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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쉘 위 탱고- 김언주 씨의 탱고 이야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3. 7. 11. 10:36

쉘 위 탱고

- 김언주 씨의 탱고 이야기 -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쁘거나 무료하거나 혹은 막막한 일상을 보내면서 오만상을 찌푸린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기에 견뎌낼 무언가를 찾는데 그게 또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들 택하는 것이 술과 담배, 도박과 같은 것들이니 말이다. 


우리는 좀 더“건설적”이고 “건강 친화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볼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과 같이 춤으로 자신의 인생에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김언주 씨처럼 말이다.



누구나 그 나이 때 쯤 되면 겪는 성장통 같은 것이라지만, 김언주 씨 또한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대학에서 고민에 빠진다.


“대학에 들어와서 정신없이 1년을 보내고 나니 진로문제나 이성문제를 포함해 여러 고민이 생겼어요.”


바로 그 지점에서 대개는‘부어라 마셔라’하며 결국 술로 시간을 보내거나‘방황이라는 미명’으로 한없이 겸손한 학점을 받는 길로 들어서지만, 김언주 씨는 남달랐다.


“고민이 많아지면서 삶의 새로운 변화를 찾게 되었어요. 그러던 차에 탱고를 시작하게 되었죠. 저는 18살 때부터 세계 각국의 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어요. 그러면서 탱고음악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반도네온과 바이올린 소리에 매료되었어요.”


처음에는 동호회에서 탱고를 배웠다는 그녀. 때론 남미까지 가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고.


“서울에 있는 동호회에서 탱고를 배우기 시작해 일이 있어 부산에 내려갔을 때도 그곳에서 탱고를 췄어요. 동호회에서는 탱고를 오랫동안 춘 선배들한테 배우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또 전문 강사나 다른 나라의 탱고 챔피언들을 초빙해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해요. 그렇게 한국에서 탱고를 배우다가 2011년에는 아르헨티나 여행을 통해 탱고 강의를 들었어요. 콜롬비아에서는 역대 탱고 챔피언에게 개인강습을 받기도 했고요.” 


먼 남미까지 가서 탱고를 배울 정도로 그 매력에 빠져 지냈던 그녀. 그 시간 동안 자연스레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민도 풀렸다고 한다. 


“탱고는 제 인생에 새로운 물고를 터준 고마운 존재에요. 진로문제로 고민이 많았는데, 탱고를 계기로 국제학을 전공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남미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고, 남미라는 대륙을 여행하게 되었어요. 또 학사 논문도 라틴 아메리카와 관련해 썼고요. 그런 남미와의 인연들이 조금씩 누적되어 스페인어를 배우게 됐고, 결국 저는 사회의 첫발을 남미 콜롬비아에서 시작했으니 탱고가 제 인생에 있어 정말 큰 변화이고 소중한 인연이죠.” 


그녀가 소중한 인연이라 말하는 탱고. 과연 그녀가 느끼는 탱고의 매력이란 무엇이기에 그럴까?


“탱고는 어려워요. 리듬과 박자만 맞춰서 흥겹게 출수 있는 살사와 달리 늘 연습과 애정, 노력이 필요한 정복하기 쉽지 않은 춤이에요. 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균형과 조화에요. 꼭 인생 같아요. 탱고는 혼자서는 절대 출 수 없는 춤이에요. 하지만 상대에게 기대서 출수도 없는 춤이죠. 누군가와 항상 함께 해야 하지만 자기 스스로 한발로 꼿꼿이 서지 못하면 상대에게 자신의 무게를 기대게 되고 결국 넘어지게 되요. 그래서 오랜 시간 탱고를 추더라도 항상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것이 스스로 걷기 연습이에요. 그 다음에 파트너와 함께하죠. 

그리고 조화가 필요해요. 탱고를 많은 분들이 야한 춤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파트너와 너무 가까이서 추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대의 심장 박동과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가까이 추면서 해야 할 것은 상대의 몸을 만지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집중해서 음악을 함께 느껴야 하고 상대가 원하는 리드를 잘 받아 줄 수도 내가 원하는 리드를 부드럽게 잘 전달 할 수도 있어야 하죠. 그래서 원치 않은 사람과는 즐겁게 출 수 없기도 하고 상대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면 그 조화는 깨져서 춤이 완성되지 못하게 되요. 인생에서도 스스로 서는 힘과 상대와 조화를 이루는 그 부드러움이 참 중요하잖아요.”


영화 '탱고'의 한장면영화 '탱고'의 한장면


그렇게 탱고에 푹 빠져 지내고 있는 그녀. 탱고를 추는 매순간이 행복했지만 그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시간이 있다고.


“물론 탱고를 즐겁게 췄던 순간들은 언제나 기억에 남지만. 아직도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는 것은 울산에서 참여했던 야외 밀롱가에요. 밀롱가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탱고 음악에서 가장 빠른 곡 종류를 일컬어 밀롱가라고 하며 춤을 추는 장소, 춤을 추는 모임도 밀롱가라고 해요. 그래서 야외 밀롱가라 하면 야외에서 탱고를 추는 파티라고 생각하면 되요. 몇 년 전에 울산 탱고 동호회에서 전국 동호회들을 대상으로 바닷가에 평평한 무대 바닥을 설치해서 탱고를 추는 행사를 개최했었어요. 그 당시 부산에서 정말 즐겁게 춤을 추고 있던 차라 주저 없이 갔죠.” 


바닷가에서 탱고를 추는 독특함에 열정을 불사르던 그녀는 그곳에서 ‘묘한 경험’을 한다.


“사실 탱고를 오래 춘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무엇보다 여성은 높은 굽을 신고 춰야 하거든요. 새벽까지 이어지는 밀롱가에 발이 퉁퉁 부어서 도저히 출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 저보다 키가 30cm는 커 보이는 남성분이 춤 신청을 했어요. 탱고라는 춤이 홀딩을 한 상태에서 추는 춤인지라 파트너와 신장이 너무 차이 나도 잘 즐길 수 없거든요. 헌데 정말이지 너무 신기할 정도로 즐거웠어요. 서로 음악을 느끼는 방식과 춤을 추는 스타일이 비슷했던 거죠. 발이 너무나 아팠는데도 그런 무아지경은 다시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고 음악과 상대 그 둘만 있는 그런 묘한 경험이었어요.”


탱고를 더 잘 추고 싶어서 발레까지 하게 되었다는 김언주 씨. 발레와 스페인어, 국제학과 콜롬비아에서의 첫 사회 경험처럼 탱고는 언제나 그녀에게 새로운 것을 만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나 하는 고민을 탱고로 풀어낸 그녀처럼, 당신에게도 당신의 고민을 풀어낼 탱고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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