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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웃들에게 온기를 나눠주는 따뜻한 세상 만들기 본문

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기를 나눠주는 따뜻한 세상 만들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0. 01:52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 그래야 따뜻한 군고구마, 호떡이며 오뎅 등의 먹을거리가 제 맛을 찾고 구질구질한 겨울비 대신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면서 겨울다워진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날이면 그 눈부신 순결함이 주는 아름다움에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아이들은 눈싸움 할 생각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스케이트나 스키, 스노보드 등 겨울 스포츠를 손꼽아 기다려 온 사람들은 시기를 놓칠세라 움직임이 바빠진다. 이처럼 겨울이 제 아무리 맹렬하게 달려들지라도 추위가 하나의 필요악처럼 생각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러나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뒤로 하고 겨울은 그 날카로운 시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할퀴어 놓기도 한다. 가난이 더욱 섧게 느껴지는 시기,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 구세군의 종소리가 해마다 울려 퍼지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것은 그 차가운 손을 함께 잡아주는 또 다른 손의 온기일 것이다.

 

‘따뜻한 세상 만들기’(이하 따세)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전국에 걸쳐 수 천의 회원이 있지만 첫 시작은 단 한 사람으로부터였다.
안형모 ‘따세’ 회장이 지난 1999년 홈페이지를 개설했을 당시는 인터넷 모임이 그리 활성화 되지 않았고 봉사활동에 관한 정보도 많지 않았다. “봉사활동 관련 정보가 공개되어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엄청나게 많이 있지만 그때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으면 종교에 관련되거나 아니면 동사무소, 사회복지과 같은 곳에 직접 가야했거든요. 그런데 마음은 있어도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안 회장은 ‘따세’를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은 후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곳에 대해 조금씩 정보를 수집해 나감과 동시에 홈페이지 제작을 배웠다. 둘 다 처음해 보는 일인 만큼 몇 개월을 끙끙거려 겨우 개설은 했지만 생각만큼 운영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커뮤니티의 카페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이에 눈을 돌린 그가 중앙 카페를 개설하자 회원이 모이면서 그토록 바라던 정보교환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활동의 싹이 틔어졌다. “그동안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았어요. 마음은 다들 있었는데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던 거죠.”


최초의 회원모임을 가진 이후 전남 담양의 ‘빛고을 공동체’라는 장애우 20여명이 생활하는 무인가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자원봉사자 인원은 2~3명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었지만 이후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해, 후에는 50~60명에 육박하여 너무 많은 인원이 문제가 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봉사 횟수와 장소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또한 회원이 전국에서 가입해 왔기 때문에 이를 조정해야 할 문제도 있었다. 따라서 한 회원이 광주 지역을 맡아 보겠다고 자원한 것을 계기로 ‘따세’는 지역에 따라 카페를 조금씩 분리, 독립시키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두면 이거 다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위기의식에서 시작한 안동 문화 지킴이(이하 문화 지킴이)는 거창한 사업보다 당장 손에 빗자루부터 들었다. 비단 지정 문화재뿐만 아니라 비지정이지만 충분히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문화재들이 오랜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안동 인근 지역의 문화재를 답사해 함께 청소하며 가꾸는 일을 거르지 않고 있다.


또한 『사람과 문화』라는 월간 소식지의 발간을 통해 안동의 문화재를 소개하고 시민들과 의사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문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의식이 높아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안동에 ‘임청각’이라고 보물로 지정된 집이 있습니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면서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내셨던 석주 이상룡 님이 태어난 곳이지요. 이 집을 세 차례나 팔아서 군자금으로 썼다고 합니다. 저희는 적어도 안동에서는 이 곳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하루는 저희 지킴이 중 한 분이 시민들에게 질문을 했었습니다. ‘안동에 임청각이 어디 있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그런 데 없는데요’하더라는 겁니다. ‘임청각이라고 저는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하고 재차 물었더니 ‘안동에 그런 중국집 없어요’하더랍니다.”

 

따로? 또 같이!
분리시킨 지역의 상황과 활동을 지켜본 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운영권을 넘겨주었다. 운영자는 자청한 사람이나 혹은 지역 회원들의 자체적인 선출을 통해 확정되었고 이는 곧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어느덧 춘천, 구리, 홍천 등 소도시까지 확장되어 현재는 약 80여개의 지역별 카페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따세’의 유일한 정의는 ‘봉사를 위한 사람들’이라는 것뿐. 그 외에 중앙 모임은 특별한 제한이나 회칙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지역 단체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따세’의 특징이다. 따라서 봉사의 대상, 방법, 횟수 등 모든 방침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각 지역의 상황과 회원들의 성향이 천차만별이라 ‘따세’를 위한 회칙이 오히려 해가 되거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연령층 등 모인 회원들의 성향이 참 많이 다릅니다. 젊은 친구들이 주축이 되어있는 곳은 주로 몸으로 하는 일을 많이 진행하고, 연령이 높으신 분들이 모인 곳은 후원과 동시에 직접적인 생활에 관련된 일을 도와주십니다. 때에 따라 회비가 필요할 때도 있는데 이 역시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주인이지요.”


이렇게 각각의 독립된 카페들은 다시 중앙 홈페이지에 묶여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도록 하는 것이 안 회장의 역할이다. ‘따세’의 중앙 홈페이지에서는 모든 지역의 카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링크시켜놓고 있으며 이들 지역간의 의사소통 또한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따로 활동하면서도 보다 많은 이들과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이렇게 굳이 ‘따세’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마다 실정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활발하게 잘 이끌어나가는 곳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서로 조언을 해줄 수 있으며 잘 된 사례를 함께 나누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들의 긴밀한 연결은 단지 온라인상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광주, 대전, 가평, 포항에서 전국 모임을 가져온 것. 150~200여 명 정도 중학생부터 많게는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하며 각 지역별 사례 발표며 어려운 점들과 좋았던 일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돈독한 정을 나눈다.
이런 전국 모임 외에도 ‘따세’를 책임지고 있는 운영자들만의 시간 또한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가져왔다. 보다 나은 운영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은 사회복지와 관련된 사람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각 지역단체를 맡아 이끌어 나가면서 실수도 하고 착오도 겪는 과정을 거치면서 리더로서의 면모을 갖추게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안 회장이 가장 뿌듯해 하는 점도 바로 이들이다. 자원 봉사자들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사람들이 ‘따세’를 통해 많이 배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따세’가 아니더라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리더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자원봉사 문화를 좀 더 활성화 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사실 봉사활동이란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다만 처음 시작이 어렵지요.”

 



첫 걸음을 떼어보자
모두들 봉사활동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이야기 한다.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반드시 여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딱 그만큼만 욕심 부리지 않고 한다면 그로 인해 얼마나 세상이 훈훈해질지 모른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 모든 말이 맞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를 행동에 옮기기란 참 쉽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따세’의 회원들만 보더라도 단 한번에 참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몇 단계의 머뭇거림을 거쳐서 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된다고 한다.


처음은 회원 가입. ‘따세’의 홈페이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찾기 때문에 회원 가입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다음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기까지가 어려우며 몇 번의 주저 끝에 겨우 참석한 이후 봉사활동을 결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어떻게 내가 할 수 있을까 겁부터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활동 이후부터는 한결 쉬워진다. 생각보다 봉사활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 내가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됩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돌본다고 했을 때 대부분 겁을 내요. 못할 것 같다고. 그러나 막상 하면 별 거 없습니다. 그저 청소나 빨래, 혹은 말동무를 해주면 돼요. 정말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대하듯 그렇게 하면 됩니다. 요즘은 특히 자신의 특기와 소질을 살려서 봉사활동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더욱 좋지요.”


이들의 활동 범위에는 제한이 없다. 만약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망설인다면 당장 ‘따세’를 찾아가라고 권유하고 싶다. 본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기와 소질을 살린 봉사활동
불황 탓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오히려 이럴 때 불우이웃에 대한 모금액이 늘었다는 소식을 들어 반갑다. 추위는 사람과의 사이를 좀 더 가깝게 만든다. 차갑고 차가워서 슬픈 겨울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서로가 따뜻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멋진 계절이기도 하다. 한파가 몰아칠수록 우리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온기를 나누고 싶다면 이 따뜻한 세상 속으로 들어오라.

 


 

글 / 서민숙

사진 / 황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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