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 - 가수 채환의 해피싱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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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가 고향이다. 알다시피 청도는반시의 고장이고소싸움의 고장이다. 아버지는 평범한 농사꾼이다. 소도 키우고 감도 따고 밭농사도 지으며 한평생을 보냈다. 어느덧 칠순의 나이지만 아직도 노구를 이끌고 일을 한다. 마치 한 마리의 소처럼 평생을 그렇게 우직하게만 살아왔다. 2005년 봄 자식처럼 키우던 20여 마리의 소가 브루셀라에 걸리는 바람에 모두 산 채로 땅속에 묻어야 했다. 그때 갓태어난 송아지 한 마리가 용케도 목숨을 부지했다. 놈은 태어나면서 부터 유독 덩치가 컸다. 외로워서였을까. 놈은 자라면서 자기보다 덩치가 더 큰 놈들에게 마구 대가리를 들이밀곤 했다. 영락없는 싸움소 였다. 그나마 놈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촌부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자작곡 Fighting!을 발표하고 고향에 돌아와 보니 그런 지경이 돼있었어요. 그 송아지의 처지가 꼭 나를
닮은 양 애틋했지요. 그래서 놈에게 파이팅 거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어려서부터 객지를 떠돌아야 했던 저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여동생의 손을 잡고 대구로 올라왔어요. 비록 시골 농투성이지만 아들놈 하나쯤은 제대로 공부시키고 싶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서였지요. 여동생은
너무 어려 얼마지 않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고 홀로 남은 저는 외풍 센월세방을 전전하며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주인집에서 친구들을 달고 오는
것을 싫어하는 눈치여서 주로 혼자 생활을 했어요. 그나마 음악 을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큰맘 먹고 어렵게 모은 돈으로 기타하나를
장만했지요. 그것이 한 아이의 진정한 삶의 시작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땐 패거리들을 모아 가을여행이라는 록 밴드를 결성했고 음악학원을 다닐 돈이
없어 교습소 청소를 해가며 악기를 배웠다. 3학년 때는 학교 축제에 공연을 하면서 겁도 없이 서울에서 제법 알려진 가수까지 불러 내렸다. 공연이
열리던 날, 아들놈이 대구 가서
그러나 상경 후의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거리의 가수였고 무명이었다. 2005년 말, 채환(본명 이헌승·34)은 새 앨범 빛,희망, 행복 그리고 채환을 발표하면서 Fighting!을 타이틀곡으로 내걸었다. Fighting!은 오랫동안 거리 공연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던 그가 어느 날 문득 거리에서 건져 올린 곡이었다. 거리 공연이야 서울로 올라오기 전 대구에서 몸에 배일대로 배여 있는 터였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들어주는 이 없는 공연은 언제나처럼 고달프기는 매 마찬가지였다. 그날 지하철 막차를 기다리면서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웠다. 거리에서 노래를 하며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으고 있었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는 막차를 기다리면서 힘없이 기타를 꺼내들고 줄을 튕겼다. 거리에서 지나친 무수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지하철역 한 귀퉁이에서 웅크리고 있던 노숙자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때 문득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래, 힘내자. 그래도 나에 겐 꿈이라도 있지 않은가. Fighting! 다시 한 번 Fighting! "Fighting!앨범을 내는 데 제 팬클럽 채환 플러스의 도움이 컸습니다. 채환 플러스는 거리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우연찮게 만나 저의 삶과 노래를 들어준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입니다. 그들 말고도 앨범을 내면서 생각지도 않은 도움을 얻기도 했지요. 최소의 경비로 앨범을 내면서 이왕 내친 김에 한발 더 욕심을 낸 것이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기로 하는 데까지 나아가버렸어요. 하지만 비디오를 제작해줄 곳도 출연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6㎜ 카메라를 들고 남대문시장으로 서울역으로 돌아다녔지요. 그곳엔 낯익은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야채장수 아주머니와 붕어빵 아저씨, 그리고 무엇보다 나중에 뮤직 비디오의 최다 출연자가 되어준 노숙자들이지요. 참 어지간히 싸웠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신촌역에서 서울역에서 영등포역에서 거리 공연을 할 때 모금통을 빼앗아 달아나기 일쑤였고 심지어 통 안에 휴지나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기도 했던 그들이었습니다. 멱살잡이도 하고 소주값을 쥐어주며 달래기도 많이 했지요. 그나마 그런 그들이 저를 알아보고 카메라를 피하지 않은 덕에 무사히 뮤직 비디오까지 만든 가수가 될 수 있었어요."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면서 숱한 생명들이 생매장되고 있다. 거미 때와 같은기적조차 없이 난생 처음 흙을 밟아보던날, 아니 흙을 채 밟아보기도 전에 흙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농심에는 원망보다 더 깊은 설움이 쌓이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그 죽음을 딛고 그 죽음 위에서 한 송이 꽃이라도 피워내야 하는 것을. 비록 이길 수 없다 하더라도 결코 싸움을 멈출 수 없음을. Fighting! 가수 채환도, 파이팅 거미도, 아버 지도….
언제나 말뿐인 세상, 채환밥 한번 먹자중에서 |