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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시대 읽기/세상의 모든 음악

[세상의 모든 음악] 재즈, 가장 자유로운 음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3. 11. 25. 13:54

재즈, 가장 자유로운 음악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다들 대중음악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모든 장르의 음악을 다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각자의 취향과 안목에 따라 더 좋아하는 장르가 있고, 덜 좋아하는 장르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장르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가령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힙합을 중장년층 이상 세대는 대부분 싫어합니다. 헤비메탈 역시 호불호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과 달리 가장 어렵게 느끼는 장르는 무엇일까요? 모르긴 해도 가장 많은 이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장르는 재즈 아닐까 싶습니다. 재즈 하면 왠지 수준이 높은 음악, 어려운 음악, 고상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생각과 비슷합니다. 음악 취향에도 분명한 위계가 있습니다.




재즈 하면 어떤 모습, 어떤 사운드가 떠오르시나요? 케니 지 같은 연주자가 색소폰을 멋지게 부는 모습, 혹은 재즈 피아니스트가 리듬을 타며 피아노를 두드리는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재즈에는 보컬 곡도 있고, 연주만 하는 곡도 있는데 어떤 것이 재즈라고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악기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릅니다. 솔로도 있고, 듀오도 있고, 트리오, 쿼텟, 퀸텟, 빅밴드 등등 편성도 다양합니다. 어느 장르나 하위 장르가 많고 스타일이 다양하지만 재즈만큼 광범위한 장르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재즈가 들어온 것은 오래되었지만 재즈가 인기를 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즈가 그나마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은 것은 십수년전 차인표씨가 모 드라마에서 색소폰 부는 연기를 했을 때였습니다. 사실 그 때 차인표씨는 흉내만 냈던 것이고, 그가 부는 색소폰과 실제로 연주되는 색소폰 종류가 달랐을 정도로 재즈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 재즈가 고급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져서 한 때는 재즈라는 이름의 카페와 바들이 생겨나고 카페에서 재즈 음악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재즈클럽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즈는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입니다. 만약 대학에 실용음악과들이 많이 생겨서 재즈를 배우는 이들이 늘어나지 않았다면 한국의 재즈 인구는 더 적을지도 모릅니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재즈 음악들 중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곡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나윤선, 말로, 웅산 같은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즈는 확실히 쉬운 음악이 아닙니다. 일단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공부를 하고 꾸준히 들어야만 들리는 음악이 있습니다. 재즈가 바로 그런 음악입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재즈에 대한 책도 많이 나왔고 재즈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컴필레이션 음반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난이도가 낮은 재즈음악이 재즈 음악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쉬운 재즈부터 시작하더라도 차츰 난이도를 높여가며 듣고 공부해야만 재즈의 다양한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즈는 어떤 음악일까요? 재즈가 어떤 음악인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재즈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 일단 재즈에는 스윙이 있습니다. 스윙은 재즈에 존재하는 특유의 리듬감입니다. 지금의 재즈보다 고전적인 재즈에서 스윙감이 더 강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스윙은 재즈의 리듬 섹션에서 만들어내는 수많은 리듬들을 포괄하면서 재즈를 재즈답게 만들어줍니다. 요즘에는 스윙감이 도드라지지 않는 재즈 곡들도 많지만 외부적인 리듬감이든, 내부적인 리듬감이든 스윙은 재즈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재즈는 즉흥적인 음악입니다. 임프로비제이션이라고 하는 연주의 즉흥성이 재즈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개 대중음악은 정해진 악보대로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록에서 보컬리스트가 느닷없이 괴성을 지르고, 기타리스트가 즉흥적인 기타 솔로를 선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즈에서는 거의 모든 곡을 연주할 때마다 연주자들의 즉흥연주가 들어갑니다. 곡에서 메인 테마를 먼저 제시한 이후 각각의 파트가 돌아가며 선보이는 자유로운 즉흥연주야말로 재즈를 대표하는 특징입니다. 악보에 매이지 않고, 순간순간의 느낌을 존중하며 표현하는 재즈의 자유분방함은 재즈를 변화무쌍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재즈 라이브는 한번도 똑같지 않습니다. 재즈를 좋아하는 이들은 바로 그 무정형의 자유로움을 사랑합니다.


또한 재즈에서는 프레이징과 사운드도 무척 중요합니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 개성있는 프레이즈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서 그런 개성과 차이로 각각의 연주자를 구별합니다. 연주자마다 다른 특징을 만들어내는 것이 재즈의 묘미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려도 재즈를 많이 들어보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재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즈의 주요한 음악들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창기의 랙타임과 뉴올리언스 재즈, 딕시랜드, 스윙을 들어본 뒤에 비밥과 쿨, 하드밥, 프리재즈와 현대 재즈까지 쭉 들어보면 현대의 재즈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재즈부터 듣는 것이 재미가 없다면 현대의 재즈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니면 대표적인 재즈 뮤지션들을 차근차근 들어보는 것도 재즈에 접근하는 길입니다. 루이 암스트롱, 베시 스미스, 빅스 바이더벡, 빌리 할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사라 본, 듀크 앨링턴, 콜맨 호킨스, 레스터 영,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오넷 콜맨, 윈튼 마살리스, 키스 자렛, 팻 메시니 같은 재즈 뮤지션들의 명반들을 몇 장씩 들어보시면 각각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악기별로 접근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재즈 보컬부터 시작해서, 피아노,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기타 등등의 명연주를 차례로 들어보면 좀 더 흥미롭게 재즈에 입문할 수 있습니다. 솔로부터 빅밴드까지 다양한 편성의 차이를 짚어보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재즈의 기본인 스탠다드 곡들을 먼저 들어보고 스탠다드 곡들의 다양한 변화를 비교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즈를 들으면 다른 장르보다 연주자의 연주력과 창조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느 장르보다 자유롭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도 재즈의 매력입니다. 재즈에는 경쾌함과 열정, 서정과 실험성이 다 있습니다.

 

연주 음악이 많아서 듣는 사람이 자유롭게 해석하며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도 재즈를 듣는 즐거움입니다. 쉬운 음악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되는 음악이 재즈입니다. 그래서 음악을 많이 듣다보면 언젠가는 재즈를 듣게 된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이들이 듣는 음악이 재즈이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들으며 폼을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재즈를 들으며 다른 음악과는 다른 재즈만의 정서와 매력을 느끼면 되는 거죠. 다행히 이제는 한국에도 좋은 재즈 연주자가 많고 좋은 재즈 음악들이 많이 나옵니다. 유명한 재즈 연주자들의 내한공연도 많고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처럼 훌륭한 재즈 페스티벌도 열리고 있습니다.



좋은 음악은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고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입니다.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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