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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겨레의 땅을 딛고선 흰 고무신 - 계훈제 1 1921년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이 있었다. 갓난아기의 운명은 그가 조선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심지어는 평안북도 선천군 부황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었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앞으로 펼쳐질 갓난아기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갓난아기가 태어난 역사적 조건은 험난한 생을 예고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베를린 옆에 있는 작은 도시 포츠담에 간 적이 있었다. 관광안내서를 손에 쥐고 걷고 걸어 찾아간 곳은 세실리안호프 궁전이었다. 세실리안호프 궁전은 궁전이라기보다는 아담한 별장처럼 보였다. 궁전이 주는 위압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고 아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나..
노동해방의 바윗물 김금수(金錦守) 2 『발이 저리냐?』 중앙정보부에 끌려갔을 때, 정보부 사람들이 한 말이었다. 「한국노총」에 들어가는 골칫거리를 놓고 『밥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하고 운을 떠봤더니, 되묻던 말이었다. 그때에 마흔 줄에 접어든 김금수가 한 대답이 이러하였다. 『발만 저린 게 아니라 온몸이 다 저리다. 당신들이 하는 살인적 고문 앞에서 발 안저릴 사람이 있겠느냐?』 수많은 선배와 동무와 후배들이 죽어나오고 병신 되어 나오는 정보부 수사관들 앞에서 그런 당찬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강철같은 믿음이 있었던 때문이었다. 「암장」때 읽었던 레닌의 말이 그 믿음의 뿌리였다. 『인민해방투쟁은 기본계급을 그 밑뿌리로 한 대중토대가 있어야 한다. 기회주의자들의 집단인 어용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