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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회소식

민주주의 배움터 마지막 강좌 후기 `살림/살이의 경제를 위하여`

기념사업회 2013. 1. 10. 08:38


지난 11월 28일 수요일, 기념사업회 1층 민주누리 교육장에서 2012 하반기 민주주의 배움터 마지막 강좌가 진행되었습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강의로 진행한 이번 강좌 제목은 “살림/살이 경제를 위하여”였습니다. 홍기빈 소장은 경제에는 두 가지 의미, 즉 돈벌이라는 의미와 살림살이의 의미로 대칭해서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사실 이 두 차원의 경제는 구성의 원리와 행위의 목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살림살이 경제는 ‘물질적, 정신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유형, 무형의 수단을 조달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한편, 돈벌이 경제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돈을 벌어 돈을 축적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300여년 전에 쓰여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라는 책 서두에도 이 살림살이와 돈벌이는 명백하게 다른데, 이 둘을 동일하게 생각하면서부터 아테네 경제생활이 망가졌고, 결국 폴리스도 망가지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살림살이 경제와 돈벌이 경제를 헷갈리는 이유는 시장에서 돈을 줘야 조달할 수 있는 행위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진행되면서 가장 집요하고 가장 강력하고 전지구적으로 나타났던 추세가 ‘상품화’였습니다. 의식주, 의료, 교육, 종교 등등 모든 영역이 상품이라는 시장 메커니즘이 뒤덮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살림살이의 많은 것들이 돈벌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되면서 이 둘을 헷갈리게 됩니다. 홍기빈 소장은 우리 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도 빠른 시일 내에 살림살이 경제 원칙으로 개인의 삶, 지자체, 국민 경제생활, 세계 경제조직을 빨리 재조직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사회도 60년대 초만 해도 농촌에 가면 1년 내내 돈 안쓰고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직접 농작물을 기르고, 베틀로 옷을 지어 입는 등의 생활을 통해서 의식주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손자가 읍내에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어 교복을 사줘야 할 때 이들은 자신이 산출한 물건을 들고 시장엘 가면서 ‘돈 사러 간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돈이라는 걸 하나의 생필품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죠. 80년대를 통과하면서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들을 다 돈을 통해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밥먹는 문제도 내 주머니에 돈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상품화를 정치가, 경제학자, 관료들은 ‘경제성장의 지름길’ 또는 ‘서비스 산업의 육성, 강화’로 포장했던 것이죠.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돈을 많이 쓸 수 있도록 사회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 각종 제도와 규제를 바꿔 나가는 걸 ‘비즈니스 프랜들리’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상품화가 전면화되면서 살림살이경제와 돈벌이 경제가 섞이게 되면서 ‘돈벌이가 절대 선이다’라는 가치관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개인, 지방자치체, 대학, 국가, 병원이든 모든 인간조직은 돈벌이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재조직하는게 합리적이다라는게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홍기빈 소장은 세계은행과 국제은행들이 가난한 나라에 돈을 주면서 상하수도 민영화와 연금의 펀드시장형식으로의 전환 요구 등을 예로 들면서 개인의 삶, 조직, 국가, 지방자치체, 대학, 병원, 종교기관, 세계 경제 모두 돈벌이 경제를 최우선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돈벌이를 아무리 한다고 해도 살림살이가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살림살이 경제의 목표가 돈벌이 경제의 목표와 다르기 때문이지요. 살림살이 경제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삶입니다. 살림살이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좋은 삶을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홍기빈 소장은 노후문제를 대비하는 우리의 현재 방식을 예로 들어 돈벌이 중심의 경제원칙만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삶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흔히 요즘에는 노후문제를 이야기하다보면 젊어서부터 연금저축이나 보험 등을 통해 돈을 어떻게 하면 많이 모을 수 있나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살림살이 경제원칙으로 봤을 때 노후문제는 내가 노후에 맞이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내 인생관과 관련된 차원에서 준비해야 합니다. 홍기빈 소장이 예로 든 살림살이로서의, 즉 좋은 삶으로서의 노후를 위해서는 첫째, 자기 자신의 몸을 자신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기술(침술, 태극권 등의 건강관리법)을 익히는 것,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친구를 사귀는 것, 큰 돈벌이는 아니더라도 일정정도의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준비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놓는다고 얻어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적게는 10~15년 정도의 시간을 잡아야 하고 그 시간 동안 나름 비용도 꾸준히 필요합니다.

홍기빈 소장은 결국 나의 좋은 삶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봐야 하고 그 좋은 삶을 구현해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돈을 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되면 필요한 수단, 즉 물질의 양이 정확하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살림살이 경제원리가 인간사회의 모든 제도화 정책을 자본시장, 금융시장에 맞게 다 바꾼다는 원칙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대안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 일자리 문제 등 각 단위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살림살이 원칙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단위 시스템을 재편하는 것이 매우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홍기빈 소장은 경제민주화 논의도 사람들이 지금 현재 우리 힘으로 경제영역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제도, 관행을 없애달라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며, 밑바닥으로부터 돈벌이 경제원리가 파탄났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살림살이 원리를 삶의 원리로 하자는 홍기빈 소장의 강의를 마지막으로 지난 10월 24일부터 총 6강좌로 진행했던 2012 하반기 민주주의 배움터는 끝이 났습니다. 2013년 민주주의 배움터는 내년 봄에 새로운 주제로 다시 열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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