사람은 대안 생리대를 만들기 전에 이미 평화운동을 해온 사람들이었다.
“사회운동하는 사람들은 생태, 여성, 노동 등 부문 운동으로 나누기를 좋아합니다. 하나의 부문 운동에 갇혀서 다른 운동을 바라보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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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차별들은 온갖 것들이 한데 맞물려서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 부문운동해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부문과 연대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피자매 연대는 대안 생리대 만드는 모임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그것보다 더 다양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와 결합하고 대추리 주민들과 연대하고 천성산, 새만금 사람들과 함께 일을 했다. 조약골은 이러한 자신들의 활동을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열린 운동’이라고 했다.
“우리가 면 생리대를 만드는 것도 단순히 ‘생리대의 대안’이 아니라 ‘생리대를 매개로 대안적인 삶을 구성’하는데 있습니다.”
조약골은 평화운동을 하면서 추상적인 대안들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결합한,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대안적인 관계들을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다. 대안 생리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는 바로 이거다, 라는 감이 팍 왔다고 했다. 대안 생리대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몸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고, 대량 생산되는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자원을 약탈하는 전쟁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안 생리대 운동은 여성, 환경, 평화가 아우러지는 ‘총체적이고 포괄적 운동’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부문운동과의 연대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여성 몸에 대한 새로운 대안

 

디온 씨가 평화운동에 처음 참가하게 된 것은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이다. 그녀는 대학생이었는데 너무 말도 안 되는 전쟁이 벌어졌는데 보통사람으로서 그 전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모든 게 답답했다. 그녀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보통 사람으로 산다는 게 훨씬 끔찍하다는 것을.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가 반전 퍼포먼스를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바닥을 뒹굴고 춤을 배운 적도 없었는데 춤을 췄다. 그러다가 반전 문화제에서 조약골을 만났다. 조약골은 노래를 하는 가수이기도 했다. 그는 ‘평화란 무엇이냐’, ‘재활센터’, ‘음악의 무정부’ 등 음반도 여러 개 냈다. 집회방식이 집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뜻을 말하는 권위적인 방식이어서 집회장 귀퉁이에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노래도 하고 춤을 췄는데 거기서 그들은 ‘너 춤춰, 나 노래할께.’ 하면서 서로 통했다.
디온은 처음에 면 생리대를 친구가 선물로 줘서 써봤는데 샜는데도 좋았다. 보송보송해서 갈아줄 때도 놓쳤다고 했다. 그렇지만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전통적인 바느질이나 빨래를 강요하는 것 같아서. 지금은 바느질이 정신건강에 좋은 것을 알았다. 조용히 집중하여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생리통이 심했던 여성 중에는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통증이 사라지고 냄새도 없어지고 피부 트러블도 없어졌다고 했다. 일회용 생리대 안에는 인체에 해로운 유해물질이 많은데 기업 측에서는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1980년 미국에서 36명의 여성이 독성쇼크증후군으로 사망했는데 그 여성들은 모두 월경 중이었고 탐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생리대에는 다이옥신이 있는데 적은 양이라도 오랜 시간 체내에 축적되면 심각한 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폴리에틸렌이라는 첨가물은 염증과 가려움을 일으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외 레이온은 발열, 구도, 어지럼증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용 생리대는 여성의 건강에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일회용 생리대는 여성들에게 월경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들어요. 하얗게 표백하여 순결, 깨끗함을 강조하는 것은 월경은 더러운 것이며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죠. 생리는 숨길필요가 없는 것인데 생리대 이름들은 속삭여야 되고(위스퍼), 순결해야 되고(화이트) 현실이 아닌 환상(매직)이어야 하는 어떤 것으로 표현합니다.”
여성들 또한 아기기저귀에서는 관심이 많으면서 자기 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가부장적인 사고가 반영된 것이다.
면 생리대는 아주 민중적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그런데 그것을 어려운 것으로 만들거나 생리를 질병처럼 만드는데 서구 근대 의료체계가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완경기도 어느 순간 호르몬을 투여해서만이 해결하는 질병이 되고 처치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몸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다양한 신호들을 믿으며 자연스럽게 해결해 가야 하는데 의료 서비스의 대상으로 만든 거죠. 인간을 기계적으로 다루는 방식이에요.”
한의학에서는 면 생리대를 권유한다. 우리 몸을 믿고 스스로 해결하기를 바라는 거다. 의료 권력에 의해 몸이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지키기를 바라는 거다. 월경권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안 생리대 만들기는 단순히 생리대 만들기가 아니라 여성 몸에 대한 일상적 억압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상상력을 만들어 내는 대안 시스템이다.



다양한 시도들

 

디온과 조약골은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 디온은 생리대 만들기 워크숍을 전국 단위로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생리대를 팔아 사무실 임대료도 내고 이주 노동자, 철거민 대책 위원회 등 각종 단체에 후원금도 낸다. 그들은 둘 다 생활에서는 최소한의 소비만 한다. 조약골은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어떤 때는 부산에 가야하면 3일 전에 출발하기도 한다. 식사도 채식 위주로 하고 남은 음식찌꺼기는 집에 기르는 지렁이에게 준다. 지렁이는 그 음식을 먹고 땅에 좋은 물질을 뱉어놓는다. 물을 아끼기 위해 오줌을 변기 아닌 하수구에 보고 있다.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한다.
“자본은 원래 불편하지 않은 것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선수입니다. 무궁화를 KTX로 대체하고 전화 대신 핸드폰을 만들어 내잖아요.” 그러면서 그는 이반 일리치의 “현대사회는 ‘가속도’에 빠져 있어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는 다소 비관적인 말을 인용한다. 디온은 조약골의 말에 대해 좀 더 낙관적인 이야기를 한다.
“면 생리대에 융을 사용하니까 얼마나 흡수력이 좋은지 몰라요. 기술문명의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고 봐요. 문제는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되 먼 미래까지 고려하면서 순환계 내에서 사용했으면 해요.” 조약골은 할인매장에서 과도하게 생산되어 과도하게 소비되는, 그래서 순환계를 파괴시키고 인간을 파괴하는 시스템이 자전거 타는 것보다 훨씬 더 우려스럽고 불편한 것이다.
“불편은 시선의 차이입니다.” 그는 이 한마디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낸다.
디온은 현재 장애인 여성들의 생리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생리대도 개발중이다.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장애인 스스로 빨래를 해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좋은 생각을 모으는 중이다. 아마 이 문제가 해결되면 일반사람들도 혜택을 받을 것이다.
“가장 밑바닥 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할 때 일반인들이 제일 큰 혜택을 받게 돼요.” 그녀는 소수자의 이익과 일반인들의 이익이 어떻게 하나로 결합되는지 감동적인 말을 한다. 대안 생리대 만들기가 여러 분야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약골은 두어 달에 한번씩 평화난장에 참여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길바닥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길바닥 평화운동은 2004년 말 이라크 파병이 국회를 통과 했을 때부터 계속해온 운동이다. 다양한 생각이 많은 그는 이런 대안적인 새로운 운동들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글 · 김순천 timeksc@hanmail.net | 사진 · 황석선 stonsok@kdem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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