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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2월 긴 겨울 방학을 접고 초등학교는 다시 어린이들로 활기를 찾았습니다. 학교 일을 제 집안 일처럼 돌보는 분들은 멈춰뒀던 난방 기구를 손보느라 바빴고, 선생님들은 긴 겨우내 토실하게 살이 오른 아이들을 쳐다보며 더없이 즐거운 낯이었습니다. 개학날이 그렇게 오후로 접어들 무렵 몇몇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가만히 물어 보았습니다. “뻐스…… 기둘리는디요.” 아이들은 읍내에서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었고, 수 년 전만 해도 그 마을에 있던 학교에 다녔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마도, 그 즈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월출산 천황봉 쪽 파란 하늘로 하얀 포말을 꽁무니에 남기며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남쪽에서 오는 비행기였습니다. 입춘을 앞둔 날, 전라남도 영암에서 찍었습..
농경 1월 도회와 달리 농가에선, 대한에서 설에 이르는 기간에 내리는 눈을 별스레 반깁니다. 이 무렵 논에 쌓인 눈은 잇따른 경작에 지친 땅에 숨통을 터주는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물기에 적셔진 땅이 서릿발 작용으로 땅 속 깊이 공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들녘에 소복이 쌓인 눈은 얼어붙고 메마른 농촌 풍경을 살가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놀라운 힘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조금 눈을 달리해 보면, 이렇듯 상서로운 눈에도 아랑곳없이 우리 농가 표정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몰고 올 충격을 이이들도 가슴 속 깊이 가늠해서입니다. 이 즈음 해서 다시 정해(丁亥)년 정월을 생각합니다. 그런 가운데, 이태마다 찾아오는 냉해를 무릅쓰면서도 논을 고집하는 이 산골 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