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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삶을 노래한다 희망의 노래 꽃다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9. 1. 16. 10:55
 
 

“아직도 활동을 해?”
이번 달 ‘그곳에 희망이 있다’ 취재처를 말하는 나에게 사무실 선배가 한 말이다. 이 선배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희망의 노래 ‘꽃·다·지’
19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나에게 꽃다지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학생회방에서 밤늦게까지 대자보를 쓸 때 곁의 친구가 불러줬던 ‘전화카드 한 장’에 한 숨 돌리기도 했고, 술자리에서 선배가 나지막이 부르던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민들레처럼’ 등을 들으며 눈물짓기도 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그리고 투쟁의 현장에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했던 꽃다지의 노래들. 그들이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곧 콘서트도 열고 새 음반도 낸다는 소식에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이번 호 취재대상으로 결정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아가던 날,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대학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조금은 들뜨고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꽃다지의 15년

 

꽃다지는 1992년 3월 ‘노동자 노래단’과 ‘삶의 노래 예울림’이 통합하여 창립된 전문 노동가요 집단으로, 그동안 ‘통일이 그리워’, ‘서울에서 평양까지’, ‘민들레처럼’, ‘바위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와 같은 민중가요의 히트 곡들을 발표해왔다.
지하에 위치한 사무실로 내려가자 한창 연습 중인지 기타소리가 가득했고 민정연(40) 대표가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았다.
곧 창립 15주년을 맞는 소회부터 물어봤다.
“사람들이 저희를 만나면 ‘어떻게 아직도 노래를 해?’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15년 동안 어떻게 지내왔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음악’ 때문이었어요. 저희는 하나의 장르에 머물렀던 적이 없었어요. 기존의 민중가요를 계승하면서도 변화하고 있는 대중의 정서에 걸맞은 변화와 장르를 고민하고, 끊임없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주목과 비판도 많이 받았고, 이런 비판들은 향후 꽃다지의 행보에 발전적인 조언으로 새겨듣고 있어요. 흔히들 꽃다지를 ‘민중가요의 종갓집’이라고 합니다. 민중가요에 대한 기대를 꽃다지에 거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실 부담이 되기도 하구요.”
민 대표의 말처럼 꽃다지는 여러 가지 음악적 변화들을 시도해왔다. 3집 <진주>부터는 모던 록으로 음악적 변신을 꾀했고, 싱글 음반 3집 <반격>에서는 국악과 접목하기도 했다. 예전 1·2집에서 들려줬던 투쟁적이고 서정적인 음악들을 기억하고 향수하는 이들에게 이런 변신은 낯설었다.




“저게 민중가요냐는 욕 많이 먹었어요. ‘전화카드 한 장’도 처음엔 얼마나 욕을 먹었는데요.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 정서가 변화하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죠. 1990년대 중반까지는 조직운동이 활발했기 때문에 조직운동에 기대서, 사실 무임승차해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자리에서 노래만 불렀어요.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조직운동이 쇠퇴하고 대중운동이 정체되면서 스스로 노래할 수 있는 자리를 조직해야 했습니다.
대중에게 민중가요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사운드도 바뀌고 직설적이고 대의적인 화법도 개인적 차원의 것으로 바뀐 거죠. 낯설고 다른 음악에 ‘변했다’라고들 했지만, 노래와 활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겁니다.”

 

대중과 직접 만나다

 

현재 꽃다지는 대표 민정연 씨와 매니저 하장호(32), 가수 이태수(37)와 조성일(35) 씨 등 4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과 올 봄에 두 명의 여성 가수가 새로 들어왔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만두고 말았다고 한다.


꽃다지는 그동안 직접 대중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음반 발표나 콘서트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시도해왔다. 중·고등학교 순회 콘서트 ‘우리는 청년이다’와 ‘꽃들에게 희망을’, 영세사업장 중심의 공장 순회 콘서트 ‘밥이 되는 노래’,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콘서트 ‘손을 잡아야 해’ 등을 통해 직접 대중을 찾아가 만났다. 공장 노동자, 이주 노동자와 함께 하는 콘서트는 십분 이해가 됐지만 청소년을 찾아가는 콘서트는 과연 학생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어떻게 그 공연이 가능했는지 궁금했다.
“저희도 반응이 어떨지 사실 걱정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서 공연을 해 보니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조금 촌스럽지만 노래를 잘하고, 무언가 생각하게 하는 가사라는 거죠.
공연은 저희가 요청한 경우도 있고 선생님들로부터 요청을 받은 경우도 있어요.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학생들에게 접하게 하고 싶어 초청하는 선생님들도 있고, 예전 꽃다지의 왕팬이었던 분들이 선생님이 되어 초청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 팬인 선생님들이 초청한 경우는 학생들에게 미리 음악이나 국어시간에 사전교육을 시켜놓기 때문에 반응이 아주 뜨거워요.
공장에 찾아가 노동자들을 만나고,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민중가요가 집회에서만 불려지는 노래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민중가요의 다양성을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삶을 노래한다

 

곧 새로 나올 음반은 꽃다지가 현재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이 잘 드러나는 노래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잘 살린 창작곡을 중심으로 홈페이지에 소개해 놓은 곡이 아닌 새로운 노래들로만 구성한다고 한다. 요즈음 두 가수의 창작열이 최고조라고 하니 시쳇말로 기대 만빵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꽃다지의 노래들을 다시 들어보았다. 귀에 익숙한 노래부터 낯선 노래들까지 이어 들으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이들의 노래가 굳건히 이 땅에 발을 내딛고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온라인상에 신곡으로 소개되어 있는 곡 중 ‘노래의 꿈’의 가사가 노래를 듣는 내내 가슴속에 울림을 만들었다. 그건 마치 어제를 잊고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우리 모두를 향한 그들의 외침이자 다짐처럼 들렸다.

 

한땐 나와 나의 동료들은
거친 세상에 맞서 싸우던 사람들의
분노가 되고 희망이 되어
거리에서 온 땅으로 그들과 함께 했지
그땐 그대들과 난 아름다웠어
비록 미친 세월에 묻혀 사라진다 해도
다시 한 번 그대 가슴을 펴고 불러 준다면
끝까지 함께 할테요


이수원 herstorian@kdemo.or.kr
사진 황석선 stonesok@kdem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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