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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공공미술프리즘 본문

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일상적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공공미술프리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0. 02:55
일상적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공공미술프리즘


기념사업회 사무실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시립미술관에서는 한 외국 유명 작가의 전시가 한창이다. 방학을 맞이해 아이들에게 좋은 전시를 보여주려는 부모와 학생들로 하루 종일 북새통이다. 요새는 방학숙제 중 하나로 전시회 입장권 한 장 쯤은 가져가야 한다니 더더욱 난리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도 수많은 사람들 틈에 치어서 여유 있게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작품 설명을 듣는 일 조차 힘들다.


이 모습들을 보면서 미술을 생활 속에서 보다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마침 사무실 선배로부터 공공미술의 작업 중 하나로 족구장을 만드는 친구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재밌겠군!’이라며 바로 이번 호의 주인공으로 결정했다.
8월 한여름의 폭염을 뚫고 공공미술프리즘(이하 프리즘)을 찾았다.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에 대뜸 족구장 얘기부터 물어봤다.

 

참여와 소통, 그 매개로서의 미술

 

“처음에는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벽화 작업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작업을 계속 하다보니 사람들이 벽화단체라고 생각하더라구요. 우리의 고민은 미술의 사회적 기능이 무엇인지, 공간 작업을 통해서 미술의 사회성이 무엇인지 그 담론을 도출해보고 싶은 것인데 말이죠. 그러던 차에 문화 소외층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 그리고 아버지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좋아하는 운동이 족구라는 것을 알고 족구장 바닥의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거죠.”


프리즘의 대표 유다희(30세) 씨의 대답이다. 프리즘은 지난해에 ‘동네와 일터에 우리가 만드는 족구장’이라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로 일산가구공단청년회의 족구장을 청년회 회원들, 회원들의 가족, 동네주민들과 함께 했다. 예술과 스포츠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한세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도 족구장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곧 경기도 안산시 사할린 마을에 사할린 어린이들이 한국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며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족구장을 함께 만들 계획이다.

 

“졸업 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의 매체를 보다가 예술가는 사회에 어떤 존재인가 즉 예술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그러다 지하철 프로젝트에 작가로 참가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공공미술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200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프리즘은 그동안 족구장 프로젝트 외에도 꿈꾸는 별이 뜨는 초등학교, 나의 그림이 있는 벽화 그리기, 걷고 싶은 문화의 거리, 안양천 프로젝트 :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도마뱀, 그림이 있는 학교 가는 길, 우리가 만드는 우리 마을, 작가와 함께 출퇴근하는 버스프로젝트 : 부르릉! 작가와 함께 출퇴근 버스를!, 길 프로젝트 : 하나의 길 네 개의 감성, 사할린동포 어르신들과 4·5세대와 함께 하는 고향 마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미술 작업을 해오고 있다.

“5년 전 가리봉동 지역을 답사하다가 5~7살 어린이들이 삭막하고 나쁜 시설에서 즐겁게 노는 걸 보고 미안함과 함께 반성을 했어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 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결국 어른들 책임이고 여기에 문화적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프리즘은 ‘참여와 소통, 관계 속에서 문화적 풍경과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문화예술 사회를 위해 직접 문화를 설계하고 교량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한 새로운 대안을 제안하기도 하는 문화예술단체’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프리즘이라는 단체명도 빛의 파장을 얻는 ‘프리즘(Prism)’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회나 문화에 대한 인간의 자유로운 인식의 확장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프리 줌(Free-Zoom)’이나 ‘프리 존(Free-Zone)’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가 만드는 우리 마을’도 지역의 공공장소를 주민과 예술가들이 미술을 통해 마을이라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해보고 직접 작업을 하면서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을 나누는 프로젝트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지역과 지역이 만나는 공간, 편하게 마을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작지만 큰 공간에서 마을을 이해하고 자생할 수 있는 힘을 ‘소통’이란 주제와 ‘공간’이라는 매개로 모두를 연결하고자 하는 작업인 것이다.
“마을 주민들의 공간을 일방적이 아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작업 과정을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 대한 보살핌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거죠. 세련됨과 완결성은 없지만 투박함 속에 진실성이 담겨 있어요.”

 

프리즘을 통해서 본 공공미술

 

인터뷰를 준비하며 정부가 주관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심사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심하다 할 정도로 벌어지는 것을 보고 공공미술의 영역도 자본의 힘 앞에서 여지없이 그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았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경계를 쌓으면서 스스로 자기만의 공공미술에 대한 고집을 앞세우는 거죠. 서로 들어주고 욕심내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죠.

 

2~3년 전만 해도 공공미술 단체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많아졌어요. 영역의 확대로 본다면 좋은 일이죠. 미술이 아닌 타 영역에서도 참여하고 있으니까요.
더불어 공공미술의 영역에 대한 시각의 확대도 필요합니다. 공공미술은 마을 만들기라는 식의 매뉴얼화 된 인식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움과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자본을 앞세워 점점 거대해 지고 있는 문화산업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대형 문화산업에 대한 비판도 준비 중인데, 문화산업의 문제점은 관객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이라는 거예요. 보이지 않는 문화의 명품화인 거죠.


요즈음 누구나 부쩍 커진 문화예술의 힘을 느낄 겁니다. ‘문화’가 하나의 코드일 정도니까요. 이렇게 누구나 아는 문화를 어떻게 설명하고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여전히 문화·예술의 장벽이 많아요. 장벽을 허물고 유쾌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공공미술을 통해서 문화 소외층을 찾아가고, 보여주고, 이야기해주는, 예술가 스스로 장벽을 벗는 태도의 유연성, 커뮤니케이션의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문화 민주화가 필요한 거죠.”

 

유 대표는 홈페이지에서 <공공미술프리즘?에 대한 일목요연한 답변>이란 글에 ‘공공예술이란 예술 생산자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대사회적 책무를 가지고 공동체의 집합적인 사상의식과 생활 질서에 바탕을 두고 ‘생산의 문화예술’을 꿈꾸는 개념이다.’라는 공공미술 비평가 수잔 레이시의 말을 적어 놓았다.


미술을 통해 소통이 안 되는 영역을 찾고 확장하며 그 경계를 허물기 위해 “아직도 도전 중이며, 늘 도전하고 도전을 통해 배워 간다.”는 프리즘. 그들은 오늘도 문화예술의 열린 장 속에서 진실과 희망을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세상, 소회된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항상 그들을 배려하는 세상, 특정한 공간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세상, 문화예술을 통해 자유롭고 조화로운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글 / 이수원

사진 / 황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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