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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배움터 2강 후기>우분투(ubuntu)를 아시나요?

기념사업회 2013. 11. 18. 17:03

 우분투(ubuntu)를 아시나요?

<민주주의 배움터 2강 후기>

 

지난 11월 13일(수) 오후 7시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누리에서는 <2013 하반기 민주주의 배움터> “수상한 민주주의-일상에서 바라본 풍경” 두 번 째 강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임상심리전문가인 최현정 트라우마치유센터 사람.마음 대표가 ‘민주주의와 마음’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 주었습니다.



최현정 대표는 최근에 논란이 일고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언급하면서, 왜 그 직원은 그런 댓글을 썼을까?라는 심리학자로서의 고민이 있었다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우리가 사회의 주인이 되는 걸 고민하기에 앞서서 여러분 스스로가 여러분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나의 주인이다’ 이 말은 일견 너무 당연해서 생각해 볼 여지조차 없는 문제 같지만 최대표가 들려주는 여러 심리실험들은 그 문제가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 사이 미국 심리학계에서는 나치가 왜 존재할 수 있었는가? 또 미국에서 반공이 굉장히 심했을 때, 사람들이 왜 기계적으로 반공주의자가 되나 이런 걸 궁금하게 여기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실험들이 있었습니다. 애쉬(Asch)라는 심리학자는 ‘동조실험’을 통해 틀린 대답을 하는 연기자 집단 속에서 한 실험자가 자신의 판단력을 믿지 못하고 나머지 틀린 대답을 하는 연기자의 거짓된 판단에 동조하게 된다는 걸 밝혀내었고, 밀그럼(Milgram)이라는 학자는 학생들에게 문제가 틀렸을 때마다 전기충격을 가하는 권위실험을 통해 권위자 앞에서 실험자가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고 권위자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짐바르도(Zimbardo)라는 학자는 71년 스탠포드 죄수 실험을 통해 나에게 어떤 정체성이 덧씌워졌을 때 나 스스로가 얼마나 내면의 의지를 쉽게 포기하게 되는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즉, 누가 죄수고 누가 교도관인지 정체성이 주어졌을 때 학생들은 기존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가치관을 포기하고 그 정체성에 맞게 행동하였다는 것이지요.

 

이런 실험들을 통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왜 그처럼 극악한 나치에 굴복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실험들을 보여주면서 최현정 대표는 다시 질문합니다. “여러분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여러분 스스로가 그 가해자가 안될 수 있겠습니까? 조금 상황을 구체화시켜 커다란 권위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여러분한테 댓글 좀 달아라 했을 때 여러분 스스로가 댓글을 안 달 수 있을까요?”라고. 자. ‘내(A)가 나(B)의 주인이다’라고 했을 때 앞의 나(A)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젠 더 아리송하게 되지요?


정신분석학을 만든 프로이트라는 학자는 인간이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굉장히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간은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무의식과 그 위에 떠 있는 빙산의 가장 작은 조각인 의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나의 행동, 판단을 결정하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밑에 있는 무의식이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나는 나의 주인이 아닌 걸까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나는 나의 주인이 맞다고 최대표는 이야기합니다. 프로이트는 ‘자아’라고 하는 중재자가 자신도 모르는 본능적 충동, 억압된 기억들, 사회가 관습적으로 요구하는 초자아(규칙, 관습, 문명 등) 사이를 중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원래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존재인데, 어떠한 본능을 우리가 키우고 사회가 어떻게 조장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보았지요. 그는 ‘통찰’ 개념을 통해 결국 사람은 어떤 내면의 고통을 일으키는 무의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밖에도 최현정 대표는 유태인 포로수용소에서의 잔혹한 핍박 속에서 살아난 실존주의 대표 심리학자인 프랭클(Frankl)을 소개하면서 사람이 살면서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면 실존적 공허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데, 현대사회에서 그 의미추구가 쾌락추구와 권력 추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 또한 유기체는 외부의 조건만 주어진다면 스스로가 자기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뒤를 잇는 현대 학자들(Deci&Ryan)은 인간은 세 가지 조건, 즉 자기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의 조건, 무언가 했을 때 된다는 체험을 가진 유능감의 조건,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연결감의 조건이 있으면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현정 대표는 이렇게 내가 내 인생을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심리학 전통을 거듭 이야기하는 이유가, 현재 우리가 속한 사회조건이 그렇게 할 수 없게 하고 있고, 내 의지대로 살지 못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기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신들에게 복종하는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있겠다”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옮기면서 ‘불복종’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신을 거역하고 불복종하고 불을 훔쳤기 때문에 그는 형벌을 받았지만 인류는 진보했고 아담, 이브가 신을 거역했기 때문에 인류가 생긴 것이라고 말하며 ‘불복종’하는 게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지금까지 지배자들이 복종을 선이라고 얘기하고 불복종을 악이라고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복종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선하기 위해서 아버지 혹은 권위자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내재화하는 것을 ‘강박’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런 강박이 강요하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넘어서 분노하면서 용기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과연 우리가 용기가 없어서 복종하는 것일까요? 최현정 대표는 2000년대 정신분석학자 맥윌리암스(McWilliams)의 말을 빌려 20세기 초반에는 내면의 선과 악을 대비시켰다면, 현대 심리에서는 사람들이 자기자체가 상실되어 있는 공허함이 핵심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 인정해주고 반영해주는 그런 경험이 부족하게 되면서 내면의 나를 경험할 수 없게 되고, 그러다보니 외부의 대상에서 자꾸 나를 찾으려 하며 돈 많은 사람, 명예가 높은 사람, 지위기 높은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려 한다는 거죠. 자기는 없으면서 과장된 자기 사랑을 하고 있는 게 현대사회의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외부의 이상적인 대상을 찾다가 그들과 다른 사람들, 즉 힘없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으로 여기고 평가절하하고 억압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현대 사회 정신분석학자들은 ‘나는 나의 주인이다’했을 때 앞의 ‘나’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최현정 대표는 다시 강조합니다. 내가 나의 주인일 수 있고, 인간이 자기 주인이라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내재된 경향성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이걸 찾아내는 조건들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우분투(ubuntu)'라는 아프리카 전통 철학사상을 소개합니다. 우분투는 ’나는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I am because we are)'라는 뜻으로 나의 인간성은 너의 인간성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사람이 아프리카 아이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숨겨놓은 큰 과일 바구니를 찾는 아이에게 그 과일을 다 먹을 수 있다고 얘기하고 아이들에게 준비 땅~을 외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아이들은 그 소리와 함께 서로서로 손을 잡고 뛰어 가더라는 것입니다. 그걸 궁금해 하던 사람에게 한 아이는 “내가 과일을 먹으려 할 때 누군가가 그 때문에 슬퍼한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답니다. 최현정 대표는 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마음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철학적 토대에서 서로 뭔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최현정 대표는 폭력이라는 것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발생하고 그 치유 또한 사회적 맥락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하며 상처입은 사람들이 자기가 주인이 되는 회복과정을 겪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민주주의의 과제로서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얘기합니다. 좋은 대표를 뽑고, 좋은 정치가를 뽑는 것만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닙니다. 각자가 속한 곳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 학교에서면 학교에서 아이들이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자율시장에서라면 노동자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등등 이런 것들이 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움직임이라고 강조하며 최대표는 강의를 마쳤습니다.  

 

<2013 하반기 민주주의 배움터> 세 번째 강좌는 오는 11월 20일(수) 오후 7시에 우리 시대 가족의 풍경을 살펴보는 시간으로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님과 함께 할 예정입니다. 

 

<민주주의 배움터 1강좌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 후기 보러 가기

 

<민주주의 배움터 참가 신청하기> (개별 강좌는 참가비 1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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