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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가 만나 서로를 살리는 통합교육 - 성미산학교의 통합교육 사례 본문

희망이야기/그곳에 희망이 있다

나와 너가 만나 서로를 살리는 통합교육 - 성미산학교의 통합교육 사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1. 11. 09:30
나와 너가 만나 서로를 살리는 통합교육 - 성미산학교의 통합교육 사례

글/강미정(성미산학교 특수교사, piglet0603@hotmail.com) 


성미산학교는 인간과 자연, 나와 이웃의 공생과 공존을 지향하는 생태철학을 추구하는 마을학교입니다. 나지막하지만 아름다운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모인 마을사람들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키우기 위해 만든 학교입니다. 또한 작은 산과 아이들로 인해 우연히 만난 어른들이 서로를 돌보고 함께 성장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성미산학교는 마을을 기반으로, 마을 만들기를 교육과정으로 실험하고 있으며, 돌봄과 소통이 있는 학교를 꿈꿉니다.


“관계? 관계를 맺는다는 게 뭐지?”
“그건 서로 도와 주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거야.” (안도현, 「관계」)

성미산학교는 서로 다른 나와 너가 만나 관계 맺기를 하고, 그 관계 속에서 서로를 돌보는 작은 마을이기도 합니다. 대다수가 아니어서, 혹은 현대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을 벗어나서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범주화된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을 만나 일상을 공유합니다. 함께 공부하며 뛰어 놀고 학교를 벗어나 숲 속과 강을 따라 발걸음을 함께 내딛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통합교육이라고 말합니다.

성미산학교의 통합교육 모델은 상호호혜적인 배움, 서로가 가르치고 배우면서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을 중점으로 둡니다. 배움을 나누고 초대하는 데 있어 장애학생이라고 해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장점을 찾아주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경험을 갖도록 합니다.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서는 법, 동시에 서로를 살리는 법을 함께 익힙니다. 그러한 만남들을 통해 일반학생들은 관계 속에서의 나를 만나고 대부분을 벗어 난 어떤 것, 그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나갑니다. 침묵하는 것, 기다려 주는 것,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것,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 등을 말입니다.


우리 사이의 즐거움

정말 기대되는 날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 전 날 부터 오늘이 기다려지고, 설레었다. 설렘이 있는 만큼 걱정거리들도 있었다. ‘과연 내가 민수형을 잘 챙겨주고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너무 책임감 없이 결정해 버린 일이 아닐까?’ 라는 고민이 있었다.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했던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지내고 나니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 같이 수영을 하며 느낀 것이 있다. 나는 민수형을 챙겨주려 간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민수형과 수영을 하며 놀러간다는 것에 중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중략) 민수형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만 중요해지면 우리 사이에서 ‘즐거움’ 이란 것이 형성되지 못한다. 민수형도 나를 친한 후배 보단 교사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난 그런 것이 싫다. 민수형과 나의 관계 속에는 ‘즐거움’ 이란 것이 형성되어야 하고 민수형에게도 나와 만나며 교사라는 무거운 의미보단 같이 웃고 놀 수 있는 형과 동생 사이가 되길 바란다.
(11학년 다원이가 개인프로젝트로 민수형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며 쓴 일지) 
 
성미산학교는 2008년 초등학생 두 명이 돌봄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로 졸업프로젝트로 혹은 개인 프로젝트로 장애학생을 만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수영이나 축구, 미술, 혹은 정말 재밌게 놀 수 있는 튼튼한 몸이 있는 친구들이 장애학생과의 만남을 자기성장의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민수는 요리를 좋아하고 성격이 꼼꼼한 12학년입니다. 요즘은 학교 카페에서 열심히 쿠키를 굽고 있습니다. 민수는 감정을 자제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어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뛰거나 소리를 크게 지르기도 하지요. 다원이는 바로 아래 학년입니다. 작년에는 초등에 있는 동생과 축구 수업을 하더니 올 여름에는 민수에게 수영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다원이는 특수교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길찾기의 일환으로 민수 수업에 보조교사로 참여합니다. 다원이는 벌써 민수를 통해 관계 속에서의 즐거움을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민수는 다원이를 통해 수영 뿐만 아니라 또래 문화를 익히고 있습니다. 학교 어른들은 이 아이들 사이의 즐거움이 기대가 됩니다.


안전 도우미 동진이 형님


동진이는 졸업생입니다. 키가 훤칠하고 동네를 구석구석 잘 아는 친구입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가 서툴고 자신의 세계에서 공상을 하다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크게 웃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방앗간인 학교 안 카페 미니샵에서 졸업 프로젝트로 마늘 쿠키 레시피를 개발해 인기 메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동진이는 작년 봄부터 겨울까지 매주 한 번씩 안전 도우미로 1학년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동진이의 역할은 자연놀이에 나가기 전에 인원을 점검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아이들을 인솔해서 목적지에 잘 도착하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물놀이를 한 후 남자아이들이 옷을 갈아입는 것도 도와주고, 사진을 찍어 자연놀이 스케치를 학교 식구들과 공유했지요. 동진이는 줄을 잘 서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아이들은 동진이 형님이 천천히 걸으며 눈을 맞추고 이야기 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제니샘은 생강뿌리와 줄기따서 신문지에 꼭꼭 싸놓았는데...어찌나 아끼고 싶은지...^^그러지 않아도 지난 주 사진 올리라고 전하려던 참이였는데... 동진이가 함께 해서 자연놀이가 더 즐겁다. 고마워(1학년 담임교사)

동진이 덕분에 궁금했던 자연놀이 사진을 봤네요. 돗자리 펴고 노는 모습이 소풍처럼 신나 보여요. (1학년 학부모)


동진이는 안전도우미를 하며 마을의 어른들과도 관계맺기를 시작했습니다. 자기세계의 확장을 통해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격려해 주는 어른들을 마을 골목에서 더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위바위보, 우리들의 생태놀이


생태놀이는 생태수업을 매개로 한 통합수업입니다. 관계로 이루어진 세계에 대해 놀이를 통해 배우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 및 생태계에 대한 감성적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서 장애학생이 사회성, 의사소통기술 등을 연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생태놀이는 생태교사와 특수교사가 함께 진행하는 수업으로 2009년부터 시작해 벌써 시즌3을 마쳤습니다.

재민이형: “까막딱따구리”
교사: “까막이 뭐야?”
동주: “저요!”
교사: “까막딱따구리는 어디에 있어야 맞을까? 어디에 있으면 좋을까?”
동주: “응.....잠시만!! 응....”
재민이형: “동주야, 이거 보면 알 수 있어”
동주: “응...나무 위의...왼.....”
재민이형: “기둥 아니면 풀?”
교사: “나무 줄기 아니면 나뭇잎? 나무 뿌리?”
동주: “나무........기둥.......”
재민이형: “줄기가 기둥이야.”
교사: “어디?”
동주: “응.....줄기”
교사: “딩동댕”

성미산학교는 사회가 지닌 문제들이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통합교육을 실시합니다. 성미산학교가 꿈꾸는 것은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올리버처럼 세상을 향해 대안의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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