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함께쓰는 민주주의

김원준, 김구 등 작사, 작곡 능력 갖춘 5인조 밴드 베일(V.E.I.L) 본문

인물/칼럼/인터뷰/문화초대석

김원준, 김구 등 작사, 작곡 능력 갖춘 5인조 밴드 베일(V.E.I.L)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9. 1. 21. 17:13

 

‘이제 우리 음악을 알릴 때가 됐죠!’


1990년대 대표적 ‘꽃미남 가수’ 김원준, 전 코요태 래퍼 김구, 이창현·정한종·강선우. 한동안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좀처럼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이 다섯 남자가 ‘베일(V.E.I.L)’로 뭉쳤다. 밴드다. 김원준과 김구가 밴드 활동이라니! 놀랍고 의외다. 마흔 살이 되기 전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고등학교 동창인 이창현과 정한종이 의기투합했다. 강선우가 가세한 것까지는 ‘밴드 출신들이 꼴리는 대로 음악을 한다는데 뭐~’라지만 댄스가수 출신 김원준이 밴드의 얼굴인 보컬로, 랩을 하는 김구를 팀원으로 영입했으니 말이다.
“보컬을 구하던 중에 유리상자 콘서트 게스트로 나온 원준의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보고 제안했고요. 김구는 나중에 결합했어요.”(리더 정한종)
베일은 이처럼 친구들의 장난처럼 결성됐다. 하지만 4년여의 준비기간은 장난과는 거리가 먼 치열함의 연속이었다. 술을 마시거나 잡담을 할 때도 ‘베일표 음악’을 고민했고, 또 노래를 만들었다. 이 첫 결과물이 지난해 8월에 낸 데뷔 음반 <퍼스트>다.
그런데도 지난 1년 동안 베일은 언론 인터뷰 등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들의 존재가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다. 철저히 지난 1년 동안 ‘베일’ 속에 자신들을 숨겼다. 아니, 그렇게 하기로 작심했다. 이처럼 팀을 꾸리고도 신중하게 준비해온 것은 스타가수 출신 멤버의 어정쩡한 조합이라기보다는 밴드 ‘베일’의 음악만으로 평가받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들 자신의 이름으로 활동을 했고, 원준이와 구는 얼굴도 많이 알려져 있잖아요. 처음부터 활동을 많이 하면, 음악보다는 멤버가 주목받고 우리를 단발성 프로젝트 그룹 정도로 여길 것 같아 일부러 매체 활동이나 인터뷰를 안했어요. 대신 대학로 등의 길거리 공연만 50번 정도 했죠.”(정한종)

 

세월의 흔적 묻어나는 김원준,
장난기 걷어낸 김구


한창 인기를 구사할 때 받았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던 5년. 좀처럼 나이를 먹지 않을 것 같았던 김원준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짙어졌고, 장난기 가득했던 김구의 얼굴에선 진지함이 묻어났다.
“학창시절 밴드 활동을 했고 록과 밴드를 좋아하긴 했지만, 제가 밴드 활동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록 보컬이라고 여기지도 않았고요.”(김원준)
“전 반대로 록이나 밴드음악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내가 할 분야도 아니었고. 하지만 지금은 그 매력에 빠지고 있어요. 춤 못 추는 아쉬움이요? 없어요. 나이 때문인지, 춤 안 추는 게 다행인걸요.”(김구)
한 마디 한 마디 의지에 찬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김원준과 김구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니었다. 나머지 세 멤버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베일의 얼굴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재미가 쏠쏠한 듯했다.
“얼굴만 보고, ‘김원준 밴드’라고 낙인찍지 말아주세요.”
최근에 낸 1.5집 <레슨1>은 멤버 개개인의 취향을 고르게 담은 음반이다. 데뷔 음반이 고유한 색깔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면, 장르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꽤나 실험적이다. 타이틀곡 <라디오>는 록이 기반이지만, ‘베일 장르’라는 멤버들의 설명처럼 퓨전 느낌이 강하다. <록킹 뮤직>에는 록·팝·힙합이 두루 섞여있고, 노래마다 래퍼 김구의 랩이 강조되는 것이 다른 밴드 음악들과 다르다.
이는 베일이란 이름 자체가 ‘배리어스(Various) 엘리먼츠(Elements) 인(In) 라이프(Life)’, 곧 ‘다양한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가 노래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베일의 노래를 장르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음악 자체가) ‘베일에 가려있다’는 중의적인 의미도 있다.
“나이요? 나이가 베일이에요. 전체적으로 나이가 많아서 그냥 다들 30대입니다. 그래서인지 팀워크는 최고입니다.(웃음)”(김선우)
음악적 갈증이 워낙 강했던 탓에 다섯 명 모두 뜨거운 창작열을 내뿜고 있다. 현재 준비해놓고 있는 미발표곡만 100곡이 넘는다. 보통 밴드들이 창작의 고통 탓에 1년에 음반 한 장 내기도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열정이다. 이런 밑천들이 축적된 덕에 조금 더딘 발걸음이지만, 이제부터는 활동에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가을께 <레슨2>란 음반이 더 나온다.
“작업하다보니 너무 많은 곡들이 생겨서 <레슨1>을 냈어요. 정규음반에서는 자신의 취향들을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각자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녹였죠. 한마디로 우리에겐 쉼터 같은 음반이에요.”(정한종)
“함께 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한 10년쯤 같이 산 가족 같아요. 다들 음악적 끼와 재능이 많은데, 이걸 표출할 창구가 필요했어요. 베일이란 이름으로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고 중간에 ‘레슨시리즈’로 명명한 싱글 앨범을 통해 개성을 담아낼 겁니다.”(이창현·장선우)

 



‘노래, 사람, 일……. 베일은 남다르다’


베일의 팀워크는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도 배리 굿이다. “처음에는 각자의 장르에서 활약한 우리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은 에너지가 흘러넘쳤고, 지금까지 한번도 싸우지 않았습니다.”(장선우)
음반에 발표한 모든 곡의 저작권을 베일이란 이름으로 등록했다. 공동 창작·공동 저작권 공유 등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게 원칙이다. “우리는 멤버들이 곡을 쓸 때 다른 멤버가 그 자리에서 술을 마셨어도, 저작권을 평등하게 나눈답니다. 하하하.”(이창현)
한국은 밴드들이 활동하기엔 공간과 무대가 턱없이 좁다. 더구나 요즘에는 음반도 잘 나가지 않는다. 다섯 멤버 전원의 독자적인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고, 경제적으로 궁핍하면 질투와 반목이 있기 마련. 이들은 투잡스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김원준은 KBS 오디오디엠비에서 ‘매직 인 더 월드’ 진행과 동시에 숭실대와 대구예술대 강의를 한다. 김구는 에스케이텔레콤, 삼성전자, 스포티지 등의 광고에서 성우로 맹활약 중이다. 멤버들의 말을 빌리자면, 광고계에서 “쏟아지는 수도꼭지”다. 공익광고에서 흘러나오는 “참 잘했어요”, SK텔레콤 ‘T’에서 굵직한 음성 “나는 나를 좋아한다. 나는 나다”, 삼성전자 “당신의 TV는 블랙패널입니까”는 모두 김구의 목소리다. 김선우·정한종은 기타 선생과 세션 및 공연 기획자로, 이창현은 음반 프로그래머로 활동한다.
바쁜 개인 일정으로 연습을 위해 모이는 것 자체도 녹록치 않다. 그런데도 바쁜 시간을 쪼개 밴드활동을 하는 이유는 ‘밴드 음악’에 대한 갈증과 욕심 때문이다. 김원준은 “대학과 방송을 통해 받는 강의료와 출연료, 자작곡 저작권료로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수익의 일부는 밴드의 음반작업비 등으로 틈틈이 보태왔다. 이들의 목표는 “좋은 곡과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다.
활동의 첫 단추는 이달 3일(금)~4일(토) 이틀 동안 대학로 질러홀에서 여는 콘서트 ‘바캉쇼’로 꿴다. 성공회가 주최하는 결식이웃돕기 주먹밥 콘서트에도 꾸준히 참석하려고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틈 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싶어요.”(이창현)
일단은 국내에서 인정받는 게 먼저다. “대한민국에서 밴드하기는 쉽지 않지만, 꾸준하게 오래하면 대가가 꼭 돌아 온다고 봅니다. 텔레비전을 틀었을 때 수도꼭지처럼 우리의 노래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소신을 갖고 열심히 하면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김원준)
10년 넘게 음악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이들, 아직은 모두 여자친구가 없다. “음악과 사귄다.”면서도 “서로 애인이 빨리 생기길 기원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활동이 무르익으면, 올해 안에 중국과 일본 진출도 추진하려고 한다.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국외 활동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많아요. 올해 말에는 일본과 중국에 진출할 생각이에요.”(정한종) “10년, 20년이 지나도 지금 이 느낌 이 열정 그대로 활동할 겁니다.”(김원준)
틀에 박힌 음악적 장르를 고집하지 않는 대신 ‘베일표’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이들의 음악적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글 김미영 한겨레신문 기자
사진제공 원엔터테인먼트 제공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