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류인숙 (2)
함께쓰는 민주주의
깊숙한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을 빠져나오자, 거리의 모든 것들이 봄바람에 나부낀다.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지 유난히 바람이 심하다. 별로 낯설지 않은 골목길을 짚어 옥탑에 있는 작은 사무실로 들어서자 귓속에 울려대던 바람소리가 잦아든다. 낮은 천장이 다정하게 느껴진다. ‘월미산대책위’를 꾸리며 활동 책상 위에는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탕에 ‘역사와 문화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인천의 도시공간을 위하여’라는 하얀색 글자가 도드라져 보이는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의 회원가입 신청서가 놓여있다. 회원가입 신청서가 너무 예뻐서 회원가입 안 하고는 못 배기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만난 집행위원장 이희환(41) 씨는 동그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생후 50일만에 인천으로 올라와 송림동에서 자랐다는 그는 지금은 ..
볼륨을 높여라 이주노동자방송국 어둠이 빨리 내리는 겨울저녁, 일민미술관 5층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방송국’ 박경주 대표는 짧은 커트머리에 아담한 체구를 가진 이였다. 그곳에는 박경주 대표 말고도 방송국 친구들 여러 명이 컴퓨터 앞에서 사진 파일을 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난 10월부터 영상미디어센터의 후원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이주노동자 시민기자 양성을 위한 미디어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들을 기다리며 그네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치 친자매들처럼 다정하고도 정답다. 기다리는 친구들은 금방 도착하질 않는다. 다국어 라디오방송 계획하고 있어요 외국인상담소에서 태국어 통역을 하고 있는 쥴리아는 한국에 온 지 12년이나 됐다. ‘이주노동자방송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