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태일 어머니 (2)
함께쓰는 민주주의
한국의 ‘마더 존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연방군을 동원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지막지하게 짓밟았던 미국에는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파업현장을 누비며 특유의 독설로 자본가들의 비도덕성을 맹비난하고 투쟁심을 일깨웠던 마더 존스가 있었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예였던 그이는 1867년 남편과 자녀를 황열병으로 잃은 뒤 노동자와 미국의 현실에 눈을 떴다. 마더 존스는 ‘내 주소는 내 신발과 같아요. 어디든지 억압에 반대하는 투쟁이 전개되는 곳에 있으니까요.’라는 자신의 말대로 살았다. 그리고 한국에는 어머니 이소선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피 흘리고 끌려가고 죽임 당했던 7, 80년대 한국의 고난과 투쟁의 현장에는 반드시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 수수하게 틀어 올린 머리에 화장기 없는 민낯의 이 열혈 여..
며칠째, 전태일의 영정을 안고 몸부림치는 그이의 사진을 보고 있다. 이제 막 사십대가 된 젊은 이소선. 그는 슬퍼한다기보다는 아파하고 있다. 물리적인 통증을 거의 온몸으로 호소하고 있다. 혹시 그는 스물두 살의 전태일을 낳고 있었던 게 아닐까. ‘담대해지세요, 어머니…….’ 자기 몸에 불을 낸 아들은 그렇게 말했다. ‘오! 어머니/ 당신 속엔 우리의 적이 있습니다.’ 시인 박노해는 또 그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고, 아들은 어머니를 낳고 영별의 순간, 이소선의 내부에서는 자식과의 영별을 담대하고 의연하게 맞이하는 어머니와 자애로운 미소 속에 ‘적’을 감춘 어머니가 한판의 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아들을 낳고 아들이 어머니를 낳(김남주, 『고난의 길』)’는 그 싸움은 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