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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겁내지 말고 용기 있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3. 5. 13. 00:09

겁내지 말고 용기 있게
-조리사에서 기자로, 최민석 씨의 이야기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남들과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기 위해서였는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년의 위기에서나 올법한 우울증 – 내가 그 시절에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 나는 뭐지? - 을 겪던 나.
그런 조숙한(?) 막내아들을 걱정하시던 나의 어머니는 언제나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다.

 

“아들아.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를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란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의 인생을 네가 원하는 바대로 살면 되잖니.”

 

하지만 나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들은 대개 어른들의 말씀보다는 희극인 박명수의 어록을 떠올리며 소주잔을 기울이게 마련이지 않은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늦은 것이다!”

 

특히나 바람직하다고 제시되는 인생 경로가 한정적이고 거기서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마련인 한국 사회에서는,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등의 이유로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겁먹을 필요 없이, 자신이 원한다면 선택하라”는 이가 있다.

 

조리사의 길에서 내려와 기자를 향해 한발 씩 나아가는 최민석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그는 현재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지내며, 일주일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평일에는 교육을, 주말에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올라온 후 지금까지 딱 이틀만 제외하고는 교육받고 일하면서 지냈어요.”

 

그가 받고 있는 교육이란 기자, 특히나 잡지기자로서 일하는데 필요한 교육이라고.

 

“제가 지금 듣고 있는 교육은 잡지기자 양성과정인데, 말 그대로 잡지에 실리는 글을 취재하고 작성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잡지계가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잡지사를 위해서도 좋고, 또 취업난이 심각한 저희들에게도 일자리가 생겨서 좋은 일종의 Win-Win 과정인 것 같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원하지만, 다른 20대들처럼 취업시장에서 높은 벽을 실감했다는 그. 그러던 중 알게 된 잡지기자 양성과정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기자라는 직업을 꼭 가지고 싶었지만, 기자가 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이 과정을 알게 되었는데, 혼자서 취업전선에 부딪치는 것보다, 실무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저와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끌렸어요.

 

보통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취업시장에서 고전을 하게 되면“일단 되는 데로 써보자”로 변하기 쉽게 마련이다. 하지만 최민석 씨는“타협하느니 더 노력해보자”는 생각으로 고향에서 연고도 없는 타지로, 편안한 집에서 비좁은 고시원으로 옮기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기자를 향해 한발 씩 다가서고 있다.

 

대체 그에게 있어 기자라는 직업이 뭐 길래?

 

“기자가 되고자 한 첫 계기는 단순했어요. 제가 원래 축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축구장에서 축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죠. 하지만 어릴 때부터 돈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축구장에서 돈을 안들이고 축구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하고 생각하다가 나온 것이 기자였습니다. 축구기자만 된다면 축구장에 무리 없이 들락날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기대감이 저의 첫 번째 선택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저는 오지랖이 대단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주인공은 될 수 없지만, 항상 1선에서 그 소식들을 전해 듣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처음 걷던 길은 기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었다고.

 

“충동적인 선택이었어요. 제가 인생을 좀 막사는 경향이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 이과였어요. 보통 이과면 공대를 많이 가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평범한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드라마인지 만화인지 한 작품을 보게 됐어요. 조리사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는데, 거기서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보여서 조리과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저희 집이 음식점을 하고 있기에, 제가 일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동경과 효심으로 들어간 조리과였지만, 이내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실습을 하면서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결정적인 건 군대에서였어요. 저는 운전병이었는데, 조리과 출신이라고 취사병이 휴가 나가면 저에게 일을 시켰어요. 고된 일에 많이 당황했고, 자꾸 제게 그걸 시키니까 간부와도 마찰이 생겼어요. 그 때 느꼈어요. 내 밥을 굶어가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밥을 만드는 게 정말 쉬운 게 아니다 라고요.”

 

군대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관심과 적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조리사의 길에 대한 회의가 들었어요. 그래서 진로를 변경하기로 결심했는데, 무엇을 할까 고민이었죠. 그러다 문득 축구기자라는 꿈이 떠올랐어요. 그 전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부터는 그걸 조금씩 현실화시키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복학하면서 전공을 바꾼 그는 기자에 대한 막연한 꿈을 현실적인 목표로 만들기 위해 학보사에도 들어갔다고 한다.

 

“학보사는 개인적인 시간 제약이 많았어요. 항상 대부분의 시간을 기사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야 했어요. 또 취재를 하는 시간도 많았고요. 그래서 다른 학생들이 많이 하는 학내 활동이나 대외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그 점은 조금 아쉽지만, 저는 그 이상으로 학보사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큰 득이 되었다고 봅니다.”

 

그가 말하는 학보사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다양한 경험이에요. 취재를 하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학보사라고 대학 내의 사람만 만나는 건 아니잖아요. 외부로도 취재를 나가는데, 학보사 기자가 아니라면 만나기 힘든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누군가 말하기를 낚시는 잡은 결과물보다는 손맛에 한다고 하는데, 제게 있어 학보사가 그런 느낌이었어요. 안 가본 곳을 갈 수 있고, 안 만나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 그 맛으로 학보사 생활을 재미있게 했어요.”

 

학보사 생활을 하면서“세상 모든 일을 다룰 수 있다”는 기자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최민석 씨. 평소 후회를 많이 하는 성격이지만, 진로를 변경한 것에 있어서는 조금도 후회 해 본적이 없다는 그는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 걸까?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날 대체할 수 있는 기자가 아닌, 절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많이 궁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리사에서 기자로, 자신의
“업”을 위해 용기 있는 걸음을 걷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이 겁보다는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그가,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지만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

 

“변경을 고민하고 있는 시점부터, 그 전의 인생은 이미 버려진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겁먹지 말고 과감히 바꾸길 바랍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진로를 무엇으로 바꾸던 최소한 굶어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죽으란 법은 없으니 어떻게든 될 겁니다. 무엇보다 정말 바보가 아닌 이상 다른 분야에서 몇 년 이상 근속하면 한 사람의 몫은 해내길 마련입니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금상첨화지요. 이런 부분을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근데 책임져야하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있다거나 그러면 제 말을 걸러들으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진로도 좋지만, 당신의 꿈이 가족의 꿈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진로 변경으로 수익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 당장 바꾸는 것보단 취미생활이든 제2의 직업이든, 천천히 조금씩 자신의 삶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예 포기하는 것 또한 용기입니다. 현명한 생각하시길. 어차피 인생의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정답입니다.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준비만 돼있다면 가는 겁니다. 겁먹을 필요도 없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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