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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그들은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꿈꾼다 <나눔과 함께> 본문

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그들은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꿈꾼다 <나눔과 함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0. 02:02



‘싸바싸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미팅에 나온 남자가 몸을 흔들고 있는 상대방 여자에게 궁금하다는 듯이 “춤추는 거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여자는 “춤추러 갈래요?”라며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대답을 한다. 이후 두 남녀가 춤을 추듯 신나게 빨래를 하는 장면이 화면에 들어온다. 미팅에 나온 두 젊은이가 만나 봉사활동을 한다는 내용의 한 기업 이미지 광고의 이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잠깐이나마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는 이런 ‘봉사’와 ‘나눔’의 의미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고민하며 실천하는 지역복지센터 <나눔과 함께>가 있다.

 

지역자원을 활용한 봉사
<나눔과 함께>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03년이다. 당시에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라는 시민운동단체의 부설로 있던 공부방을 운영하던 활동가들이 소외된 이웃과 지역운동을 고민하던 중에 조금은 편하고 가깝게 주민들과 만나는 좀 다른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눔과 함께>가 만들어진지 이제 3년이 지났지만 지역에서의 활동은 짧은 기간에 비해 폭넓은 편이다.
우선 이들은 독거노인을 위한 ‘효 119’라는 노인복지 사업에 중심을 두고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식사 해결을 위해 도시락 배달을 하거나 아팠을 때 병원에 모셔다 드리는 일, 생일상을 차려주거나 말벗이 되드리는 일 등이다.
이것은 모두 지역에 사는 이들이 하는 봉사지만, 가정방문을 통해 집수리를 하는 일이나 머리를 자르는 일 등의 전문적인 분야는 실제 그 분야에 직업을 가진 이들이 직접 봉사를 한다. 그야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렇듯 <나눔과 함께>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주는 후원회원들이다. 3, 400명 되는 후원회원 중 3분의 1은 직장 때문에 직접 봉사를 할 수 없는 생활인들이다. 이들은 매월 후원회비를 지원해 주고 나머지 3분의 2는 몸으로 직접 뛰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되어 있다.

 

‘효 119’
“저희가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게 바로 재정의 독립이예요.” 노인복지팀장 조영옥 씨의 말이다. 다시 말해 ‘재정적 독립 = 사업의 독립’이란 등식이 성립된다는 것은 어떤 단체에서건 고개를 끄덕이는 일일 것이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의지와 철학이 어떠한 간섭에도 휘둘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또 “복지단체가 후원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저희는 자원봉사자들이 많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매꿔 갈 수 있어요. 재정이 넉넉하진 않지만
지역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는 지역자원을 활용한다는 면에서 우리가 원하는 일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참 저희한테 좋은 일이 생겼어요.”
조영옥 팀장이 ‘효 119’에 대해 설명을 하다 사뭇 흥분된 얼굴을 하며 밉지 않은 자랑을 늘어 놓기 시작한다. 어느 기업에서 주최한 경차차량지원사업에 <나눔과 함께>가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당선되어서 상품으로 경차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차가 없어서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할 때 집집마다 걸어서 갖다 드려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하고 여름엔 음식이 상할까봐 조바심을 내고 뛰어다녔는데 이젠 한시름 덜게 되었다며 마치 본인이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받은 것처럼 좋아한다. 이들이 활동하는 부평구에는 전체 20여 개 동, 대략 400여 명의 독거노인들이 이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 상품으로 탄 경차는 그야말로 봉사자들의 기동력을 몇 배 빠르게 해줄 좋은 선물임에 틀림없다.

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차가 없어서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할 때 집집마다 걸어서 갖다 드려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하고 여름엔 음식이 상할까봐 조바심을 내고 뛰어다녔는데 이젠 한시름 덜게 되었다며 마치 본인이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받은 것처럼 좋아한다. 이들이 활동하는 부평구에는 전체 20여 개 동, 대략 400여 명의 독거노인들이 이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 상품으로 탄 경차는 그야말로 봉사자들의 기동력을 몇 배 빠르게 해줄 좋은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
얼마 전 한 TV방송에서는 가난이 대를 이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극빈층의 안타까운 모습을 취재한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가난’이라는 어른들의 몫이 고스란히 그들의 아이들에게 되물림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저소득층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끼치는 문제는 비단 교육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공부방 교사들은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괴리감이 크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면 공부방에는 기업이나 후원단체에서 기증한 좋은 컴퓨터가 있는데 자기 집에 가면 컴퓨터가 없죠. 없는 것에 대한 허탈감을 또 한번 느낀다는 거죠. 그렇다고 공부방에 컴퓨터를 없앨 수는 없잖아요. 뭐 이런저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하는 거죠. 여러 가지가 많죠.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도 있고 그러다보니 학교나 집에 정을 부치지 못하고 ……. 학교를 그만두고 여러 곳을 전전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그런 아이들을 받아 줄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잖아요.”




이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8개의 공부방 운영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그것을 기초로 현장 교육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공부방에 오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 부모 가정이거나 저소득층의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불완전한 정서를 보살펴 주거나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심리치료와 미술치료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영옥 팀장은 “현재 공부방들이 처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고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나눔장터’는 조금은 위축되어 있거나 힘들어하는 공부방 아이들도 모두 즐거워하는 행사다. 지난해에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호응이 좋아서 금년에는 4회로 그 횟수를 늘렸다. 이달 18일(토)에 부평구청사 앞 광장에서 두 번째 ‘나눔장터’가 열리는데 아이들은 벌써부터 여러 가지 팔 물건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 자기에겐 필요 없지만 남들에겐 필요할 수 있는 필통이나 가방, 모자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팔아 얻은 수익금을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비용으로 사용한다. ‘나눔장터’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에겐 재미나고 신나는 놀이터, 기초적인 실물경제를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변할 수 있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주변의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나눔의 미덕’이 생겨나기 시작한 일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 아닐까 한다.
장애인 분야는 처음 <나눔과 함께>에서 출발을 같이 했지만 현재는 ‘부평장애인자립센터’로 독립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장애인 한분이 그런 말을 하셨어요. 너희는 장애인복지를 한다면서 이동시설도 되어 있지 않는 이런 건물에 있느냐는 것이죠. 그때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사실 저희는 그 생각이 우선이 아니었고 월세를 더 먼저 고민을 했거든요.” 장애인복지가 또 다른 전문 분야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독립한 이유다. 하지만 <나눔과 함께>는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체험교육을 진행 한다.
‘청소년 편의시설 실태 조사단’을 꾸려 실제로 장애인처럼 휠체어를 타고 관공서라든지 건물 진입 등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고 조사한 것을 인권지수로 만들어 보는데 80점부터 100점까지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점수지만 실제 도서관이나 관공서, 하다못해 대학도 수치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복지는 ‘수혜’가 아닌 ‘권리’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 한 아주머니가 너무도 편한 얼굴로 찾아와 취업상담을 할 만큼 이곳은 지역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현안들이 있고 그 문제를 푸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단체는 그 나름대로 사회적 요구에 맞게 목소리를 내며 정면으로 풀어가기도 하지만 저희는 주민들과 생활의 문제를 복지차원의 방식으로 접근해서 해결하려고 하는데 아마도 멀리 내다보고 꿈꾸는 세상은 결국 한 길이 아닌가 합니다.” 신선아 사무국장은 이러한 자신들의 활동이 좀 더 따뜻하게 삶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 지역의 복지공동체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다.
복지는 가난하고 없는 이들에 대한 ‘수혜’가 아니라 그들의 ‘권리’라고 하는 <나눔과 함께>의 활동가들은 지금도 그곳, 자신들의 이웃인 그들과 나눔의 ‘실천’을 모색하고 있다.

 

글 · 사진 황석선 stonesok@kdem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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