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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여행을 통해 외부인의 시각으로 한국을 보다

기념사업회 2011. 12. 8. 15:50

여행을 통해 외부인의 시각으로 한국을 보다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마르셀 푸르스트-

 

가끔 번화가에 나갈 일이 생기면, 필자는 서점을 찾는다. 그 곳에서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단연 여행 서적 코너다. 가히 여행 서적의 홍수 시대다. 이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나라를 여행했는지는 독자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다양한 나라에,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을 다녀온 저자들의 여행 서적은,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그리고 어떤 이는 단순히 “가보고 싶다. 하지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보고 싶다. 그러니까...” 배낭을 메고, 꿈꾸던 그곳으로 향한다.

 

어렸을 적부터의 꿈이었던 그곳을 다녀오고, 그 떠남과 돌아옴의 과정 속에서 배운 것이 많다는 이정원씨를 만나 보았다.

 


전공으로 국제관계학과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정원씨는, 현재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 이후 회사에 취직하려고 준비 중 인데, 가능하면 해외에서 일 해보고 싶어요.”

 

그가 해외에서 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 생활 동안 경험했던 “여행과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는 터키, 겨울방학 때는 인도, 2학년 여름방학 때는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해외문화탐방 프로그램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다녀왔어요.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는데 그 때는 3개월 동안 어학연수로 필리핀을 갔고, 1년 동안은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구요.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를 마치고는 1달 반 동안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다녀왔습니다.”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그는 “한국에 붙어 있는 게 힘들어졌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보기 전에는 한국에서 사는 게 좋았는데,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한국이 재미없게 느껴진 달까? 한국은 너무 익숙한데, 여행을 가면 나라마다, 또 도시마다 새롭잖아요. 그게 너무 재미있어요. 새로운 것을 보는 것, 또 이방인으로서 현지인들의 삶을 보는 게 제게는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여행을 통해, 그는 “편견 없는 사고”와 “추억”을 얻은 점을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한다.

 

“물론 여행을 다니면서, 벌어놓았던 돈은 다 써버렸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서 후회는 없어요. 여행을 가기 전에는 외국인들을 대하는 것이 어색하고, 또 편견 같은 것이 있었는데, 자꾸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다보니, 오픈 마인드도 생기고 글로벌 마인드도 생겼어요. 그리고 여행을 하면 추억이 많아지잖아요. 다른 애들은 졸업하면서 대학생활 때 뭐 했나 허무함을 느낀다고 하는데, 저는 1학년 여름방학을 떠올리면 터키 갔던 게 생각나고... 추억이 많아졌어요.“



원래 중학교 때까지 바이올린을 전공했다는 그는,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중학교 때까지 예고로 진학하려고, 매일 바이올린만 연습했는데,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니까 수업을 못 따라잡았어요. 그래서 성적도 바닥이고, 재미도 없었어요.”

 

그러던 그에게 “세계사” 과목은 공부에 재미를 붙여준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세계사를 배우는데, 너무 재미있고, 멋있는 거 에요. 그래서 그때부터 세계지도를 방에 붙여놓고, 매일 지도를 보면서 나라 이름과 수도를 외우고는 했어요.”

 

특히 그가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매력을 느낀 국가는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가 중첩되어 있는 터키”였다고 한다.

 

“터키의 이스탄불은 로마 시대에도 있고, 오스만 제국 시절에도 있고, 역사가 길잖아요. 거기다 동서양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성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도 있구요.”

 

터키에 흥미를 느낀 그는 다니던 독서실 책상에 성 소피아 성당 사진을 붙여놓고 “대학에 가면 꼭 가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대학에 진학한 후 맞은 첫 번째 방학을 꿈꾸던 터키에서 보낸다.

 

“터키에 가려고, 초등학생 때부터 모아왔던 세뱃돈이랑 대학 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일해 받은 돈으로 들어놓고 있던 적금을 깼어요. 또 터키 가기 1달 전에는 백화점 지하매장에서 일했구요.”

“어려서 그런지 혼자 해외로 낭여행을 가는 것이 불안하지 않았다는” 그는, 터키에 다녀 온 후, 여행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터키를 갔다 오니까 여행이 너무 재미있는 거 에요. 그래서 또 나가고 싶어서 다음 방학 때는 어디를 갈까 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게 배낭여행은 인도가 최고다, 그런 이야기를 해서, 그해 겨울 방학 때는 인도를 갔어요.”

 

특히 그가 지금까지 여행 다녀왔던 곳 중 가장 추천하는 곳은 “인도의 고아”였다.

 

“인도에 고아라는 곳이 있어요. 저는 별 생각 없이 거기에 갔는데, 처음에는 실망했어요. 너무 백인들만 있고, 휴양지처럼 리조트가 있고. 그런데 어떤 사람이 아람볼 비치라는 곳으로 가보라고 해서 거기로 갔는데, 진짜 여행자들 천국 같은 거 에요. 딱히 유명한 것은 없는데, 뭔가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그때 또 서양의 히피들이 축제를 했거든요.”

 

그 “자유로운 분위기”와 “인도의 다른 곳과는 다른 순진한 고아 사람들”에 매료되어, 그 곳에 장기간 머물렀다는 그.



“한국과는 다른 그곳”에서의 경험에 매력을 느낀 그는 휴학 기간 동안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고 한다.

 

“제가 대학교 들어가면서 꼭 한번 해봐야 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워킹 홀리데이였어요. 워킹 비자는 서른살이 넘으면 안 나오잖아요. 또 졸업하고 가는 것도 그렇구요. 그래서 휴학을 하고 캐나다에 갔어요.”

 

캐나다에서의 워킹 홀리데이는 “이방인으로서의 또 다른 경험”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왕 캐나다에 간 거니까, 캐나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어렵더라구요. 이력서를 아예 받아주지도 않고.”

 

“결국 토론토에 위치한 한인 운영 일식집에서 일했다”는 그는 “손님”과 “피고용인”의 차이를 체감했다고 한다.

 

“여행은 돈을 쓰러 온 거잖아요.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이 잘해주는데, 캐나다는 제가 돈을 벌려고 간 거니까, 이방인으로서 더 배제되고, 제약이 심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현실적인 것을 되게 많이 배웠어요.”

 

 

캐나다에서 이방인으로서의 현실적인 경험을 뒤로 하고, 그가 떠난 곳은 남미였다.

 

“남미는 원래 한번 쯤 가려고 했는데, 그렇게 빨리 갈 줄 몰랐어요. 원래 캐나다에서 번 돈으로 인도를 다시 한 번 가려고 했는데, 캐나다에서 인도로 가는 비행기 표가 너무 비싼 거

에요. 차라리 남미를 왕복하는 게 저렴해서, 이번 기회에 가보자 이렇게 해서 남미를 가게 되었어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여행하던 그에게, 볼리비아에서의 경험은 지금도 아찔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볼리비아에서 무서운 경험을 했어요. 아마존 쪽을 간다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그 구간이 세계에서 3대 무서운 구간이라고 하더라구요. 딱 버스 폭 만 한 산길을 12시간 동안 달리는데, 커브를 돌 때 버스 뒷바퀴가 길에서 벗어난 거 에요. 저는 처음에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는데, 현지인들이 소리 지르고 해서, 저도 버스 뒷바퀴가 좁은 도로 폭을 벗어나서 빠진 것을 알았죠.”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경험을 했지만, 그는 후배들에게도 떠나볼 것을 권유한다고 한다.

 

“제가 학회를 하는데 후배들이 제게 물어 와요... 어떻게 그렇게 여행을 다닐 생각을 했느냐,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스펙을 쌓긴 쌓아야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저는 그럴

때면 여행을 가라고 해요.”

 

 

“취업전쟁”이라는 요즘. 그는 스펙을 쌓는 대신 여행을 가는 것에 불안감이 없을까?

 

“제가 후배들에게 여행을 가보라고 하는 것은, 제가 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한 것들이 제게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아직 취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스토리텔링도 되고, 또 추억이잖아요. 저는 항상 생

각 하는 게 이렇게 마음껏 배낭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도 체력이 뒷받침되는 젊을 때, 또 학생이라는 신분일 때 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졸업을 했는데도 장기간 동안 배낭여행을 다닌다고 하면, 그건 좀 심적으로도 부담되지 않을까요?

여행을 하면서 추억과 경험, 그리고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는 그는, “사회학에 대한 흥미” 또한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한다.

 

“사회학을 복수전공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1, 2학년 때는 그렇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여행을 다니면서 제가 외부인의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니까 한국처럼 특이한 나라는 없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사회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기회가 된다면 취업을 하고나서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여 비교사회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그. 여행이라는 방식을 통해 배움을 계속해나가는 그의 이름으로, 언젠가 여행서적이 나올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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