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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시대 읽기/세상의 모든 음악

[세상의 모든 음악] BGM 그 이상의 음악, 영화 드라마 음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3. 10. 24. 23:13

BGM 그 이상의 음악, 영화 드라마 음악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태어나서 처음 들은 음악은 아버지가 불러주시던 동요였습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스스로 가사를 외웠던 노래는 <마징가 Z>의 주제가였습니다. 40대 전후의 성인이라면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으로 시작하는 <마징가 Z>의 주제가를 모르는 사람, 없을 것입니다.

 

당시 남자 어린이들이 <마징가 Z>에 열광했다면 여자 어린이들은 <들장미 소녀 캔디>에 열광했습니다. 그래서 그 또래라면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로 시작하는 캔디의 주제가가 지금도 자동적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그 후 어린 시절 내내 즐겨 불렀던 노래는 모두 만화영화의 주제가들이었습니다. 은하철도 999, 꼬마자동차 붕붕, 미래소년 코난의 주제가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하게 따라 부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지금은 어린이들에게는 대중음악이 더 인기를 끌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만큼 TV가 가까운 놀이거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영화에 주제가가 없었다면 얼마나 어색했을까요?

 

그냥 만화영화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부르게 된 노래들이지만 그 노래들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음악 교육을 시켜주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영화에서 음악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가장 먼저 알려준 음악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의 모든 영화와 드라마에는 음악이 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에 배우가 있고, 대본이 있고, 조명이 있고, 카메라가 있듯, 음악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와 드라마를 배우로 기억하고, 감독으로 기억하고, 줄거리로 기억하고, 장면으로 기억하는 동시에 음악으로도 기억합니다. 어떤 영화와 드라마는 음악부터 떠오릅니다. 대체로 좋은 영화 드라마는 좋은 음악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명한 감독이 된 토토가 알프레도가 남긴 옛 필름들을 다시 볼 때 흐르는 메인 테마는 우리를 가슴 뭉클하게 합니다. <러브 스토리>의 메인 타이틀은 또 어떻습니까? 애잔한 피아노 선율은 사랑했던 올리버와 제니의 이별을 더욱 사무치게 했습니다.

 

 <콰이강의 다리>에서 휘파람으로 불었던 경쾌한 행진곡은 영국군의 자존심을 보여주었고, <황야의 무법자>의 음악은 마카로니 웨스턴 스타일 서부 영화의 건들건들한 리듬감을 잘 살려냈습니다. <대부>의 긴장감 넘치고 비정한 러브 테마는 암흑가 형제들의 운명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뮤지컬 영화였던 <사랑은 비를 타고>의 ‘Singing In The Rain’이나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은 하도 많이 보고 들어서 영화 그 자체 같습니다. <스타 워즈>의 메인 타이틀은 우주로 뻗어나가는 영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선명한 멜로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록키>를 보신 분이라면 록키 1에서 천천히 흐르던 주제곡 ‘Gonna Fly Now’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영화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여전히 유사한 음악이 변주됩니다. 만약 이 영화들에 그 음악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감동적이거나 인상적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영화 드라마 음악들을 다 소개하려면 이 지면이 아무리 길어도 부족할 것입니다. 세상에는 음악이 좋았던 영화 드라마들이 셀 수 없이 많고, 사람마다 좋았던 영화 드라마가 다르듯 좋았던 영화 드라마음악도 다를 테니까요.


그런데 사실 영화가 생겨났을 때부터 음악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영화는 모두 무성영화였습니다. 유성영화가 생기기 전 영화는 모두 무성영화였습니다. 소리가 없이 그냥 화면만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음악은 고사하고 대사도 안 나왔습니다. 무성영화는 대사가 없거나 대사를 자막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대사를 변사가 대신 읽어주었습니다.

 

 변사는 혼자서 다역을 해야 했고 그래서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아티스트>는 바로 이런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가 유성영화로 옮겨가는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녹음 기술이 발전해서 유성영화가 생기고 난 뒤에야 대사가 담기고 음악이 담겼습니다.

 

흥미롭게도 처음에는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Sergei Mikhailovich Eizenshtein) 감독이나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 감독으로 함께 활동했던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 등이 이런 저런 이유로 유성영화보다 무성영화를 더 옹호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다루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향과 음악은 영화의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영화 산업은 규모가 커서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도 일찍부터 체계화되었습니다. 전문적으로 영화음악을 맡는 음악가들도 생겨났고 그 중에서도 유명한 음악가들이 생겨났습니다.

 

우리가 영화음악에 주목하게 된 것은 바로 이들의 힘일지도 모릅니다. <죠스>, <스타워즈>, <슈퍼맨>, <E.T>, <쉰들러 리스트> 등의 영화음악을 맡은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와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 천국> 등의 영화음악을 맡은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대표적인 영화음악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레인맨>, <분노의 역류>, <글래디에이터>, <다크나이트>등의 음악을 맡은 한스 짐머(Hans Zimmer)나 <미션 임파서블>, <스파이더 맨> 등의 음악을 맡은 대니 앨프먼(Danny Elfman)이 대가의 반열에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음악에 늘 이렇게 창작 음악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만들어진 클래식 음악이나 대중음악이 영화음악으로 쓰이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영화음악의 붐을 일으켰던 영화 <접속>은 대부분 이미 있던 곡을 사용했습니다. 영화 <샤인> 같은 경우는 클래식 음악을 아주 잘 사용한 경우입니다. 뮤지컬 영화의 경우는 뮤지컬에서 검증된 음악을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전문적인 영화음악가들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영화산업은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영화음악에는 아주 짧은 시간과 아주 적은 비용밖에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에 본격적인 영화 음악의 시대가 온 것은 영화산업이 성장한 1990년대부터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대표적인 영화음악가를 꼽자면 방준석, 이병우, 이병훈, 장영규, 조성우, 조영욱을 들 수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고양이를 부탁해>, <봄날은 간다>등의 음악을 맡은 조성우, <올드보이>, <범죄와의 전쟁>등의 음악을 맡은 조영욱, <장화홍련>, <스캔들>, <괴물>등의 음악을 맡은 이병우, 그리고 함께 활동하면서 <달콤한 인생>, <복수는 나의 것>, <타짜>등의 영화음악을 맡은 방준석, 이병훈, 장영규는 한국 영화 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과거 <별들의 고향> 같은 명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졸속으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는 영화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영화음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감독들이 등장하며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요즘에는 김준석, 김준성, 심현정, 이재진을 비롯한 젊은 영화음악가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저예산 영화에도 요즘에는 좋은 음악을 쓰려고 애쓰는 추세입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은 사실 영화와 드라마에 삽입되기 위해 만든 음악이기 때문에 원작과 무관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아무리 좋은 음악도 영화나 드라마에 잘 녹아들지 못하면 좋은 음악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기억하는 영화 드라마 음악들은 대부분 영화 드라마의 어떤 장면과 함께 기억납니다.

 

그것은 단지 음악만이 좋아서가 아니라 영화 드라마 속의 특정 장면과 잘 어울리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 드라마 음악은 종종 그 장면을 벗어나서도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것이 음악의 힘일 것입니다. 그래서 잘 만든 영화 드라마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영화 드라마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에 내재해있는 정서와 메시지에 새삼 젖어듭니다.

 

특히 요즘에는 곡 단위로 음악을 소비하게 되면서 드라마에 삽입된 곡이 인기를 끄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은 그 자체로 음악의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들이 동원되면서 음악의 감동과 영화 드라마의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해줍니다.

 

영화 드라마의 또 다른 언어이면서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는 영화 드라마 음악은 분명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고의 영화 드라마 음악을 아직 만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듯 또 다른 음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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