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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기 - 해방 60주년 민주화와 산업화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3. 11:46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다양한 변화와 움직임을 민주화와 산업화의 관점에서 보여주는 「광복 60년 기념전-시련과 전진」이 지난 달 14일(일)부터 28일(일)까지 15일 동안 국회에서 열렸다. 국무총리실 산하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사업으로 진행된 이번 기념전은 지난 60년 세월의 치열한 삶의 궤적을 통해 거룩한 시련의 과거를 회고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위대한 전진의 미래를 다짐하자는 의미가 깔려있는 전시다.


특히 국회 이전 30주년을 맞아 국회의 문이 유례없이 큰 규모로 활짝 열렸다는 것에 더 의미 있다 하겠다. 국회에서 이 같은 전시가 있었던 것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나 싶다. 여의도를 지날 때 마다 저 멀리 국회 건물의 기이한 지붕이 눈에 띄고 그 버섯 같고 혹은 흉칙한 물건 같은 모습이 내내 눈에 거슬렸다. 아울러 본 건물 앞에 세워진 전형적인 기념동상의 엉터리 인체 비례와 서양인의 육체를 흉내 낸 모습 등에 적이 실망스러웠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회 공간 전체가 좀 더 예술적인 공간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잔디밭에 좋은 조각 하나만 가져다 놔도 국회이미지가 대번에 달라질 것이다.

 

국회가 좀 더 예술적인 공간으로
국회 앞마당과 분수대 주변, 테라스 측면 3군데에 가설된 전시물들은 그간 해방 60년의 역사를 시각이미지와 텍스트, 구체적인 오브제를 통해 한눈에 살펴보고자 한 전시다. 그렇다고 그것이 교과서적인 역사기술이나 시각이미지 자료의 나열에 따른 관제적인 교훈적인 상식적인 정보의 제공에 머물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역사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그 지난 시간의 과정과 사건들을 어떻게 보고 이해하느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마도 그 점이 가장 본질적인 전시의 핵심이었으리라고 본다. 그동안 우리들의 역사, 국사란 특정 지배이데올로기와 관점과 정치권력에 의해 굴절되고 왜곡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역사를 사실 그대로,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느냐에 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이념 혹은 계층과의 대립과 반목으로 첨예하게 갈라져있는 상황에서 이 전시 역시 어느 한쪽의 시비와 트집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해방 60년을 기념하고자 한 전시의 테마는 ‘시련과 전진’이다.


역사의 궤적을 통해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고자 했으며 이를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양 축으로 풀어보고자 한 것이다. 전시 조직위원회는 이 두 개를 섞어서 정치, 경제, 문화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우리네 일상 속에 그 모든 것들이 스며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이를 배치했다. 이른바 일상사로 보는 한국 해방 60년의 역사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전시회는 민주·산업화 흐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역사 교육과 향수를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다. 모두 7개의 ‘그 날’로 풀어보는 정치사와 생활 산업 문화의 변화로 보는 경제사가 그것이다. 옛 희귀 자동차와 교과서의 변천사, 큰 인물 60인, 초대작가전 등을 함께해서 비교적 볼거리가 풍성한 전시로 만들었다.


더불어 전시로만 그치지 않고 부대행사로 영화제를 마련하여 해방 이후 60년 동안 제작된 주요 한국 영화 23편을 한 자리에서 상영했다. 여균동 감독의 최신작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가 첫 공식 시사회를 가졌으며, 해방 이후 현재까지 당대의 사회상을 의식·무의식으로 반영하고 있는 영화들을 통해 그 영화의 흐름이 곧 한국 사회의 변천 과정과 맞물리도록 했다.
<해방에서 분단 이후까지>, <일상의 풍경>, <민주화·산업화·근대화> 라는 3가지 테마의 영화를 통해 해방 이후 격변기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 더 나아가서는 무의식인 측면에서의 변화와 움직임을 살펴보고, ‘해방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확인·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영화제에 나온 영화들을 보면 그 영화 자체가 고스란히 그간의 삶의 과정을 재현하고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기념전은 시대의 역사적 기록을 사진·영상과 각종 오브제로 표현하여 한국 사회의 민주화, 산업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회], 해방 이후 60년 동안 제작된 주요 한국 영화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제], ‘해방 60주년의 시점에서 본 한반도의 과거, 현재, 미래’ 라는 주제의 [학술토론회] 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이 3개의 독립된 부분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서 해방 60년의 한국 사회와 문화를 심층적으로 이해시키는데 기여했다.

 

전시회, 영화제, 학술 토론회
전시회는 국회 앞마당에서 진행되는 인트로와 본관 옆 테라스에 진행되는 본 전시로 나뉘어 열렸는데 인트로에서는 ‘김구’, ‘이승만’, ‘전태일’, ‘윤이상’, ‘이미자’,‘백남준’ 등 한국 현대사에서 각 분야를 대표하는 주요 인물 60인을 선정하여 그들의 업적을 보여주는 <큰 사람, 큰 인물>이 해당 사진과 텍스트를 통해 흥미롭게 연출되었다. 또한 <교과서로 보는 60년>, <자동차 변천사> 등이 가장 인기 있는 전시였다. 특히 자동차 변천사가 가장 인기를 모은 것은 새나라 자동차(1962년), 삼륜 자동차(1963년) 등 이제까지 국내에서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희귀한 자동차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실물을 통해 아득한 그 시절을 화상처럼 떠올려주었기 때문인 듯 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본 전시에서는 ‘8·15’, ‘6·25’, ‘4·19’ 등 60년 정치사의 정점에 있는 각 시대별 7가지 ‘그 날’을 전시의 중심축으로 삼고, 각 사건을 생활·산업·문화의 경제적 변천사와 함께 해방 60년 이후 민주화·산업화의 흐름으로 엮어 한눈에 보여주었다. 특히 7가지 사건의 연결동선에는 통신의 변화, 제과 변천, 가전 제품의 변화, ‘탈 것’의 변화, 제철·생활용품의 변화 등 주요 산업 변천사와 시대별 대중문화 현상, 국토의 변화 등이 전시되어 한국 현대사의 정치·경제적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것이 이 전시의 중요한 덕목이다.


더불어 해방 60년을 소재로 국내 유명작가들의 조각 과 사진작품으로 구성된 <초대작가 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참여 작가로는 심정수, 민정기, 강요면, 주재환, 신학철, 최민화 등 한국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대표 작가들의 입체와 평면, 설치작업들이 전시되었으며 산업화 측면에서의 공장과 생태환경을 소재로 예술적 접근을 시도한 사진작가 박경택, 백승철, 조춘만, 김철현, 방병상, 인효진, 임선영 등의 뛰어난 사진작업들이 전시를 더욱 흥미로운 볼거리로 만들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좁고 협소한 장르개념이나 단순한 자료 나열식의 전시형태를 벗어나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이미지와 텍스트, 오브제와 사진, 영상 등을 통해 우리의 지난 시간과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소중한 실마리를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글 / 박용택

미술 평론가,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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