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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사람은 <남해신문>을 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0. 7. 23. 14:42

남해 사람은 <남해신문>을 본다


글·최이삭 redsummer312gmail.com


남해 사람은 남해 신문을 본다. 남해군에서 이것은 불문율로 통한다. 식당에서, 볼링장에서, 택시에서도 남해신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 집 중에 두 곳이 남해신문을 본다더니 정말이었다.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남해신문의 활약은 새삼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남해신문의 사장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소개하는 글에는 항상 군민의 50%이상이 구독하는 남해신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실제로 체감한 ‘군민의 50% 이상이 구독하는 신문’은 업적으로만 끝나는 빛나는 이름이아니라 남해군민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은 생활의 한 축이었다. 한 주민은 “남해에서는 지역신문을 통해서 모든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해신문은 1990년 5월 10일에 창간됐다. 지역신문의 토대는 없지만, 지역 주민의 알 권리를 높이고 지역의 민주화와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신문을 만들자는 열의는 전국적으로 드높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때 지방자치시대에 대비해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한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남해신문을 만들었다.
창간호는 타블로이드판 8면으로 시작했다. 일반적인 판형인 대판이 아니라서 신문을 처음 받아본 구민들은 “이게 뭐꼬?”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발행 초기에는 실구독자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남해신문은 얼마 가지 않아 급속도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구독률 최강의 지역신문이다. 박춘식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역신문의 평균 구독률은 5.2% 정도인데 남해에서는 반절 이상의 주민이 남해신문을 본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남해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애향심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고립된 섬 지역에서 나타나는 역사적인 현상이다. 신문이 자리 잡는데도 그 애향심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야 지역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 않겠나.
남해는 폐쇄적인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한 다리면 걸치면 사돈에 팔촌으로 연결되어있다고 말할 만큼 주민들이 생활적으로나 태생적으로나 아주 가깝다.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곳은 향우회 조직이 전국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는 특징도 있다.
광고만 봐도 알 수 있다. 누가 시험에 합격했으면 동생일동, 동문일동, 어디 향우회의 이름으로 신문에 광고를 낸다. 자랑스러운 일 뿐만 아니라 상을 치룬 이후에 감사 광고도 많이 낸다. 이런 광고가 신문의 절반을 차지한다. 향토색이 짙고 유대관계가 강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에 대한 관심이 낮은 중소도시보다는 오히려 이런 지역에서 지역신문이 자리를 잡기가 더 좋다.

지역신문이 풀뿌리 공동체 구축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남해신문은 어떤 기여를 했나?
엄청난 기여도 했고, 논란도 있었다. 중복돼서 나타났다.
선거와 관련된 중요 정보를 제공해서 사람들이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고 투표하도록 견인했고, 조례계정도 바꾼 것이 많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활동은 특히 철저하게 하고 있다.
실천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기여를 했다. 근례의 사례로는, 남해지역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전무해 남해신문이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건립하자는 운동을 벌여 ‘남해사랑의 집’이라는 중증장애인 시설이 들어서게 되었다. 내가 상징적으로 대표도 맡고 있다.
이 시설은 사업을 목적으로 건립된 것이 아니라 군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기 때문에 의미가 깊은 시설이다. 군민들의 힘으로 장애인 시설을 건립한 것은 전국 최초라고 알고 있다. 남해 군민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할 사례라고 생각한다.
남해에 수능시험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상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2009년 이전에는 남해에 수능 시험장이 없었다. 이 근처의 진주에서 시험을 봤다. 근처라지만 남해읍에서만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 곳이다. 수험생들이 8시까지 입실하려면 몇 시에 일어나야 하겠나. 긴장하니 잠도 못 잔다. 먼 거리를 가야하니 멀미도 하고.
그래서 지난해 6월에 남해신문이 들고 일어났다. 남해 군내의 모든 단체들에 연락을 해서 단체장만 80명이 모였다. 모두의 노력 덕에 3개월 만에 남해 내에 수능시험장 설치가 결정됐다.
우리가 주장을 시작하고 실무적인 역할을 맡았지만 신문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지역주민들과의 교류가 필요했고, 그들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노력도 필요했다. 그것이 모두 더해져서 지역의 성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보도도 중요하지만 남해처럼 시민단체 같은 대안세력이 부재한 곳에서는 지역신문으로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 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이것은 남해신문만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신문에서 유독 남해출신 인사들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신문마다 취재의 영역이 되는 범주가 있고, 대상으로 삼는 독자의 층이 있다. 대한민국의 일간지는 대한민국의 소식을 다루고,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이익에 복무해야하는 게 사실이다. 스포츠를 예로 들면,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 축구팀을 응원하고 신문도 우리가 잘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보도한다. 브라질이 어땠다는 것이 신문에 적힌다면 단순한 소식인 거겠지. 지역 언론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범주는 남해라는 지역이고, 우리의 독자는 철저히 지역민들이다. 그 지역민들에게 어떤 소식을 접하게 하는가도 물론 중요한 몫이지만, 우리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강한 애정을 고취시키는 것도 지역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전국 뉴스를 다루는 태도가 공통의 주제에 대한 접근이라기보다는, 먼 이야기에 대한 관망처럼 느껴졌다. 전국뉴스를 잘 다루지 않는 이유가 있나?
필요 없기 때문이다. 중앙의 모든 신문이 전국뉴스를 말하고 있고, 텔레비전을 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접할 수 있는 게 전국뉴스이기 때문에 지역신문까지 이중으로 다룰 필요는 없다.
‘지역신문’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부산일보나 강원일보 등은 지방 일간지이고, 우리는 지역 주간지이다. 쉽게 말하면 도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쪽이 지방언론이고, 우리처럼 시군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언론은 지역언론이라고 하는 게 정당하다.

종이신문의 위기가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나?

지역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그건 지역지가 지역에 밀착해 나아가는 일종의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남해는 매우 전통적인 농어촌 지역이다. 독자층은 대부분은 고령이고,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문제 때문에 독자수도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문제와 대면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의 돌파구는 향우사회에서 독자를 더 확보하는 것이다. 남해군민은 5만이지만 향우의 숫자를 모두 합하면 50만이다. 그래서 남해 사람을 이야기 할 때는 ‘오십만 내외의 군민’이라고 칭한다. 지역 내의 작은 시장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이것은 가장 근원적인 문제다. 신문은 독자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뉴스를 실시간으로 올린다. 투자도 많이 했다. 그러나 우리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차원으로 보는 것이 마땅할 거다. 향우사회에 품질이 우수한 남해의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방법도 다양한 대응책으로 논의 중이다.

권력과 이슈의 중앙집중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지역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사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그 예를 들어, 학계나 정치권의 일각에서는 행정의 구조가 시나 국가와 중복되는 도(道)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마산시, 창원군, 진해시를 통합해서 시장을 한명만 뽑았다. 그 세 지역이 잘 뭉치면 경상남도의 영향력과 별 차이가 없다. 앞으로는 광역통합시를 주축으로 지역의 영향력이 재편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묶인 지방의 의미보다는 실질적인 밀착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물론 지역이 중요하다 중요하다 말은 하지만, 아직까지도 중앙에서 정치하시는 분들 보면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정권에서 했던 혁신도시 정책, 광역개발 정책들이 퇴색되고 있는 것이 많다. 개선되어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로 회귀하는 의식을 가지고는 사회를 건전하게 이끌기 힘들다.


글 최이삭 | <희망세상>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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