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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뚜벅뚜벅걸어서오세요 부암동사랑모임 글·양지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yangjikdemo.or.kr 사진·염동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dhyeomkdemo.or.kr 뜨는 동네가 있다. 홍대 거리, 삼청동, 신사역 가로수길에 이어 부암동이 뜨고 있다. 경복궁 역을 지나 자하문터널을 나오면 인왕산이 눈앞에 보이고 단층집들과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이어지는 부암동이 있다. 서울 같지 않은 동네다. 이곳이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동네 골목길 관광 코스로도 알려졌다. 차츰 카페들이 생겨나더니 이젠 오래된 철물점, 이발소가 카페로 바뀌었다. 사진관도 목욕탕도 예외가 아니다. 대문도 안 닫고 살던 동네였다는 데 이젠 집을 들여다보며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대문을 걸어 잠근다고 한다. 골목도 쓰..
평화시장 어느 헌책방 -전태일기념사업회 전 상임이사 민종덕 글·최현정 chhjungparan.com기나긴 싸움, 죽음, 수배생활을 이야기했다. 평생을 가지고 씨름했던 익숙한 말들을 막힘없이 풀어내는 전라도 사투리에 심지가 굳다.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 입에 딱딱 맞아 떨어지는 노동운동 구호가 그렇게 소박하고 부드러울 수 없다. 사람을 아끼라고 나무라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죽음을 말하면서도 하나도 슬프지 않다.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같다. 쾌청하다. 힘이 난다. 전태일기념사업회 전 상임이사 민종덕 선생님. 전태일을 뒤따라 노동자로서 살아왔다. 인터뷰 원고를 쓰는데 동희오토 농성장에 철거깡패들이 닥쳤다는 소식이다. 그렇다. 나아가야지. 갈 길이 멀다. 민종덕 선생님은 지금 어떤 표정을..
전태일다리에서 살아오는 아름다운 청년의 기억 - 전태일다리 이름 짓기 캠페인에 참가한 김영문, 김민수 씨 글·사진 이은희 eunny21naver.com 올해 11월 13일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자신의 몸을 살라 참혹한 노동현실을 고발한지 딱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전태일재단에서는 전태일 2010이란 제목으로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전태일다리 이름 짓기 범국민 캠페인 808국민행동. 40여 년 전 스물셋 꽃다운 청년 전태일이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그었던 청계천 평화시장 앞 열세번째 다리(현재의 버들다리)를 전태일다리 로 부르자는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김영문, 김민수 씨를 만났습니다. 지난여름부터 청계천 평화시장 앞 다리 위 전태일 반신 부조상..
900만 명의 전태일 글·송경동 5미터 포크레인 다리 위에서 이 글을 쓴다. 빨리 마쳐야 한다. 오늘 내로 강제 진압하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것도 다행이다. 그러니까 그제 자정 무렵 기륭전자 비정규직 김소연 동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낮은 목소리. "낌새가 이상해요. 내일 새벽에 들어올 것 같아요." 물어 볼 필요도 없다. 1880일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출근투쟁과 천막농성을 해온 사람들이기에 감이 틀린 적이 없었다. 아쉬운 술자리를 중단하고, 구로동으로 향했다. 쉬지 않고 문자를 날리며. 그렇게 보낸 문자가 늘 수백 통이다. "[긴급] 기륭농성장 내일 새벽 침탈위협. 가능한 분들 함께 해주시면. 늦은 밤 미안합니다." 벌써 두 동의 농성천막은 먼저 와 잠든 사람들로 ..
얼굴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우리텃밭 제철꾸러미 글·양지연 yangjikdemo.or.kr # 현관 앞에 택배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이번엔 뭐가 들었을까. 얼굴엔 벌써 웃음이 한가득 번진다. 조심조심 상자를 열어 보면 깨알 같은 글씨의 편지 한 장이 먼저 눈에 띤다. 두부 한 모, 신문지에 곱게 싼 파 한 단, 빨간 고추 초록 고추, 갓 담근 오이김치 한 봉지, 이름 모를 나물 한 움큼, 찰보리쌀 조금, 청포도......보기만 해도 입가에 침이 돈다. 친정 엄마가 정성껏 싸주신 듯 깔끔하고 싱싱한 반찬거리들을 받아보는 행복이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수요일이면 현관문을 두드린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진행하고 있는 우리텃밭 제철꾸러미 사업이다. 여성농민들이 텃밭에서 농사지은 ..
우리와 우리의 커피 한잔 - 커피당 글·최이삭 redsummer312gmail.com 보스턴 차(茶) 사건은 영국의 과도한 세금 징수에 대한 저항으로 미국인들이 보스턴 항에 정박한 동인도사의 차 상자들을 바다에 버린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영국이 자신들에게 세금을 매길 권한이 없다는 미국인들의 생각을 공표한 것이다. 차 한 잔에까지 스며든 높은 세금의 족쇄는 미국 시민들에게 그들의 낱낱의 생활이 억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게 했다. 미국인들이 이후 선택한 차는 커피였다. 영국적인 삶, 부당한 세금으로부터의 삶을 대변하는 차(茶)에 맞서 커피는 자유와 애국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크고 작은 커피하우스가 생겨났다. 오늘날 한국에서의 커피는 무엇을 상징하나. 식후의 여유, 고도성장 경제, 도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