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인물/칼럼/인터뷰/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26)
함께쓰는 민주주의
하얀 가운을 입은 그 - 영양사 채동근 씨의 이야기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성별에 따른 직업의 구분이 조금씩 무의미해져가는 요즘. 전통적으로 남성, 혹은 여성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곳에서, 그 편견과 의구심에 당당히 맞서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직업을 택하는 젊은이들. 그 중의 한명이 바로 채동근 씨다. 현재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채동근 씨. 그의 직업은 영양사다. “사람들은 영양사하면 여자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심지어 예쁘장하게 생기지도 않은 남자가 영양사 가운을 입고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그리고 취업 과정에서, 학교에 진..
20대의 선배가 후배에게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우유부단함으로 따진다면 집안 내에서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촌동생 A군. 갓 군대를 제대하고 2학년으로 복학한 그의 요즘 화두는 ‘진로 문제’다. ‘워킹 홀리데이를 갈 것인가, 복학을 할 것인가’, ‘노량진에 들어갈 것인가, 어학연수를 갈 것인가’, ‘관세사를 공부할 것인가, 7급 공무원을 준비할 것인가’. 가뜩이나 우유부단하여 사소한 것마저도 결정하기 버거워하는 그의 앞에 놓인 무수히 많은 선택지와 가능성. 결국 그는 그냥 고민만하다 복학을 했고, 지금도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형! 대체 나 뭐해야 하지?” 그러나 그보다 나이가 많고 밥을 많이 먹고, 서울말을 더 잘 구사한다는 것 말고는 잘난 것이 없는 사촌형이 무슨 조..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청소년의 친구, 이계은 씨를 만나다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누구나 그것을 경험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그것으로 인해 좌충우돌 힘들어 할 때 정작 이해를 못 하는 것이 있다. 청소년 시절, 어른과 어린이의 과도기에서 혼란스러운 그 시절에 당신의 주위에는 성장통을 겪던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준 이가 있는가? 되돌아보면 그 시절은 참 아쉬운 시간들이다. 단지 어렸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시절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형성 되는가 또는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방황으로 술이나 담배, 나쁜 짓을 하고 다녔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혼자 오랜 시간 그 시기를 감내해..
방바닥에 앉아 고민만 하는 당신에게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학생운동을 한 것도 아니면서 꽤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무른 나. 후배들 눈에는 그런 내가 인생 선배로 보였는지 가끔은 조언을 구해오는 경우가 있다. “휴학할까요? 휴학하면 어학연수 갈까요? 아니면 파트타임을 할까요?, 복수 전공으로 이것을 할까요? 저것을 할까요? 아니면 그냥 전공 심화를 할까요?, 노량진에 갈까요? 아니면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할까요?” 기실 나이와 학번이 앞서는 것 외에는 그다지 후배들과 비교해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지 못한 나로서는, 선배의 체면을 살리면서도 그들에게 일종의 “환각” 효과를 주기 위하여, 예의 헛소리를 조언이랍시고 던진다. “음… 네가 가슴 뛰는 일을 해봐. 그게 뭔지는 네 가슴이 알고..
꿈은 현실이다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며칠 전 일이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 선생님이 각자가 졸업 이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흐르는 침묵’을 깨고 싶던 나는 먼저 말문을 열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상태로 살아간다면 제가 노숙자를 보며 하는 생각, ‘그래 저것이 나의 미래다.’ 이 생각이 결코 극단적인 생각만은 아닐 거라는 점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며, 혼자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찍고 있는 내게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의 학생들은 서양의 학생들에 비해 인생에 대한 고민이 늦게 오는 편이에요. 10대 때 사춘기가 온다고 하는데, 저만 봐도 자신의 삶에 대한 고..
어느 20대의 자취기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나는 겉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시골 출신이다. 어렸을 적부터 “옛말에 이르기를,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고, 자고로 남자는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스무 살이 되던 해 풍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와 수도권 과밀화에 일조를 했다. 전철 타는 것이 재밌어 하릴 없이 2호선으로 한 바퀴를 돈다거나, 서울 사람들이 쓴다는 ‘~했니?’를 터득한 결과, 아버지로부터 “너는 서울 가더니 서울 사람 다 됐다.”라는 호평(?)을 받은 것 등이 지방에서 처음 올라와 친형과 함께 자취를 갓 시작했던 스무 살의 기억이다. 스무 살에 시작된 자취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그동안 자취를 하면서 능력 있는 여성을 만..
키드, 영화를 평하다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지금이야 케이블 TV와 DVD, 그리고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는 등의 방법으로 집에서도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다지만 과거에는 사실상 공중파 TV에서 해주는 영화 이외에는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 MBC , KBS1 , KBS2 가 바로 그 시절, 집에서도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던 프로그램들인데, 특히 “딴 따다다단 따다다단”이라는 타이틀 음악(원곡은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 중 2악장 아다지오로, 타이틀 음악에 사용된 곡은 Werner Muller Orchestra가 연주한 곡이 쓰였다.)으로 사람을 설레게 했다가, 이어지는 광고들로 진을 빼게 만들었던 KBS2 는 지금은 방영을 하지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라디오쟁이 박성문입니다.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외동으로 자라 외로움을 타는 시간이 많았던 그에게 라디오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특히 단파라디오로 해외방송을 청취하는 것은 지방에서 자란 그에게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충족시켜주는 것이었다. 라디오에 대한 사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의 성장 시절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라디오는 어느새 그의 꿈이 되었다.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희한한 루트’를 밟아서 지금에 와 있지만, 어렸을 적 꿈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 박성문 씨를 만났다. 여느 청년들과 다를 바 없이, 먹고 사는 문제에 이리저리 치여 살지만, 여느 청년과는 다르게 어렸을 적 꿈을 잃지 않고..
확신이 있는 삶을 사는 20대 청춘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식물의 재배법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맞춰 식물을 길러도, 어떤 사람이 기르는 식물은 잘 자라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이 기르는 식물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것은 식물이 잘 자란다고 소개되는 재배법이, 결국은 어떤 특정한 상황을 전제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 전제와 유사한 환경에 놓여 있는 식물은 재배법에 부합되게 잘 자라는 것이고, 그 환경과 다른 곳에 놓여 있는 식물이라면, 재배법을 아무리 잘 지켜도 가꾸는 사람의 정성과 관심에 걸맞게 자라지는 못하는 것이죠.” 사람은 또 어떠한가? 천태만상 오만가지의 사람들도, 제도권 교육이라는 틀에 의해“다듬어”진다. 천성적(?)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그녀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아무리 외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보통 어릴 때부터 사용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억양까지는 어쩔 수가 없는 법이다. 그런데 가끔은 완벽하게 한국말을 구사하여 우리를 놀라게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는 자기나라 말을 하는데도“너 외국어도 할 줄 아니?”라는 장난스런 말을 주위로부터 들을 정도로 한국말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파르비나 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드라마로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 5년 전 한국에 왔다는 그녀는 고향에서 한국어를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국어를 처음 시작한 것은 대학교에 들어간 후였어요. 원래는 영문학을 공부하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때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