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료이야기/사료(구술) 이야기 (55)
함께쓰는 민주주의
전국시대 위후(魏侯)가 옳지 않은 일을 하는데도 신하들이 이를 막지 않고 오히려 화답하거나 눈 감아 외면하여 일신의 영달만을 쫓았다. 자사(子思)가 분연히 말하기를, “임금이 하는 나라 일이 날로 그릇되어 갑니다. 임금이 그른 말을 해놓고 스스로 옳다고 하면 경대부가 감히 그를 바로 잡지 못하고, 경대부들이 그른 말을 해놓고도 스스로 옳다고 하면 일반 백성이 감히 그 잘못을 바로잡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자사는 중용(中庸)의 저자이며 공자의 손자이다. 미네르바 박 아무개 씨를 ‘현대판 자사’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미네르바 소동으로 전국이 요동을 칠 때 언뜻 생각난 옛사람이었을 뿐이다. ‘허위사실유포죄’ 건, 곧 제정을 벼르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건 유독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법이라니, ..
새해 첫 아침을 열며 명나라 문인 진계유가 쓴 안득장자언(安得長子言)을 생각한다. 고요히 앉아본 뒤에야 평상시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조급했음을 알았다. 일을 뒤돌아본 뒤에야 전날에 시간을 허비했음을 알았다. 문을 닫아 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예전에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다. 정을 쏟은 뒤에야 평일에 마음 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다. …… 경박했고 조급했으며 욕심이 많았기에, 침묵으로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텅 빈 충만’을 누리기를 새해를 맞아 소망한다. 텅 빈 충만을 바라기엔 그러나, 지난 한해가 너무나 소란했다. ‘꽉 찬 공허’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빈 말들의 잔치로 어지러웠다. 철 지난 공화국 시절에서나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