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슴 찡한 역사만 보여주는 게 맞는 건지, 반듯한 역사만 담은 것 같아 아쉬움도 있어요. 6월 항쟁이 나름 성공을 하면서 오히려 사람들한테‘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서요. 사람들이 1987년을 뿌듯해할수록 그런 의식은 더 심해질 텐데, 지금 우리 현실을 한번 보세요. 당장 이랜드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 너무 많이 썩었잖아요. 결국 6월항쟁의 결과물로 남은 게 하나도 없지 않나 싶어요.” <100℃>는 빠르면 올해 안에 단행본으로도 출간된다. 애초 책으로는 만들지 않으려고 출판권을 자신이 갖고 사업회 쪽에 시디만 넘겼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본 터에 무시하고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뒤늦게 마음을 고쳐먹었다. 단행본에는 <100℃>에서 다루지 못한 20년 뒤 현재 이야기가 추가된다. 당시의 누군가는 국회의원이 됐을 수도 있고 노동운동가로 변신했을 수도 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386세대의 자화상쯤으로 그려 질 것이다. 그는“작품 속에서 최대한 민주주의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실력이 딸려서 못했다.”며“현재의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괴리감을 보여주고 민주주의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고했다. 그의 만화적 재능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가난한 일용직 노동자 집안 6남매로 태어난 탓에 그의 재능은 하마터면 묻힐 수도 있었다. 다행히 셋째누나가 미술학원에 보내줘 조금씩‘만화가’의 꿈을 키워갈 수 있었다. 이때 만해도‘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만화가가 되면 좋겠다’정도였는데 만화학과에 진학했다. 운 좋게도 대학 졸업 전부터 각종 공모전과 국제만화 페스티벌, 대한민국 만화대상 등에서 연이어 입상하며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만화가가되었다. 『습지생태보고서』는 지금까지 1만권 이상 팔렸다. 조만간 한겨레21에 연재했던‘대한민국 원주 민’도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출간된 책들은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만화는 젊을 때 상을 받은 사람들이 저 말고도 많아요. 상을 받아도 유명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전 운이 좋게 조금 유명해진 편이죠.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넉넉한 건아닙니다. 돈을 벌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던져주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가난한 소시민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일까. 그의 작품 속엔 그가 몸소 경험한 소시민에 대한 생생한 삶과 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그의 작품은 절대 슬프지 않다. 기발하고 톡톡 튀는 상황 설정과 장면 묘사, 촌철살인의‘허를 찌르는’명대사가 있어서다. 유머러스하면서도동시에가슴‘찡한’감동도있다.“ 태생자체가 그렇다보니까, 제 눈에 다가온 사람들이 약자였어요. 마이너가 세상의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인시선이섞여들어가는것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