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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쓰는 민주주의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었던 그사람. 계훈제 글 한종수/ wiking@hanmail.net 계훈제! 한 때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잊혀진 이름이 되었다. 184cm의 큰 키와 특이한 성, 그리고 언제나 허름한 국민복에 흰 고무신 차림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가 간지도 올 3월 14일로 15년이나 되었다. 그의 고향은 평북 선천군 심천명에서 태어났다. 홍경래의 봉기가 일어났던 다복동이 부근에 있고, 병자호란 때의 영웅이었던 임경업 장군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이런 땅에서 태어나자란 소년 계훈제는 열 여섯 살 때, 일제 강점기 시절 가장 대표적인 민족학교였던 신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의 교풍이 그에게 미친 여향도 컸지만 더 큰 사건은 이 곳에서 장준하를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훗날,..
겨레의 땅을 딛고선 흰 고무신 - 계훈제 1 1921년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이 있었다. 갓난아기의 운명은 그가 조선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심지어는 평안북도 선천군 부황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었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앞으로 펼쳐질 갓난아기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갓난아기가 태어난 역사적 조건은 험난한 생을 예고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베를린 옆에 있는 작은 도시 포츠담에 간 적이 있었다. 관광안내서를 손에 쥐고 걷고 걸어 찾아간 곳은 세실리안호프 궁전이었다. 세실리안호프 궁전은 궁전이라기보다는 아담한 별장처럼 보였다. 궁전이 주는 위압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고 아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