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쓰는 민주주의
[시대와 시] 4월의 시인, 혁명의시인_신동엽 본문
4월의 시인, 혁명의시인_신동엽 글·서효인 humanlo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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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은 지금 혁명의 바람이 거세다. 오랜 독재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자국민을 억압한 독재자들은 이제야 그 말로를 맞이하거나, 성난 민중에게 끝내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과 독재자의 싸움은 언제고 시민의 승리로 마감되리라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 어떤 죽음과 고통도 헛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지금 이곳과는 머나먼 곳에서 일어나는 민주화의 바람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헛되지 않기 위해 가야할 길을 우리가 겪어왔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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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에 신동엽은 더욱 창작에 매진할 수 있었다. 물론 평생의 병마가 그를 괴롭혔지만 부여에서의 요양생활 에서 시인은 독서와 창작에 몰두한다. 자연에 대한 사랑, 생명을 억압하는 것들에 대한 반감 등 시의 정서적 근간은 이곳에서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이 병을 어느 정도 물리치고 서울에서 자리를 잡을 무렵 4·19 혁명은 일어난다. 혁명의 가운데서 혁명의 흙을 직접 밟은 신동엽 시인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이 근무하던‘교육평론사’에서 <학생혁명시집>을 직접 엮어낸다. 그 시집에는 신동엽 자신의 시가 한 편 실려있다. 이 시는 시인이 낸 첫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아사녀’이다. 우리민족 고유의 설화 속 인물을 제목으로 형상화한 것처럼 시인의 인식 속에서 4·19혁명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한 것이 아닌 우리 민족의 역사적 물줄기의 흐름으로 존재했다. 이러한 흐름의 인식은 미래에 대한 지향으로 나타난다. 독재와 부정에 대한 항거였던 혁명에서 시인은 통일의 염원과 기운을 목도하였고 그 자신도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낭만과 에너지를 시에 쓰기 주저하지 않는다. 「산문시(1)」에서의 중립국은 신동엽 시인이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미래이자, 온 인류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곳은 대통령이나 광부나 농민이 모두 함께 삼등대합실을이용하는 평등한 나라이다. 대통령의 이름보다 새와 꽃의 이름을 먼저 외우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라이다. 군사기지보다 포도밭을 중요하게 여기고 아이들은 전쟁을 흉내 내며 놀지 않는 나라이다. 이것이 40여 년 전, 시인이 꿈꿔왔던 우리의 미래인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세계는 어떠한가. 신동엽의 4월 이후로, 4월은 수도 없이 반복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4월속에 살고 있고 곧 새로운 4월을 맞이할 것이다. 어느 4월에 신동엽의 외침에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예! 껍데기는 저 멀리 보냈습니다!”라고 말이다. 4월은 그렇게 신동엽을 생각하고 미래의 대답을 상상해 보는 그런 달이다. 저 멀리 뜨거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명에서부터, 지금 우리의 발밑까지, 시인의 외침은 언제나 유효하다. |
글 서효인 | 시인, 2006년 계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지침』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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