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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닫힌 기억을 다수의 열린 역사로 민주화운동사진아카이브 본문

사료이야기/사료(구술) 이야기

소수의 닫힌 기억을 다수의 열린 역사로 민주화운동사진아카이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 12. 22. 16:17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권위주의 권력에 맞서 전개되어 온 민주화운동은 일제 식민지 하의 독립운동과 더불어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하는 고유의 역사발전 과정이었다. 이러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생산된 사료들은 과거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되돌아보고 현재 한국 민주화의 정체성을 정립하며 나아가 미래의 방향성을 설계하는데 지침을 제공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진의 경우 당대 민주화운동의 실제 모습에 대해 언어나 문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생동감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이용 가치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에서 구축한 ‘민주화운동사진 디지털아카이브’(Digital Archives)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현재로 부활시키는 하나의 적극적 시도라 할 수 있다. 디지털아카이브란 디지털 형태의 정보자원을 디지털 방식으로 소장시킨 가상의 기념관 개념이다.

 

민주화운동사진 디지털아카이브
다양한 조직과 개인 그리고 수많은 민주화운동 사건과 관련된 디지털아카이브 소장 사진들은 크게 두 가지 출처에 기인한다. 첫 번째 출처는 사업회 사료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박용수 사진컬렉션’이다. 이 컬렉션은 한글학자이자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보도실장을 역임했던 박용수 선생이 기증한 필름 9만 여 컷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민통련 활동 시절 민주화운동 현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촬영한 현장사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1985년 민통련 설립 당시부터 199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각종 민주화운동 단체와 재야인사들의 활동상을 담은 이 필름들은 사진작가로서의 중립적 내지 객관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민주화 인사의 시각으로 투영된 당시의 실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당대 민주화운동 역사의 산 증거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필름들 중 사진 내용상의 역사적·증거적·이용적 가치와 더불어 촬영상태·해상도 등을 고려해 약 15,000컷을 평가·선별하여 디지털아카이브에 등재시켰다.



 

또 하나의 출처는 경향신문사가 소장한 민주화운동 관련 사진들이다. 1970·80년대의 암울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언론사는 당시의 민주화운동 실상을 촬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의 하나였다. 특히 경향신문사는 1946년 창간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촬영 사진들을 나름대로의 정리방식을 바탕으로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적 연속성 위에 민주화운동 관련 사진들을 수집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다만 경향신문사에서 현재 소장하고 있는 500만 여 컷에 이르는 사진 중 민주화운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진의 수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군부독재 하 언론검열과 탄압의 정황 속에 카메라 앵글에 비추어진 민주화운동 현장의 모습은 다소 왜곡될 수 있는 여지 또한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디지털아카이브에 등재시킨 32,000여 컷에 이르는 사진들은 민주화운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진과 아울러 당시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민주화운동의 직·간접적 배경이 되는 ‘맥락’(Context)상의 사진들을 일정한 해석을 통해 평가·선별하였다.

디지털아카이브를 통해 구축된 민주화운동사
민주화운동사진 디지털아카이브에 수록된 사진들의 범주는 한국 민주화운동 역사를 포괄한다. 민주화운동 사건의 유형에 따라 또는 당시 권력의 억압 강도에 따라 사진 내용상의 완전성 편차는 다르지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민주화운동사를 구축하기에 충분하다. 민주화운동사를 모토로 하여 기록관리학의 분류논리를 적용해 볼 경우 수록 사진의 주요 내용구성은 다음과 같은 분류가 가능하다.

*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이승만 정권 : 8·15와 해방공간 / 대한민국 정부수립 / 반민특위 활동 / 이승만과 제1공화국 / 한국전쟁 등
* 4·19혁명 : 2·28대구민주운동 / 3·15부정선거 / 마산의거 / 4·19혁명의 점화 / 제2공화국 등
* 5·16군사쿠테타와 10월 유신 전야 : 5·16군사쿠데타와 박정희 / 제3공화국의 실상 / 한일회담 반대운동 / 3선개헌 파동 / 경제개발과 조국 근대화 / 베트남 파병 / 1971년 대선 / 10월 유신 전야 등
* 10월 유신과 10·26사태 전야 : 10월 유신과 민주화운동 / 인혁당·민청학련사건 / 근대화의 그늘과 노동운동의 개화 / 전태일 열사 / 민주화를 위한 투쟁 등
* 5·18민중항쟁 : YH사건 / 부마항쟁 / 10·26사태 / 12·12와 신군부의 등장 / 서울의 봄 / 5·18 민중항쟁 등
* 제5공화국 : 전두환과 제5공화국 / 민통련의 설립 / 5·3인천민주화운동 / 미문화원 점거농성 / 부천서 성고문사건 / 건대항쟁 / 직선제 개헌투쟁 /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 1987년 대선 / 구로 부정선거 등
* 6·10민주항쟁 : 4·13호헌 철폐운동 /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의 활동 / 이한열 열사의 죽음 / 6·10민주항쟁의 서막 / 6·29선언과 민주화 요구의 분출 / 노동자대투쟁 등
* 문민정부 수립과 민주화로의 여정 : 5·18특별법과 5·6공 청산 / 임수경, 문익환 목사 방북사건 / 범민족대회 / 학생단체의 단일화 / 민주노총의 수립과 노동운동 / 우르과이 라운드와 농민운동의 폭발 / 전교조의 설립 / 3당 합당 반대 및 야권대통합 / 연대사태 / IMF사태와 경제위기 등

민주화운동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사진 이외에도 한국 민주화운동의 직간접적 동인이 된 사건과 아울러 당시의 정치·경제·사회상을 표상하는 사진 역시 평가·선별하였다. 이러한 사진들은 이른바 기록관리학에서 말하는 ‘맥락’(Context) 정보를 형성하며, 당시의 시대적 배경 속에 민주화운동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을 제공한다. 물론 민주화운동사진 디지털아카이브에 수록된 사진들이 한국 민주화운동 전체를 포괄한다고는 볼 수 없다. 당시 민간 영역에서는 근접할 수 없던 현장사진들이 공안당국에 존재하고 있으며, 각 개인 내지 단체에서 소장하고 있는 상당수의 사진들이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웹 공간을 통한 민주화운동사의 대중화
역사는 미래를 위한 보고이다. 지난 세월 민초들은 우리 역사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가다듬으며 미래의 삶의 방향을 설계해왔다. 한국 민주화운동 역사 또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귀중한 유산이다.
민주화운동사진 디지털아카이브가 지니는 현재적 의미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최근의 지식정보사회 환경에서 민주화운동사진 디지털아카이브는 오프라인상으로 존재하는 소수의 ‘기억’을 시공을 초월하는 웹 공간을 통해 다수의 ‘역사’로 전화시킬 수 있는 말 그대로 꿈의 공간인 셈이다.
다수의 역사로 전화시키기 위해서는 디지털아카이브의 정보 검색성 강화가 필수이다. 이를 위해 현재 민주화운동사진 디지털아카이브에서는 다양한 색인어와 다원분류 시스템 도입을 통해 사진의 검색성을 극대화시켰다. 남은 문제는 민주화운동 사진에 대한 기본 분류체계의 수립이다. 수많은 민주화운동 사진들 간의 통합성(Integrity)과 유기적인 내적 질서가 구축될 때 보다 완벽한 민주화운동사의 현재적 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사회가 현실로 다가오는 지금, 민주화운동사진 디지털아카이브는 분명 한국 민주화운동사의 대중화 및 세계적 보편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명훈> 한국외국어대학교 기록관리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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