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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위한 성찰과 토론 기념관 연재를 마치며 2003년 2월부터 한국에 있는 주요 기념공간들과 기념관들에 대한 글을 『희망세상』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부터는 해외로 시야를 넓혀 아시아, 유럽, 미국, 남미 등에 있는 주요 기념관, 박물관 혹은 기념공간들을 살펴보았다. 이 연재의 목적은 국가 폭력, 식민지의 경험, 전쟁, 독재 혹은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 투쟁, 인권 등을 주제로 조성된 기념공간과 기념시설들을 우리의 현재적 시각에서 고찰하고, 시민적 관심과 애정 속에서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의 첫걸음을 본격적으로 내딛고자 한 것이었다. 이번 연재는 일관된 틀이 유지되지 못했고 계획했던 모든 기념시설들을 다루지 못해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그렇지만 현재 추진하고자 ..
우리의 기념관, 민주화운동기념관 돌이켜 보면 지난 20세기 우리의 100년은 세계 역사상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기에 온갖 격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던 혼란 속에서 굳건히도 우리 것의, 우리 정체성을 모색하는 시기였다. 조선의 멸망과 식민통치 36년, 해방과 분단,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한국전쟁, 혁명과 쿠데타, 독재와 항쟁……. 특히 분단구조에서 단기간에 이루어낸 압축성장으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폭과 깊이가 넓고도 큰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추동한 핵심이었던 민(民)이 역사와 사회의 대상에서 진정한 주체로 우뚝 서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1960년 4·19혁명과 1970년 전태일의 분신, ..
이야기 형식으로 기억을 들려주는 워싱턴 홀로코스트 기념관 독일 영화 한 편이 최근 독일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9월에 개봉하여 개봉 5주 만에 독일에서 341만여 명이 관람한 이라는 영화는 히틀러의 쉰여섯 번째 생일인 1945년 4월 20일부터 열흘 뒤 베를린의 지하벙커에서 그가 자살하기까지의 마지막 삶을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독재자로서의 히틀러 모습보다 그의 인간적인 측면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는 데 있다. 왜소하고 측은한 이 독재자의 모습은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지 모르나 역사적인 과오를 감정적으로 덮어버리려는 위험한 시도로 비춰지고 있다. ‘신나치주의’를 표방하는 극우정당들인 국가민주당(NPD)과 독일국민연합(DVU)이 지방의회에서 약진하며 기세를 올리는..
파리 죠루즈 퐁피두센터 프랭크 맥코트 가족은, “자유의 여신상에 헬로’라고 인사하는 대신에, ‘굿바이’ 하고 손을 흔들며” 뉴욕 항을 떠나는 배에 몸을 싣고 있었다. 부루클린에서 태어난 프랭크는 이제 겨우 네 살, 그의 부모는 아이리쉬 이민세대였다. 대공황이 휩쓸던 1930년대, 뉴욕 슬럼가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아일랜드로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세월이 흐른다. 갖은 고초 끝에 청년으로 성장한 프랭크는 풍운의 꿈을 안고 다시 뉴욕 행 증기선 호의 갑판 위에 서 있다. 드디어 희망의 횃불을 높이 쳐든 자유의 여신상이 점점 가까워온다. 이 이야기는 가난한 아이리쉬 가톨릭이었던 작가 프랭크 맥코트(Frank McCourt)의 자전적 성장 소설로, 1997년 퓰리처 문학상을 수상한 ‘안젤라의 재(Angel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