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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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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2. 16:00
 

유엔 회원국으로서 전후 이라크의 신속한 평화정착과 재건을 지원하는 국제적 연대(連帶)에 동참함으로써 세계평화에 기여함은 물론, 이라크 정부의 요청, 다국적군과의 관계, 한·미 동맹관계 및 파병효과 제고 등을 고려하여 이라크에 파견된 국군 평화·재건지원부대의 파견기간을 1년 연장하려는 것임.
(‘국군부대의 이라크 파견연장 동의안’ 제안이유, 2005.11.23.)
2003년 3월 20일, 미국과 동맹국인 영국, 오스트레 일리아 등 3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A) 보유와 알케에다와의 연관성 등의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공했다.
다음날인 3월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하여 ‘국군부대의 이라크 전쟁 파견 동의안’을 가결해 국회에 회부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의안 접수 후 3일 이상을 회람하는 관례를 깨고 당일 오후 단 2시간의 요식적 토론 후 이를 의결했으며, 국회는 11일 만인 4월 2일 본회의에서 파견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2년 7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추가파병 동의안과 파견연장 동의안이 통과됐으며 지난해 12월 7일 새로운 ‘국군부대의 이라크 파견연장 동의안’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찬성 10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통과한 데 이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정부와 국회는 파병 연장의 필요성만을 강조하며 파견연장 동의안을 ‘조용히’ 처리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파병인가.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정책사업단 간사인 이태호(38) 참여연대 정책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 3위의 파병국가, 대한민국
“지금 국제사회에서 이라크 전쟁, 이라크 침공, 이라크 점령, 이것만큼 굉장히 중요한 논란거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탈냉전 이후 세계질서가 어떤 가치와 체계로 재편될 지와 관련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많은 지식인들, 언론들, 국가와 정부, NGO들이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3위의 파병국가입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 문제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일체 얘기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냥 조용히 갔다가 조용히 오겠다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일체의 정보들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요. 세계 3위로 파병한 나라인데 이라크 현지에 기자 한 명도 나가있지 않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죠. 그러다보니 현장의 생생한 정보들이 국내에 전달되지 않고 있고 국민들도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서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어요. 국방부도 국회에 재건지원의 실적과 현상에 대해 일체 보고를 안 하고 있고 국회도 묻지 않습니다.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부는 파병을 하면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재건 특수라는 정치군사적·경제적 실리를 얻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추가파병을 3,000명씩이나 했던 2004년 내내 북핵문제는 답보상태였고, 안전을 이유로 한 정부의 강력한 통제 때문에 이라크 내 한국 기업들의 경제활동은 불가능하다.

 

 

‘한미동맹론’과 ‘북핵빅딜론’
“우리가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 다른 나라가 군사적으로 침략당해도 좋으며, 그런 군사적 침략행위를 도와야 한다. 이건 굉장히 부도덕한 일이죠.
김선일 씨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 파병을 감행했지만 북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을뿐 아니라 북한도 틀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을 설득할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그것도 못하면서 마치 파병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순진했거나 아니면 우리의 외교력을 과신했거나, 아니면 상상해서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했다는 거죠. 파병과 북핵문제를 비교한다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민사회 단체와 만난 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파병을 거부해서 실질적으로 무슨 해코지를 당한다거나 피해를 입는 것보다 우리 국민들이 한미동맹이 깨지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게 더 크고, 그 심리적 불안감이 우리 경제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크다. 저는 이 점은 어느 정도 사실일 거라고 봐요.
그러나 적어도 민주적인 정부라면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뿐만 아니라 합리적으로 문제를 토론하고 상황을 변화시킬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데 어떤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민주적 의사소통을 통해서 실질적 결론을 얻기 위해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한미동맹을 신비화하고 북핵문제 해법을 신비화한 겁니다.”

가위 눌린 대한민국 민주주의
“우리가 정말 잃은 것은 민주주의입니다. 정부가 파병을 하면서 북핵문제를 좀 더 풀 수 있다고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조건을 따지는 것도 정부의 몫이고, 그것을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주적 과정을 거치는 것도 정부의 몫이고, 파병의 규모나 철군 일정에 대해서 다루는 것도 정부의 몫인데 정부는 해야 할 여러 가지 합리적 과정을 다 생략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문제이고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없어져 버렸습니다.
파병을 이야기하면서 늘 헌법 5조가 등장합니다. 헌법 제 5조 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인데 이것이 파병의 근거라는 겁니다. 이 이율배반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 재건지원을 위해 파병하고 있고 잘 진행되고 있다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 테러방지법을 얘기하면서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들을 의심하게 된 것, 이런 것들이 우리가 잃어버린 것입니다. 이게 지금 당장은 잃은 게 적은 것 같이 보이지만 우리가 이러한 것을 얻기 위해 그 독재시절에 싸워온 것 아닙니까? 독재시설 민주화를 위해 피 흘려 싸운 결과로 탄생한 노무현 정부가 그 자체를 부정하고 거기다 후퇴시켰습니다. 안보니 동맹이니 하면서 신비화시키고 국민을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6·15선언 이후 한반도가 평화·정의·인권과 관련해서 국제사회에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순간에 파병을 함으로써 그걸 결정적으로 꺾어버린 거죠. 북핵문제를 해결했다고 이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평화국가로 갈 수 있는 국민의 기를 꺾었고 그 기 꺾임은 앞으로 남북관계에 두고두고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저는 우선 이 문제에 대해서 누군가,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대화와 토론을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언론과 지식사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민주사회를 지향한다고 말합니다. 전 세계가 미국의 부당한 침략에 대해 반응하는 과정에서 정말 세계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역동적인 민주화, 거대한 민주화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데 우리는 거기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에 우리는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말하고 있고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의 드라마에서는 빠져있는 겁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주화의 진전에 우리가 같이 호흡을 하려면 적어도 지식사회나 언론이 도대체 세계는 무엇에 대해서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가, 인권·평화·정의에 대해서 어떤 세계사적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가 대화를 제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이라크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계속 물어야 합니다. 그게 국회의 역할이고, 언론의 역할이고, 지식사회의 역할입니다.”


언제까지 침묵하고 있을 것인가

지난해 12월 13일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지 1천일이 되는 날이었으며 12월 15일 이라크는 후세인 정권 붕괴 뒤 첫 총선을 치렀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잘못된 정보 때문에 전쟁을 개시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난달 18일에 있었던 대국민 연설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성급하게 미군을 철수할 경우 전 세계에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세상을 과거보다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이라크는 제 2의 베트남이 되고 있으며,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의 보유와 알케에다와의 연관성은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다국적군의 철군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정부는 1,000명을 감군하는 대신 2,300명이 올해 연말까지 이라크에 주둔하면서 유엔 경호업무까지 추인 받고자 하는 파견연장 동의안을 제출했을뿐 언제 어떤 상황에서 철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 부도덕하고 명분 없는 침략과 점령에 대해 침묵하고 있을 것인가.

0 :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발견된 대량살상무기 개수
5명 : 매달 평균적으로 납치되는 외국인
8% : 이라크 어린이 중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 비율
66명 : 이라크에서 사망한 언론인 숫자
67% : 전체 이라크 국민 중 미군 점령 이후 치안이 더 불안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 비율
82% : 전체 이라크 국민 중 연합군 주둔을 ‘강력히 반대’하는 사람 비율
251명 : 지금까지 납치된 외국인
2,339명 : 연합군 사망자
30,000명 :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추정
53,470명 : 이라크 저항군 중 사망자
183,000명 : 아직까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외국군
2,044억 달러(약 204조원) : 미국이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에 들인 비용 (인디펜던트)

<글 / 이수원> <사진 / 황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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