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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에 비판의 띠를 두르는 <매비우스> 본문

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대중매체에 비판의 띠를 두르는 <매비우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0. 02:06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 안 벽면에 붙은 다양한 광고를 무심히 지나치며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탄다. 전철에서 일터까지는 10분이 걸린다. 건물 외벽에 붙은 광고를 보고 한창 인기 있는 연예인의 얼굴을 차지하고 있는 옥외광고를 올려본다. 사무실에 들어와 신문을 읽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본다. 자주 사용하는 몇 개의 이메일을 열면 지난 밤 사이에 도착한 스팸 메일을 지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하는 중에도 핸드폰에는 광고 문구가 찍히고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광고 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현란한 쇼윈도를 곁눈질 하고 밤이 되면 더 빛나는 건물 외벽에 붙은 광고판을 훑어본다. 이렇듯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우리는 수많은 매체에 일방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TV방송, 인터넷, 영상물, PDA(휴대용 컴퓨터), 영화, 광고, 신문 등 다양한 매체들이 주변에 있지만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는지 잘 모릅니다. 실제로 한 광고 전문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보통 직장인이 하루에 약 1,500개 이상의 광고매체를 접한다고 합니다. 전철을 타면 벽면에 붙은 조각조각의 광고판과 영상 광고물, 버스 좌석 뒷자리에 붙은 광고, 사람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매체가 있습니다.
TV나 신문, 인터넷 등에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으로만 매몰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이 붙는다는 말이 있죠. 결국 아무 비판 없이 일방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히나 광고는 경제적으로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받아들이면 판단이 흐려지고 무조건적으로 순응하게 된다는 겁니다.” <매체비평 우리 스스로>(매비우스)의 노영란 사무국장은 일방적으로 무차별하게 주입되는 매체에 대해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한다.

 

천리안, 하이텔에서 공유


<매비우스>는 지난 95년, 현재의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이전의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이 있던 시기에 같은 생각을 나누고자 했던 젊은이들이 온라인 상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처럼 정보매체가 많지는 않았지만 매체비평을 위한 목소리를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갑자기 늘어나는 매체들을 보며 온라인 활동에 한계를 느끼던 중 뜻이 통하던 이들은 <매비우스>라는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서울지역의 대학신문사에서 활동하던 이들로 구성된 매비우스는 서로가 느끼는 문제의식을 언론에만 한정짓지 말고 보다 다양해지는 정보화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로 관심의 범위를 넓혔다고 한다.
현재 <매비우스>에서 상근을 하며 활동하는 노영란 사무국장과 강에스더 교육부장은 <매비우스> 창립 당시의 멤버다. 결혼을 하고 나이를 먹어도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 남자나 여자나 우리 사회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을 생각하면 이들은 타고난 일꾼들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마음이 잘 통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말을 건넸더니 오영란 사무국장과 강에스더 교육부장이 눈웃음을 주고받는다.
교육을 담당하는 강에스더 교육부장은 “사실 처음에는 사무실을 차려 놓고도 3년을 못 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저희들이 할 일이 더 많아지더라구요.”라며 오히려 매비우스가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답을 한다.

가정·사회·교육현장의 일원화


<매비우스>는 큰 단체에서 하지 못하는 틈새의 일들을 자신들의 일로 끄집어냄으로써 매체비평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그들이 하고 있는 미디어교육 관련 프로그램들은 현재 다른 단체에서도 빌어서 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참여해서 캠코더를 사용하여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가족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신문으로 만들어 보기도 한다. 이 ‘가족영상캠프’는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에서 느끼는 정보를 서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소통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함으로써 매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길러주는 일 또한 이들의 주요 활동 중 하나이다.
“학교에서 미디어교육 강의를 하다 보면, 하나의 것을 보면서도 너무 다른 시각을 가졌다는 걸 느껴요. 인터넷을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을 하면 현장 교사들은 인터넷 정보와 학습을 위한 매체라 하고, 학생들은 게임이라는 단어만 떠올립니다.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매체를 보면서 가장 비슷한 시각으로 봐야 하는 학생과 교사들의 시각도 이렇게 다르다는 거지요.

저희는 이런 점에서 미디어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강에스더 교육부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미디어교육은 영어나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교육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매체란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외적인 양태의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양질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개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미디어 교육의 의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스스로 걸러내야 할 것과 수용해야 할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 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와 학교가 하나의 라인을 갖고 각각의 실정에 맞게 매체교육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디어교육은 선택이 아닌 의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도 <매비우스>의 이런 문제 제기에 공감을 하면서도 ‘미디어교육’이란 새로운 교육을 공공의 교육으로 실행에 옮기는 일에는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이들은 현재 언론 관련 단체들과의 꾸준한 연대를 통해 ‘미디어교육’의 교과과정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어찌됐건 <매비우스>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교육인적자원부가 공유한 것 자체만으로도 나름대로의 성과라고 보고 있으니, 아직 이들의 역할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들은 ‘미디어교육’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관련 법안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모든 미디어, 이제는 위성 DMB(이동방송 서비스)까지 나온다고 하는데 향후 새로 나오는 미디어는 산업자본이 낳은, 어떻게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게 되는 기업의 자본 논리의 수확물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사실 이렇게 되면 제도적으로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은 적어지고 개개인에게 노출되는 건 너무 많아지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기술력이 있는데 활용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마이너스다.’라고 하지만 사업주가 수용자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이익에만 몰두한다면 그야말로 매체의 난개발이 되어버리게 되죠. 그건 고스란히 우리 몫으로 다가올 겁니다.”라며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이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오영란 사무국장은 말한다.

수용자를 배려하는 매체가 필요


수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매체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정책을 만드는 정책입안자들도 모두가 사회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저버리게 되는 과오를 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작은 힘이지만 자신들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다지 넓지 않은 그들만의 공간 한쪽에는 빼곡히 쌓인 비디오 테이프와 최고급의 기종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사용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PC 2대가 놓여 있다. 하루가 다르게 튀어 나오는 매체들을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들은 진지한 모습이다.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 운전을 할 때 일방통행 길을 가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속도가 붙는 것을 느낀다. 저 앞에서 이쪽을 향해 오는 차가 없다고 생각하니 더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매체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 통행으로 정보가 오갈 때 제대로 된 세련된 매체의 기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글 · 사진 황석선 stonesok@kdem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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