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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풀뿌리 운동 현장을 가다

녹색 사람들의 행복 찾기 - 녹색마을사람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0. 8. 11. 09:41

녹색 사람들의 행복 찾기 - 녹색마을사람들

 

글·최이삭 redsummer312gmail.com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전체주의 시대의 모순과 폭력성을 비판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슬로건이다. 이 소설에서 인간은 내부와 외부당원, 그리고 대다수의 노동자로 계급이 나뉘며 계급의 상하에 따라 정보 제공에서 차별대우를 받는다. 노동자는 어떤 진실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며 어떤 정보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도록 국가에 의해 사육된다. 외부당원은 지시에 따라 정보를 직접 날조하지만 모든 행동을 감시받는 역설적인 계급이며, 내부당원은 모든 날조를 지시하고 스스로 날조에 빠지는 모순된 계급이다. 덕분에 ‘1984’의 세계는 영원히 진실이 없는 구조를 갖는다.
지난달 15일, 녹색마을사람들의 독서토론모임인 ‘문학을 읽는 즐거움’에 참여했다. 이 모임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고 있었다. 국가가 언어와 정보로 국민의 사고와 행동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소설이 오늘의 삶에서도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는 것에 회원들은 다양하고 깊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한 회원은, ‘1984’라는 제목은 소설이 쓰인 19‘48’년의 앞뒤를 바꾼 단순한 제목이지만, 이것으로도 소설은 영원한 이야기가 되었다고 했다. 권력에 의한 도청과 감시, 진리에서 의도적으로 외면 받다 소멸하는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1948년의 영국과 2010년의 한국의 상황이 비슷하며 이러한 권력과 국가의 속성은 항구불변하다는 거다.
다른 회원은 빅브라더의 적으로 설정된 골드스타인의 영상을 보여주고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하게 하는 ‘2분간 증오’시간을 이야기했다.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마치 2분간의 증오처럼 사람들이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는 네티즌들의 모습이 억압된 분노를 표출하는 윈스턴의 모습과 같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가상의 적을 만들어 분노를 통제하는 빅브라더의 모습과 네티즌들에게 분노를 공급하는 인터넷 검색엔진의 역할이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모두 ‘1984’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회원들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좀 더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로서, 주부로서, 또 어떠한 역할자로서 깨어있을 때에만 시민이 힘을 얻을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된 세계로 발돋움 할 수도 있을 거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문학을 읽는 즐거움’은 녹색마을사람들의 ‘골목문화 날개를 달다’ 캠페인의 다섯 가지 기획 중의 하나이다. 이 모임 외에도 디카 촬영 강좌, 담장 꾸미기, 음악 감상과 영화감상 모임이 있다. ‘내 안의 끼를 찾아서’라는 구호 아래 진행되는 이 행사들은 ‘골목’이라는 친근하고 제한된 공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문학, 영화, 음악 등의 활동을 통해 내재된 끼를 표출하고, 이웃이라는 연대 속에서 골목과 더불어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자아 찾기에서 시작한 녹색마을 사람들

녹색마을사람들의 활동은 무엇보다 참여자의 자기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활동가의 자아실현에서 단체가 기원하기 때문이다.
15년 전, 강북구 수유리의 주부 6명의 평범한 수다모임에서 녹색마을 사람들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교육이나 소소한 일상 얘기를 하던 모임이었다. 이 수다모임이 다른 모임과 차별성을 갖는다면 모임에 시민운동을 했던 이가 있어 동료들에게 수다거리로 활동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이야기를 듣는데서 그치지 말고 들은 이야기를 실행해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뭔가를 하자는 마음과 할 수 있다는 신념, 당시의 지역사회를 바라보며 여성들이 느꼈던 문제의식인 교육의 질 낮음과 자기 자신의 사회교양교육을 위해 이 수다모임은 구체적으로 회칙을 정하고 단체를 설립하여 1995년 4월 22일에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창립 총회를 열었다.
이후 무공해 비누 만들기와 음식 쓰레기 줄이기 공청회, 장바구니 들기 운동 등 회원들이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왔고, 회원들이 자아실현을 위해 ‘하고 싶은 활동’들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녹색마을 사람들의 활동은 여덟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마을 문화공동체 형성과 다문화 가정 지원활동, 마을 환경강사 양성 활동과 어린이 도서관 책이랑 놀자, 지역아동센터 마을 속 작은 학교, 마을공동 되살림 작업장 풀빛 살림터, 크리스마스에 소외된 이웃들에게 이웃의 사랑으로 선물을 나누고 네트워크도 구축하는 10년차의 활동인 이웃 산타, 초등학교 네 곳과 중학교 한 곳의 아이들에게 아침 밥 대용으로 미숫가루를 나눠주는 미숫가루 프로젝트이다. 이 미숫가루 프로젝트는 미숫가루프로젝트를 실행했던 학교의 교사들이 전근을 가며 이웃 지역으로도 번진 상태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친정언니 같은, ‘친정언니’
설립에서 15년이 지난 지금도 자아실현과 지역의 욕구를 대변하는 활동들은 계속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결혼 이주 여성들의 멘토링 사업인 ‘친정언니’이다. 지역에 거주하는 30명 내외의 이주 여성들에게 활동가들이 친정언니 역할을 해 주는 사업으로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결혼 이주 여성들과 함께 시장이나 은행에 함께 다니며 한국 생활의 이해를 돕고, 상황에 필요한 한국어도 가르쳐 주면서 이주 여성들의 효과적인 한국 정착을 돕는다. 또한 진짜 친정언니들처럼 소소하고 일상적인 통화를 하며 한국과 이주국간의 문화 차이도 알려주고, 고민도 나누면서 그네들의 답답하고 낯선 한국생활에 숨구멍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주여성들을 지역 안으로 끌어들여 그네들이 무조건적인 수혜자에 머물지 않도록 능동적인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녹색마을 사람들에서 ‘내가 무얼 할 수 있나’를 고민하고 실행방안을 찾아가는 것은 어느 회원에게나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주여성들의 강점은 이국성이다. 이주여성들은 모국어로 그녀의 자녀들과 지역 아이들에게 모국의 동화를 읽어주는 ‘이웃나라 동화나라’프로그램에서 강사로 활동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모국의 민속놀이를 알려주며 지역의 새로운 문화와 경험의 창구가 되어준다. 김진희 간사는 “이 경험들이 이주여성들에게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접 연결해 준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험들을 통해 이주여성들이 효과적으로 한국사회에 정착해가면서 취업도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풀뿌리 운동, 다 함께 꾸는 꿈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풀뿌리 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김진희 간사는 “모두가 함께 꿈을 꾸고 함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풀뿌리 운동은 한 사람 한사람의 꿈을 엮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엮인 꿈들이 지역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때문에 일 할 때도 한 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잘 바라보려 한다. 이것들이 결국엔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데 보탬이 될 거라 생각한다. 민들레의 홑씨가 날아가듯이”
신념, 사회의 정의와 권력의 폭력은 작은 테두리로 둘러쳐진 우리의 삶에서는 너무나 먼 단어들이다. 우리는 다만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러야만 대항할 기회들을 놓쳐버렸다고 한탄한다. 나는 우리가 내 지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활동을 찾는 것으로써 ‘결정적인 순간들’에 미리 대항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작은 활동에서, 우리의 작은 신념의 만족에서 큰 변화들이 생겨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문학을 읽는 즐거움’에서 추천한 1984의 주제의식을 담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오프닝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신념이 필요한 시기다. 신념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신념의 힘을 목격하며 살아간다. ‘신념’ 때문에 누군가는 죽이고, 또 누군가는 죽는다. 신념은 비록 입 맞추거나, 만지거나 손에 쥘 수 없다. 또 그것은 피를 흘리거나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며 사랑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신념보다는 한 인간을 그리워한다”.

 

글 최이삭 | <희망세상> 독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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