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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역사와 트라우마] 빨간 딱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 -대전 산내유족회 부회장 이계성 글·최현정 chhjung@paran.com 1950년 여름. 대전형무소의 재소자들과 국민보도연맹원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되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인민군에 동조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적법한 절차도 무시한 채 당대 정권이 저지른 일이었다. 이계성 선생님. 그도 그날 그 구덩이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는 해방 이후 남원건국군을 이끌던 고 이현열 님. 오랜 세월 빨갱이의 자식으로 드러내는 것조차 용납되지 못했던 상처를 품고 살아갔다. 상처를 품은 눈은 예리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동시에 따뜻하고 슬프다. 세 시간 정도의 만남 동안 그 두 눈에 눈물은 차오르려 하다가 이내 장난 섞인 호탕한 웃음소리에 덮여 사그라들..
다른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글·최현정 chhjung@paran.com 역사가 숨긴 고통이 당사자의 개인사가 아닌 모두의 아픔이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역사의 트라우마라고 부를 힘을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고통을 가하는 실체에 반대하며, 앞으로 있을 고통의 연쇄를 끊어낼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체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절박하게 그 체험을 바람에도, 그런 순간들을 탄생시키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때로 우리는 무언가를 희망할 수 없을 만큼 슬프고, 무력하고, 냉담합니다. 어떻게 희망하고 또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 것인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신년 초, 어느 방송사에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희망’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방송에서는 끊임없이 희망을 외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