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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이 지난 요즘 이곳 신지도에 사람들이 꽤 찾아옵니다. 학꽁치를 잡으러 오는 낚시꾼들인데 평일에도 적지 않게 옵니다. 주말이면 날씨와 상관없이 학꽁치 낚시터엔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그야말로 만원사례입니다. 전문 낚시꾼이 아닌 경우가 더 많은 듯해 보입니다. 바람 불고 너울 센 날에는 입질이 잦지 않다는 데도 그렇습니다. 제 철을 만난 것이지요.
동해안 쪽에선 봄철에 많이 낚이는 어종인데 남해안에서는 10월부터 11월 사이에 잡습니다. 갈매기도 학꽁치를 낚아 채가기도 합니다. 수면 가까이서 유영하는 학꽁치를 부리로 물고 날아가는 장면이 종종 목격됩니다. 워낙 잘 낚이어 마릿수 또한 만만치 않은 터라,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서울 번호판이 붙은 차까지 보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형님과 친구 분들이 다녀갔습니다. 입소문을 듣고 전주에서 이곳까지 오신 것이지요. 물론, 그분들은 학꽁치를 낚으러 오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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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낚시를 하러 오셨지요. 낚시할 줄 모르는 저는 그저, 바다 구경하고 바람도 쐴 겸 따라 나섰다가 놀랬습니다. 아, 이렇게 많은 낚시꾼들이 오나 싶을 만큼 선상에서, 무인도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참 많더군요.
초보인 저도 학꽁치 낚시에 나섭니다. 주중이지만 일과를 마친 뒤, 물때가 맞아 낚시 나가기에 괜찮은 날입니다. 동료 몇이서 함께 갑니다. 채비랄 것도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막대낚시(민장대) 들고, 미끼로는 새우 한 봉지, 플라스틱으로 된 둥근 페인트 박스 뚜껑을 구멍 내서 담기에 수월하게 만든 일종의 구럭 역할을 하는 통이 전부입니다. 거기에 도마와 칼, 초고추장에다 이홉들이 소주 댓 병이면 그만입니다. 신지도에서 제일 큰 마을인 동고리의 방죽포로 갑니다. 신지도엔 석화포, 내동, 동두머리, 양지리, 송곡 방파제 등 학꽁치 낚시터가 여러 곳 있습니다. 가장 검증된 낚시터가 동고리 방죽포입니다. 날물 때에는 바닷속 깊은 동두머리가 낫다지만, 만조가 덜 된 들물 무렵엔 어느 때고 손맛 볼 수 있다는 곳이 방죽포랍니다.
고금도과 약산도가 바로 코앞입니다. 고금과 약산은 다리를 놓아 이제 하나의 섬처럼 된 지역입니다. 강진만 쪽으로 그만그만한 산들의 중첩이 아스라이 보입니다. 섬의 늦가을답지 않게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대고 중천에서 함지 쪽으로 조금 기운 해가 아직 노을을 만들고 있지 않은 쾌청한 날입니다.
신축한 선착장에 딸린 주차장은 바다를 메워 만들었습니다. 그 선착장의 콘크리트 벽 난간에서 낚시를 합니다. 신지대교가 개통되면 신지도와 완도를 오가던 철부선 운항이 필요 없게 됩니다. 물하태와 강독을 오가던 철부선이 노선을 옮겨야 하는데, 약산과 가장 가까운 지점인 이곳으로 옮겨온다고 합니다. 철부선을 접안할 시설이 새로 들어선 것이지요. 그곳이 낚시터인 셈입니다. 아직은 시험 운행을 하고 있어 철부선이 자주 들락거리지 않습니다. 그래, 갯바위나 내만의 표층에 근접하는 성질마저 있는 학꽁치는 해안 가까이에서 놉니다. 철부선이 오가고 기름찌꺼기가 바다에 뜨면 물고기의 회유는 점차 사라지겠지요.
바다 저쪽엔 그물을 치고 광어를 기르는 널찍한 가두리 양식장이 보입니다. 땅 위로는 시설 투자를 많이 한 축양장에서 하루 스물네 시간 끊임없이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또 내붓습니다. 멸치잡이를 하는 집도 이젠 제법 한가해 보입니다. 양철로 지붕을 얹은 작업장에는 멸치를 삶는 가마솥만 덩그렇게 걸려 있을 뿐 사람 그림자는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멸치잡이가 한창일 때는 멸치그물에 든 꼴뚜기며 새우 등속은 삶고 병치는 썰어, 술잔을 기울이려 술꾼들이 붐볐던 곳입니다.
평일인데도 벌써 여럿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낚시라고는 이곳에서 예닐곱 번 해 본 게 전부입니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인 저로서는 많이 낚으려는 기색을 당초에 내보이지 않습니다. 오면 오고 가면 가는 줄 알고 낚싯대를 담그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초보인 저에게도 쉴 짬을 주지 않으려 작당했나 봅니다. 연신 입질입니다. 또 낚입니다.
“초장부터 끝발 서는 모양이네.” “눈 먼 놈들이겠지.” “볼펜만이나 한 것들 가지고서야, 성에 차나.” “비늘이 팔광 껍데기만한 것 정도는 잡어야 맛이지.” “거, 포 한 번 대공포시.” “하이고, 이건 방생용이네, 그려.”
씨알 굵은 게 나올 철이 되었답니다. 아직 안 나온다고 다들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여름철에 대물급이 물린 적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도사급 낚시꾼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우라고 합니다. 여름철에는 꾼들도 아예 학꽁치 낚을 염두를 내지 않는데, 예년에 없이 나왔다는군요. 그것도 학꽁치의 대물급인 40센티미터 이상이 잡혔습니다. 꾼들의 견해로는 가두리 양식장 주변에서 해를 넘긴 모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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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가 풍부해서 해류를 따라 먼 바다로 나가지 않고 머물렀을 것이라는 판단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산란기인 5~7월에 연안 해조류에 알을 낳고 다시 먼 곳으로 나가는 난해성 어류인 학꽁치가 여름에 잡히더니, 지금은 볼펜 크기만한 잔챙이들만 잡힌다고 아우성입니다. 학꽁치는 뭍으로 나오면 오래 살지 못합니다. 성질이 급해서 그런다고 합니다. 보셔서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학꽁치는 주둥이가 학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 붙여진 이름으로, 침어(針漁)라고도 불립니다. 가늘고 긴 몸의 빛깔은 등 쪽은 청록색이고 배는 은백색을 띠고 있습니다. 공미리과에 속하는데, 일본에서는 ‘사요리’라고 해서 몹시 좋아한다고 합니다. 여기 사람들 또한 비릿한 내도 별반 없어 회와 구이를 해먹기도 하고,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여름철에 꺼내 먹는 이도 있습니다.
제가 일 하는 곳에서도 학꽁치 낚시에 관한 한 도사급이 여럿입니다. 오늘 함께 나왔습니다. 그들은 입질이 있다 하면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학꽁치는 입질이 약하기 때문에 소형막대찌를 쓰고 1~2푼 정도의 봉돌을 달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채비를 갖췄건만, 저는 입질의 빈도만큼 잡아내지 못합니다. 도사들 서너 사람이 연신 낚으니, 플라스틱 통에 어느덧 적지 않게 찼습니다.
“그만 접는 게 어때?” “그래. 손질 하고 자리 펴면, 해질라.” “어디로 옮겨 갈 것 없잖아. 여기가 도원인데.” “바람 맞으면서, 한 잔.” “임 싣고 떠나는 저 배, 눈물바람으로, 두 잔.” “……망연자실, 석 잔.” “크아, 대사 죽인다.” “오늘 또 맛이 아주 가겠구만.” “2차 가지 말고, 여기서 몽땅 자빠지자.” “두고 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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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꽁치는 잡는 것보다 손질이 더 어렵습니다. 비늘을 벗기고, 주둥이와 꼬리 부분을 잘라낸 뒤,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고, 배 안쪽 까만 부분을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뼈를 발라내는 마지막 손질을 거쳐, 적당히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 회를 뜨는 솜씨가 일품인 동료의 손끝에서 잘려 나오는 회는 입안에서 그냥 녹습니다.
지방질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저열량 생선으로 가정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꽁치와는 다른 맛을 냅니다. 구이 또한 담백한 맛이 좋습니다. 상추와 깻잎 등 푸성귀로 쌈해서 먹어도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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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쌈을 싸지 않아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감칠맛입니다. 술 한 잔에 회 한 점 입에 넣으면 캬, 절로 흥이 돋습니다. 둥그렇게 술자리가 만들어집니다. 동료들은 모두 작정하고 나선 듯합니다. 술잔이 빠르게 돕니다. 바람 잔잔하고, 하늘 높고, 정겨운 이들 함께 하니, 안온해집니다. 몇 순배 술잔이 돌고 사뭇 들뜬 기분입니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모든 게 평온해 보입니다.
“사는 게, 별 거야. 이런 거지.”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 술잔이 돕니다. 서녘으로 노을이 얼핏 돋습니다. 서녘으로 기운 붉은 해가 하루 일과를 마감하고 함지로 스며듭니다. 우리 또한 그렇게 거나해진 하루를 접습니다.
사진 황석선
글 한상준 전북 고창 출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 지에 「해리댁의」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작품집으로 <오래된 잉태>가 있음. 현재 교육문예창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이며 전남 완도 신지중학교 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