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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이 비정규직 운동입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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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이 비정규직 운동입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2. 16:14

 

“비정규직 보호입법은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너무 지나치게 보호를 하다보면 오히려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될 수 있다.”(이상수 노동부장관)
“노동계의 주장대로 사유제한을 하게 되면 중소기업이 감내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되어 오히려 대규모 실업사태가 올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사유제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우원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
“이미 민주노동당은 기간제 사유제한 도입 시 중소기업들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서 사유제한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이 받을 충격을 걱정해 기간제 사유제한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은 ‘어렵고 힘든 사람끼리 윗돌 뽑아서 아래 돌 채우자는 것’이다.”(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핵심 쟁점인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사유제한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현재 국회에서 심의중인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싸고 당정과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당은 기간제 사유제한을 도입할 경우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어 실업난이 가중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고,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만큼 사유제한 도입과 중소기업 집중 지원을 동시에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논의에 대해 노동계는 기간제 사유제한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정규직철폐현장투쟁단과 비정규직노동법개악저지공동투쟁본부 등을 조직하여 천막농성 등 대응을 하고 있으며,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2월 말 집중집회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여러 상황들 속에서 비정규직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집행위원장(40)을 만났다.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
“기간의 정함을 두고 고용계약을 맺는 노동자는 다 비정규직입니다. 기간의 정함이 있으나 직접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계약직 노동자, 기간의 정함이 용역회사와 원청과의 정함인 즉 실질사용자와 법률상 사용자가 분리되어 있는 간접고용, 본인이 스스로 용역인 특수고용 노동자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는 비정규직의 개념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정부에서는 계약직 노동자를 상시고용 노동자라고 주장을 하며 비정규직 범주에서 제외시키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는데 상시고용을 할 거면 정규직을 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고용의 가장 나쁜 점은 고용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순응하게 만든다는 점이라고 했다.
“기간제는 출산휴가나 산재 등 합리적인 사유로 인해 일정기간 빠질 경우에만 써야 합니다. 그럴 경우를 말고 왜 기간의 정함을 둬야 하는가, 이게 핵심이에요. 당연히 정규직으로 써야 할 것을 기간의 정함을 두게 되면 그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불안이나 저임금 등을 정당화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열린우리당에서 얘기하는 기간제안은 딱 2년만 쓰고 다 정규직화하면 될 거 아니냐는 건데 이거는 다 거짓말이에요. 파견노동자들 처음에 만들 때 2년만 쓰고 정규직화하면 될 거 아니냐고 했는데 다 2년 되기 하루 전날 짤렸어요.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기간제를 줄이는 효과는 0.1%도 없고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의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만 작용합니다. 그래서 사유제한을 해야 하고 사유제한은 합리적 사유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기간이 정해진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간제 노동자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간제 노동자의 대다수가 근로계약서상에 정해진 계약기간을 여러 번 반복 갱신해 일하며 언제 ‘계약기간 만료’라는 이유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현실론’의 허구성
비정규직 법률안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원칙에서 한 발 물러나 일정 정도 양보하고 얻을 수 있는 건 얻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에 대해 절대 물러설 수 없다던 민주노동당이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법률인가가 아닌 사유제한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됐을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현실론이라고 생각해요.
파견법 문제가 대두됐을 때 이를 막을 수 없으니 범위를 축소해서 받아들이자고 해서 26개 업종으로 축소해 파견법이 생겼어요.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2년마다 계속 해고되는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어요. 파견직 노동자들이 겪는 압박감이나 불안감, 고통을 책상머리에 앉아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해요. 어떤 사람의 삶에 대하여 그 삶을 파괴하거나 불안정하게 만드는 논제에 대해 합의할 권리는 어느 누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가 수정안에 대해 분노했던 이유 중 하나는 수정안을 내면 뭔가 이 사유제한이라고 하는 게 현실적으로 통과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비현실적인 판단이라는 것 때문이에요. 이런 비현실적인 판단이 현재 기간제인 노동자들과 청년실업자들을 굉장히 분노하게 만들고, 힘을 합치고 기대해야 할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치를 저버리게 하는 내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거죠.
저희가 철모른다는 얘기도 무지하게 많이 들었지만, 적어도 노동운동 진영만은 우리 내부를 가르거나 누구를 희생시키지 않고, 그래서 깨지더라도 나중에 우리가 함께 가보자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어떤 경우에는 현실성 없는 것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비정규직 문제의 궁극적 해결이 정규직화라고 간주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투쟁은 당장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원청 사용자성 문제, 특수고용 노동자성 문제, 기간제 노동자의 문제 등 노동 기본권 쟁취 투쟁이 일순위입니다.
두 번째는 생활권 문제입니다. 생활권이라는 건 최저임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독소조항, 노동자들의 4대 보험문제 등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고 투쟁하면서 노동자들의 생존 조건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을 광범위하게 조직해 나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자발적 조직, 서로의 위계를 인정하지 않는 수평적 연대체를 만들어 나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중요하고 핵심적입니다.
비정규직은 시혜의 대상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스스로 대변하며,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민주노조운동은 정규직 노동운동인 것이 아니라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변화시켜 왔고, 조직해 왔고, 투쟁해 온 과정에 있습니다. 아직은 제대로 변화하지 못하는 그래서 과거의 관성이 남아있는 과정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변화시켜 나갈 거라고 믿고 있어요.
현재 민주노조운동이 곧 비정규직 운동입니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전체 노동자의 55.4%가 비정규직이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중인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벌어질 상황은 자명하다.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와 신규 노동자의 비정규직으로의 채용 등 비정규직이 더욱 양산될 것이며, 일상적인 고용불안과 노동기본권의 박탈, 노동자 사이의 경쟁과 위계화가 심화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노동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이수원
사진 황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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