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함께쓰는 민주주의

지구의 모든 생명들을 위한 밥상을 차리는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채식모임 본문

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지구의 모든 생명들을 위한 밥상을 차리는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채식모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0. 01:53


몇 해 전, 먼 친구로부터 어느 채식주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종교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며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 사람은 어느 날, 반찬으로 먹을 고등어를 손질하던 중 문득 생선의 그 푸른 살이 자신의 살과 다를 바가 없음을 느꼈고 그 살을 익혀서 입으로 넣는 일이 마치 자신의 살을 씹어 먹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그 후로 어떤 고기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별 희한한 사람도 다 있군’, ‘그럼 뭘 먹고 살아?’ 하는 정도의 지극히 짧고 어리석은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채식주의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육즙이 풍부하게 배어있는 갈비라든가 바삭바삭한 돈가스, 소주 한잔을 곁들인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삼겹살, 보돌보돌한 생선회 등과 영원히 안녕하고 돌아선 사람들을 굳이 이해하려는 위험한(?) 짓을 하느니 특이한 사람들로 치부하는 편이 훨씬 쉽다. 그들이 옳다고 느껴지면 앞으로 이 음식들을 마음껏 즐길 수 없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채식모임’(이하 채식모임)을 통해 소박한 밥상의 의미를 배우면서 그 두려움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
‘채식모임’은 지난 99년 시작된 국내 최초의 채식 동호회이다. 채식 요리법 소개나 친목 모임을 갖는 것 외에도 채식에 대한 홍보활동과 함께 환경과 그 외의 여러 문제들을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정인봉, 김승권 두 공동대표는 익히 알려진 채식 전문가들이다. 김 대표는 수십 년 동안 자연의학을 공부하며 직접 환자를 치유하는 활동도 해왔으며, 정 대표 또한 직접 연구한 채식 요리법, 식단 등에 대한 책의 발간과 TV, 라디오 등의 방송활동, 강의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음만 앞세운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채식에 관해서라면 훤히 꿰고 있는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기에 채식 초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채식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식생활이 까다로운 사람들’ 혹은 ‘특수한 종교 때문에 하는 식생활’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 모임은 반드시 채식을 해야만 회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식 위주의 소박한 식생활이 나의 건강은 물론이고, 식량, 물, 에너지, 환경, 동물 등 지구촌 모든 인간과 다른 생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생활이라는 것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매일의 생활 속에서 이를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정 대표의 말처럼 이들은 ‘채식’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널리 환경과 생명, 지구를 지키기 위한 생활 속 방법으로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소박한 밥상 만들기
얼핏 생각하면 채식과 환경은 직결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일반인들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환경운동이 바로 소박한 밥상으로 식사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쇠고기 1인분을 먹기 위해 22명이 먹을 수 있는 콩과 옥수수가 소 1마리에게 들어간다는 것, 우리의 입맛을 만족시킬 소들이 먹는 열량만 해도 78억 명의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완전채식의 경우 0.4헥타르의 땅만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의 경우 1헥타르 정도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식사유형을 세분하여 계산하면 순수채식은 육식가의 5%정도 땅이면 충분합니다.”즉 모든 이들이 채식을 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방목지나 사육장, 양식장으로 사용되는 엄청난 넓이의 땅을 보존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채식모임’의 식구들은 채식의 정신을 밥상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으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아껴 쓰는 일 등 작지만 자칫 소홀해 질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함으로써 온전한'소밥'(육류붙이가 없는 소박한 반찬으로 식사하는 것, 채식의 우리말)을 오나성시킨다. 그러나 이렇게 생활해도 지구가 약 1.2개나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와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정 대표는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 앞에서 한번 더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소박한 생활로 아낀 돈을 그들은 기꺼이 다른 생명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매 끼니 마다 식량을 한줌씩 떼어 모아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었던 전통이 있었다. 이를 ‘좀도리’라
고 하였는데 ‘채식모임’ 식구들은 이러한 아름다운 옛 전통을 잇는 활동을 하고 있다. ‘풀빛 좀도리 운동’이라는 이름의 작은 성의는 매달 월드 비전을 통해 제3세계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보내진다. 여유가 있어서가 아닌, 하루의 반찬거리나 교통비를 조금씩 아껴 모은 돈이기 때문에 액수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그 어떤 거액보다 더한 무게감이 있다. 정 대표나 채식모임의 사람들에게 제3세계를 돕는 이유는 인도적 차원이나 동정이라기보다는 ‘의무’로 강하게 인식되는 편이다.
“우리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보다 더 가난하고 부족한 나라의 자원을 많이 끌어다 써왔습니다. 사람의 몸에서도 약한 부분에 병이 생기듯이 환경파괴의 대가를 지구에서 가장 약한 제3세계가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습니다. 식량이 부족한 것은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가뭄과 홍수의 악순환으로 인한 것이고 그 이유의 상당부분이 미국,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산업 국가들이 저지른 일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베푸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요.”



부족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소크라테스 : 사람들이 육식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돼지 말고도 온갖 동물들을 다 먹겠군?
글라우콘 : 그렇겠지요.
소크라테스 : 그런 방식으로 살게 되면 우리는 전보다 더 많은 의사를 필요로 하게 될 테고?
글라우콘 : 훨씬 많은 의사가 필요하겠지요.
소크라테스 : 그러면 원래 살던 국민들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던 그 나라가 이제 그들 전부를 충분히 먹여 살리기에는 비좁아지겠군?
글라우콘 : 사실 그렇죠.
소크라테스 : 그러면 우리는 방목을 하고 경작을 하기 위해 우리 이웃의 땅뙈기를 필요로 할 테고, 우리 이웃도 우리처럼 자기들의 필요 정도를 넘어 끝없이 부를 축적하고 싶어 한다면 그들 역시 우리 땅뙈기를 필요로 하겠군?
글라우콘 : 소크라테스, 그건 필연적일 겁니다.
소크라테스 :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이제 전쟁에까지 이르게 되었군. 글라우콘, 그렇지 않은가?

 

플라톤의 『공화국』에 나오는 위의 대화는 전혀 상관있을 것 같지 않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식습관의 파장을 정확하게 꼬집은 것이다. 아무튼 인류가 시작된 이래 지구 위에서 전쟁이멈춘 기간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짧은 시간이지 않은가. 지금도 이라크에는 온갖 무기로 치장한 미군이 주둔 중이다. 부시 대통령에게 돈을 대주는 가장 큰 기업체는 총기업체이고 두 번째는 축산업체라고 한다. 이들이 온갖 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축산단지 조성을 위해 제3세계의 숲을 불태우고 있는 것을 상상해 보자!

정 대표는 현대의 육류문화가 끼치는 이러한 물질적, 정신적 폐해는 고스란히 인류의 온갖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육류문화가 끼치는 폐해
“인류의 전쟁은 무엇인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여기게 만들어 그것을 빼앗기 위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부족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부족하다고 여기는 마음과 풍부한 것을 함께 나누려는 사랑이 부족할 뿐입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육식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채식은 현대 의학이 인정하는 최고의 건강 장수법에 가장 가까운 식사법이다. 그리고 채식을 한다는 것은 다른 생명에게 입히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며 이는 다른 생명을 나의 목숨처럼 중히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밥상 위에서부터 평화가 이루어져야만 세상의 살인, 강간, 전쟁 또한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채식모임’이 채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 모든 생명이 좀 더 아름답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 저녁은 평화와 생명 그리고 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간소한 밥상을 차려볼까 한다. 여하튼 오늘은 고기가 그리 맛있을 것 같지 않으니까!
“나에게 참으로 좋은 것은 세상에도 참으로 좋습니다.” - 정인봉 대표(http://cafe.naver.com/eatpeace)


글 / 서민숙

사진 / 황석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