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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20대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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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20대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3. 8. 12. 16:32

20대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하다.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우리보다 앞선 세대는 지난날 보릿고개라는 말로 대변되는 가난에 대한 처절한 기억 때문에, 또 고도성장의 혜택을 누리며 자라난 이후 세대는 단군 이래 최대 환란이었다는 1997년 금융위기 때문에 이른바 밥 먹고 사는 것에 대한 불안과 집착이 강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밥 먹고 사는 것은 결국, 돈을 안정적으로 벌거나 많이 버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람이 사는 이유라는 게 따지고 보면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겠지만, 이게 좀 지나쳐 밥 먹고 사는 것이 인생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먹고사니즘”에 빠지는 것은 뭔가 좀 눈물이 난다.

 

더구나 조금은 낭만적이고, 아직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울릴 젊은 세대마저 이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어 산다는 것은 사회가 비극적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아닐까.

 

예컨대 “그런 게 밥 먹여 주냐?”라는 말을 40대 이상이 하면 좀 이해를 하지만, 청소년에게도 오로지 돈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절대기준이 된다면 그건 좀 씁쓸하다.

 

그래도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지, 물질적 가치보다는 자신이 느낄 행복에 집중하는 20대도 있다.

 

예술가로서 “피곤하지만 결코 힘들지 않은”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김로사 씨처럼 말이다.

 


예술가로서 그녀의 하루 24시간은 작업과 아르바이트, 조교 활동으로 숨 가쁘게 돌아간다.


“(예술을 전공으로 하면) 높은 등록금이 드는 것이 사실이에요. 사실 미술을 해야지 라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거든요. 다행히 학부 때는 아버지가 회사를 퇴직하시기 전이라 등록금은 회사에서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그래도 미대는 등록금 외에도 부수적으로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요. 그래서 그때부터 그걸 스스로 벌기 시작했어요. 카페 서빙, 과외 교사, 학원 강사, 전단지 돌리는 것 등 제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최대한 해서 돈을 충당했어요. 그러다 학부를 졸업하고 경제적인 문제로 잠시 회사에 다녔어요. 아버지가 퇴직하시면서 등록금을 지원 받기 어려웠거든요. 회사에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등록금 두 학기를 충당하였고, 지금도 아르바이트와 조교를 병행하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숨 돌릴 틈 없고, 더구나 돈도 되지 않는 자신의 바쁜 삶에 대해 한번쯤 회의적인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그녀는 예술을 선택할 때의 단호함처럼 그렇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제가 미술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엄청났었어요. 물론 부정적인 반응들이었죠. 사실 고등학교 다닐 때 수능 모의고사가 잘 나와서 부모님은 넌지시 공부를 권하셨거든요. 그렇지만 그때 전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바랐었어요. 좋은 대학에 취업 잘되는 과 들어가서, 번듯한 직장 얻어 돈 많이 버는 것 말고요. 그래서 2년간 부모님을 설득 한 끝에 미술을 할 수 있었어요. 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그랬어요.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으니까 더 긴 설득이 필요했죠. 지금도 부모님께서는 저를 인정해 주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딸이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말씀은 안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주위에선 예술가를 가난하고 한량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시선이 꽤 있어요. 사실 학부를 졸업할 당시에는 제 스스로도 꽤 우울했어요. 제가 원했던 미술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학교 다닐 때는 즐겁게 다녔지만, 막상 졸업하고 나서는 뭔가 즐거운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과 부모님께서 취업하라는 말씀이 겹치면서 우울한 시기를 보냈거든요.”


우울하고 불안했지만 결코 후회하지는 않았다는 그녀.


“그때 우울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 불안했지만 후회해본적은 없었어요. 잠시 취업을 했다가 모은 돈으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것도 인생에서 행복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문 때문이었어요. 회사에서는 돈으로 물질적인 것의 풍요를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저를 만족시키지도, 제가 살아 있다는 느낌도 주지 못했거든요. 회사를 나와 다시 예술가의 길을 가고 있는 저의 삶은 많이 팍팍하고 피곤하지만, 힘들지는 않아요.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한발자국씩 전진하며 가슴이 뛰고 있는 걸 느끼는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그녀가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있는 것은 조소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 조소를 접했다는 그녀는 조소가 주는 매력에 이끌려 이후 그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대학을 미술학부로 들어갔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거기서 조소를 알게 되었죠. 그 전까지 회화 밖에 모르던 제게 조소가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회화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더구나 조소는 입체에 특화되었기 때문에 여러 각도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생각해요. 평면적인 그림뿐만 아니라 3D조형, 공간에 관한 것까지 아우르는 작업을 항상 고민해요. 그런 과정이 예술가로서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항상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보는 그녀. 그녀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작업이 있다고 한다.


“지금 하는 작업은 두 가지 종류에요. 벗어던진 페르소나라는 큰제목으로 자아의 성찰을 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또 하나는 좀 더 대중적·사회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길거리 카펫>시리즈가 있어요. 첫 번째는 페르소나, 즉 가면에 관한 이야기에요.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는 이런 자신의 가면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보고,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공동체의 의식 속에서 그들은 흔적을 더듬고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길거리에서 발견한 타자를 통해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작업이에요. 이것은 공적인 공간인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며 작가의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참여하는 대중들의 발자국을 수집하는 것이 주된 작업방식이에요. 이 두 가지 모두 발전단계에 있는데 더 확장된 생각으로 고쳐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이 두 작업을 위해 그녀는 바쁜 하루를 더 바쁘게 보내고 있다.


“예술가들은 각자 스타일에 맞춰 작업시간을 가져요. 어떤 사람은 밤에만 작업이 된다고 해서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만 작업을 해요. 그런데 또 어떤 예술가는 회사원처럼 규칙적인 생활리듬 속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조교까지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주중에는 꼭 4시간씩 작업시간을 확보하고 있어요. 그래도 시간이 부족해서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밤을 새워 작업을 해요.”


그렇게 밤을 새우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일궈낸 결과물이지만, 그것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제 작품에 대해 판매요청이 들어 온 적이 있었는데 실제 판매가 되지는 않았어요. 저는 제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재료비를 포함해서 작품 가격을 설정한 건데, 그 쪽에서는 제가 학생이라고 거의 헐값으로 제 작품을 사려고 했거든요.”

 


비록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인정받지 못하지만, 남들만큼의 여유를 즐길 새도 없지만, 그래도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밝다.


“미술을 한다고 했을 때 강한 반대에 부딪쳤지만 그건 미술을 선택하기 이전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본인의 삶은 스스로가 책임지는 삶이라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봐요. 저는 단지 미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제가 열정을 느낄 수 있고, 가슴 뛰는 일을 선택한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 선택에 대해 책임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반대나 부정적인 의견은 매순간 따라와요. 하지만 저는 긍정적인 마음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태도가 저를 이끌어 줄 거라고 믿어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을 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라는 그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나가는 통과의례”를 멋지게 해내기 위해 그녀의 작업실은 오늘도 밤낮이 없다.


“저는 예술가가 정치가와 같이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의 생각을 작품에 투영함으로써, 사회에 의문을 던지고 작은 움직임을 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소설처럼 대중과 교감하고 대중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흔히 그러잖아요. 예술이 밥 먹여 주냐고. 저는 만약 누군가가 제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할거에요. 물론 예술이 밥은 먹여주지 않고 더러는 밥까지 뺏어 먹기도 해요. 하지만 밥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자신의 행복을 영위하고 나아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물질적인 가치만 조금 멀리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물질적인 풍요보다 저는 좀 더 가치 있고 행복한 사람이 될 거에요. 저는 딱 10년만 고생할 꺼 예요. 10년 뒤부턴 작품을 많이 팔아 밥 먹는 작가가 될 거니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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