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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교육, 학생 자치가 해답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1. 8. 16. 01:57

민주주의 교육, 학생 자치가 해답이다

-성남 이우중학교 학생회이야기

 

: 장기혁(이우중학교 학생생활인권부장, changkihyuk@hanmail.net)

 

이우학교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특성화학교다. 2003년에 개교했으니 올해로 9년 차를 맞고 있다. 기본적인 교육과정은 다른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생태입문, 농사, 인턴쉽 등 다양한 특성화 교과들이 있으며, 해마다 정해진 곳으로 23일간 농촌봉사활동을 다녀오며 다양한 체험활동(백두대간 산행, 책읽기 클럽 등) 그리고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 등이 보장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꽤 높다. 특히 입학을 위한 학부모 소개서에는 사교육을 시키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이우학교의 상징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이우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로서 학생들이 학교와 교사들을 많이 좋아하며, 아이들 간의 어려움을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해결해 나가며, 배움에 대해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임하는 점 등은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학생자치야말로 이러한 이우학교를 있게 한 핵심적인 요소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온전한 학생 자치는 학생을 훈육이나 교육의 대상으로 머물러 있게 하지 않고, 주인과 주체로서 깨어나 활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모든 개개인이 자유롭고 존중받는 주체로서 이웃과 더불어 평등하게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면, 학생 자치활동은 비록 어리지만 성장하는 민주주의그 자체라 할 수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이제 살펴볼 이우중학교 학생회 이야기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중학생들이 학생자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익혀가며 학교의 주체로서 생활하고 있지는 잘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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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개 좌: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이우 중고등학교의 모습 우:지난 42011학년도 학생회 활동을 소개하고 인준받기위해 개최된 학생총회>

 

이우중학교 학생자치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이우중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학생 주도의 자치 활동에 많은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학생들의 자치능력을 향상 시키고자한다. 우선, 학급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 및 반영하는 학급회가 있다. 학급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학년의 건전한 문화 조성 및 소통에 초점을 둔 학년 대의원회가 있으며, 학년의 상황 공유 및 학년을 넘어선 고민을 함께 나누며 중학교 전체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대의원대회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의원대회에서 요구하는 사업 및 그해 총학생회장의 공약과 관련한 사업 여론 수렴 및 진행을 맡는 총학생회 이렇게 4개의 회의구조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학생들의 자치를 이끌고 있다. 구체적으로 학생회에서는 학생회 구성, 학교문화·학생문화 만들기, 동아리 활동 지원, 체육대회 기획 및 실행, 축제 기획 및 실행 등에 직접 관여하고 활동할 수 있다.

 

2010년 학생회의 대표활동 “2010 광나는구나

학생들이 기획하여 진행하는 대표적 행사인 축제는 무엇보다도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축제를 위해 학생들은 축제준비위원회(이하 축준위) 구성하여 준비한다. 다음은 지난해 축준위에서 제출한 기획서 일부다. 중학생들의 발랄함과 나름 치밀한 준비과정을 엿볼 수 있다.

<2010 광나는구나>(‘구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동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우중학교 축제 이름입니다.)

1. 일시 - 2010.09.17 ()요일~2010.09.18 ()요일

2. 장소 - 이우학교 (중학교동, 학생회관 지하, 중학교동앞)

3. 모토 - ‘광나는구나의 모토는 빛광() 과 미칠광() 한 마디로 빛나는 축제를 신나게 즐겨보자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1년 동안 학생들의 묵혀두었던 끼와 그들의 재능, 노력을 발산하여 축제 때만큼은 개개인의 빛을 발하고 그를 통해 모두 함께 신나게 즐겨보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축제의 분위기는 반짝반짝 광이 나고 서로 부둥켜안고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축제준비위의 결의도 담겨있다.

4. 진행

* 둘째날 2010.9.18 (토요일)

개요

시간

내용

장소

담당자

오프닝

10:00

~11:00

중학교동 앞 집합 후 둘째날 일정 발표와 팀별 출석 체크

부스준비시간포함

전시준비

중학교동 앞

전수주

윤여원

<중략>

 

1:00~

4:30

부스

교무실

3-1

가정 수업 부스

(아우인형)와 미술특기적성 부스

3-22 자탐 전시

3-31 자탐 전시

교무실

2-1일루와빠(bar)

2-2 루씨퍼

2-3파르페&초콜릿

교무실

1-3먹어보아요

1-2 찐쏘공타

1-1 미아

구나은행 : 중학교동과 본관사이에서 진행

중학교동/

중학교동 앞/ 보도블럭/

작은느티/

파고라앞

작품관

리팀

저녁

5:00~5:50

저녁급식

 

 

공연2

6:00~7:00

공연1(자탐, 동아리 공연) 사회자:최재원,조승연

학생회관 지하

공연팀

한승훈

7:00~7:15

쉬는시간

7:15~9:30

공연2(신청 공연) 사회자:정재원,남윤아

피날레

9:30~10:30

피날레

팜플렛 부스도장 응모발표, 응모 발표후 이우학교의 모든 불을 끈다.

축제사진 슬라이드쇼, 축준위 인사하기(축준위 학년별로 나오기)

중학교동과 본관사이

심진수

홍석희

신은경

 

다음은 축제를 마친 후 가진 축준위의 평가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들 일부이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다보니 만족도도 높지만 행사를 진행하면서 가졌던 아쉬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축준위 모집>

-아이디어가 있는 아이들이 축준위로 선발되면 좋겠다.

-축준위를 뽑는 기준이 애매했다. 친한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제비뽑기를 하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하지만 이번 기준은 다양한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는 의미로 뽑았다.

<홍보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완성도가 좋았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축준위 아닌 아이들이 많이 도와주었고 윤샘의 도움도 많이 받아 더욱 완성도 있게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내부의 협력이 부족했던 면이 드러난 것인 만큼, 더욱 협력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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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개 좌: 축제 분위기를 돋구고 홍보하기 위해 만든 전시물 우:축제를 마친 후 축제준비위원회 친구들이 모두 모여서 기념으로 한 컷>

학생들의 작은 의견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2011학년도 학생회

올해 중학교 학생회의는 학생들의 작은 의견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학생회, 소통이 잘 되는 학생회, 즐거운 학생회, 끈기 있는 학생회, 추진력 있는 학생회, 친근한 학생회를 모토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올 4월에 있었던 중학교 학생 총회에서 발표한 2011학년도 총학생회의 1년 계획의 일부이다. 인상적인 것은 해마다 총학생회의 성격과 모토에 따라 계획의 내용이 바뀐다는 점이다. 해마다 거의 비슷한 계획을 의례적으로 세우는 보통의 학생회와는 분명히 대조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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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환경주간 행사 및 기부활동

이우학교는 해마다 5월이 되면 인권환경주간이 있다. 이 주간에는 주로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인권과 환경에 관한 영화상영, 공연, 토론회, 주제수업 등 다채로운 활동이 이루어진다. 올해 중학교 학생회에서는 지난해와는 다르게 활동을 했다. 판매 사업을 통한 수익금을 인권단체에 기부하는 활동이었다. 해당 인권단체에서 중학생이 기특하다며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다음은 총학생회장 중학교 3학년 김호수의 답변 중 일부이다.

 

인권환경주간은 저희 학교 행사 중에서도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년 이 행사가 고등학생들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중학교 총학생회는 친구들이 인권과 환경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중학교에서도 인권환경주간행사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총학생회가 점심시간에 모여 직접 만든 맛있는 감자볼과 시원한 매실주스, 오미자 주스를 중학교 친구들 전체를 대상으로 판매했습니다. 행사로 얻는 수익금은 모두 인권단체에 기부하기로 처음부터 계획했었고요. 물론 맛있는 간식에만 관심을 갖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저희는 친구들이 이 행사가 인권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도록 행사 후에도 계속해서 홍보했습니다.

 

학생이 감히 선생님의 수업에 대해 말한다?! 수업간담회

지난 6월에는 학생회가 주관하여 수업간담회를 가졌다. 보통의 경우 교사의 수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매우 어렵다. 교사는 학생들의 의견이나 판단이 미숙하다고 생각해 무시하기 일쑤이며,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수 있을 뿐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여기고 입을 닫고 뒤에서 흉보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수업간담회 개최에 관해서 일부 교사들은 조금 회의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들 또한 오히려 학생들에게 수업에 관하여 학생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고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로가 더욱 더 좋은 수업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자, 미리 반별로 수업에 관한 의견을 모아 간담회 때는 학년별로 정리된 의견을 발표한 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갖자, 인신공격이나 단순 불만을 토로하진 말자, 간담회 참석은 교사와 학생 모두 자율적으로 하지만 교사는 학년별 1명이상 필참으로하고 학생은 학생회 임원과 대의원은 필참으로하자 등 몇 가지 원칙을 정하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예상 밖에 교사는 12명의 중학교 교사 중 10명 정도 참석했으며 학생들 또한 180여명 가운데 약 8~90명이 참석해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수업간담회에서 중학교 2학년회장의 발표내용 일부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대해 나름대로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여기는 것이 얼마나 편견이었는지도 깨달을 수 있다.

 

먼저 선생님들께 바라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학년 학생들은 선생님이 계속 설명하시고 저흰 받아 적거나 읽기만 하는 수업을 좀 지루해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수업의 기본이고 교과의 특성에 따라 필수적일수도 있지만 모둠토의나 발표와 같은 저희가 직접 참여하는 활동수업의 내용을 조금 더 넣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활동 수업을 좀 더 넣어 주신다면 보다 흥미유발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학년으로 올라오니 더욱 어려운 단어가 많아지고, 어려운 공식들이나 어려운 설명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이해를 잘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분위기에 모른다고 말한다는 것이 어렵고 창피하여 못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해를 못하고 다음 배울 것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조금 많이 있습니다. 조금만 천천히 진행을 해주시고, 편안한 분위기로 한번 더 질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중략)

이것은 수업에 대한 바람은 아니지만 선생님들께 부탁이 있다면 이름을 친근하게 불러주셨으면 바람입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소통이 좋은 수업을 만든다고 생각이 드는데 이름조차 모르고, 어색하다면 좋은 수업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아이는 성을 붙이고 부르고 어떤 아이는 성을 안 붙이고 이름만 부르는 경우를 겪었다고 합니다. 성을 붙이시고 이름을 부르시는 게 익숙 하셔서 그러실 수도 있지만 이름만 부르는 게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의도적이지 않은 것은 알지만 기분이 안 좋았을 것 같습니다. 서로가 노력하여 더욱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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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개 좌: 수업간담회에서 중학교 1학년 학년회장이 발표하고 있다. :수업간담회에서 교사들과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학교의 본모습이 되어야 할 배움과 학생자치

학교는 배움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배움은 교사의 가르침과 기다림을 통해서도 이루어지지만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의 학생자치는 학생이 주인이 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내가 학교의 주인이고 학교를 지켜낸다고 여긴다면 왕따나 폭력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왕따나 폭력은 학교를 위태롭게 만들기에 학생들은 주인으로서 스스로 맞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생자치는 학교와 배움의 주인이 자신임을 일깨워주는 활동이다. 또한 자치의 과정은 끊임없이 타인과 이야기하고 회의해야 하기에 저절로 소통능력이 키워진다. 이와 같이 학교의 고갱이라 할 수 있는 학생자치가 많은 학교에서 좀 더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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