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쓰는 민주주의
잃어버린 4.3의 역사 2 - 북촌을 가다 본문
마을의 산 증인 팽나무, 돌성 섬을 돌다 보면 어렵지 않게 아름드리 팽나무를 만난다. 그 팽나무의 역사가 곧 마을의 역사다. 북촌 입구에 아름드리 팽나무가 서 있고, 마을 안쪽에도 팽나무가 세 그루 서서 마을을 지키고 있다. 나무의 아랫도리에도 어김없이 총탄자국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마을 입구에는 비석거리라고 해서 공덕비가 세워져 있는데 그 비석도 여지없이 총알받이 역할을 해야 했다. 비석의 총탄자국에 시멘트를 발랐는데 오히려 더 눈에 띤다. 팽나무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게는 쉼터였다.
여름철이면 어린아이들은 팽나무에 올라 매미 잡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어른들은 팽나무 아래에서 달콤한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또한 팽나무는 당목(堂木)으로서 제 기능을 한다. 신앙공동체의 중심에 팽나무가 있는 것이다. 문헌에 의하면 조선시대 이형상 목사는 당 오백 절 오백을 불살랐다 한다. 얼마나 많은 팽나무들이 민심을 사납게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잘려나갔을까?
이태 후면 4·3항쟁은 60주년을 맞이한다. 환갑을 맞은 셈이다. 5·10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를 반대하고 통일된 조국을 열망하던 섬 사람들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학살당한 지 60주년이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4·3을 올곧게 역사의 연표에 기록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죽임과 죽음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후손들에게 남겨야 한다.
글 김수열 1959년 제주 출생.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는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산문집으로는 『김수열의 책읽기』,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 등이 있음. 현재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 지회장,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사진 황석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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